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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6일 07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6일 07시 25분 KST

9세 딸을 살해하고 자살하려 한 50대 가장, 징역 1년6개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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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난 딸을 차에 태우고 100m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져 딸을 살해하고 자살하려 한 50대 가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부장판사 심준보)는 최모씨(55)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최씨는 지난 1월 31일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내와 크게 다퉜다.

화가 나 집을 나간 최씨는 딸(9)을 데리고 서울과 경기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엿새 만인 지난 2월 5일 집이 있는 강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최씨의 아내는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간 남편이 일주일 가량 연락이 없자 경찰에 "아이가 납치됐다"는 신고를 했고, 이 같은 사실을 그날 남편에게 전화로 알렸다.

납치범으로 신고된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죽을 결심을 하고 딸을 차량 뒷좌석에 태운 채 100m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다행히 누군가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최씨와 딸은 모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연합뉴스 8월16일)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미수'다. 최씨는 9세 밖에 안 된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 9세 딸은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동반자살'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식의 사건은 흔히 '동반자살'이라는 잘못된 표현으로 보도된다. 이런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이를 다룬 연구에 따르면,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는 없지만 살해 후 자살은 우리 사회에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의 ‘과학적 범죄분석 시스템’(SCAS) 자료를 분석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녀살해’ 논문을 보면,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집계된 부모의 자녀살해 사건(230건) 가운데 가해자가 자살한 경우가 44.4%(102건)에 이르렀다. 이 중 19살 미만 미성년 자녀는 90.0%로, 실제 자살한 부모에 의해 살해되는 아동은 92명으로 추정된다. 한 해 평균 13명꼴이다. 논문을 쓴 정성국 박사(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조사관)는 “자식을 죽인 뒤 자살하거나 동의 없이 자살로 이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동반자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5월7일)

지난해 3월,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부모와 자녀의 '동반 자살'은 없습니다.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만 있을 뿐입니다"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단체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언론사 앞으로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1.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은 명백한 살인과 아동 인권침해를 온정의 대상으로 만들고 부모가 자기 뜻대로 자녀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립니다.

2.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비극으로 잘못 인식하도록 만듭니다.


<부모와 자녀의 ‘동반 자살’은 없습니다.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만 있을 뿐입니다.>#세이브더칠드런 은 어제 미성년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 사건 보도 시 '동반자살' 표현 사용을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

Posted by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on Friday, 7 March 2014


한편 최씨에게 비교적 낮은 수준인 '징역 1년6개월형'이 선고된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이런 식의 자녀 살해는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다.

자녀보다 부모를 더 중시하는 가부장적인 문화는 법에도 반영됐다.

한국 형법은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 부모를 살해한 행위(존속살인)에 대해 일반적인 살인의 형량(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높은 형량(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을 적용한다.

반면 자식을 살해한 행위(비속살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중 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살인 조항이 적용돼 처벌된다. 이에 따라 존속살해만 가중 처벌하는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비속살해도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7월26일)


'동반자살'이 아니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이다. 자녀의 동의 없이 생명을 빼앗으려 한 '살인'이며,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