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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3일 04시 38분 KST

"미국도 미터법으로 갈아탑시다" :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Shutterstock / aastock

독자적인 도량형 단위를 사용하는 미국에서 이제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가 사용하는 미터(m) 단위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CNN 방송이 1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전 세계에서 미터 단위를 쓰지 않는 나라는 미국, 라이베리아, 미얀마 등 3개 나라밖에 없다. 미국은 미터나 킬로미터(㎞) 대신 피트(ft·1피트는 약 0.3m), 야드(yd·1야드는 약 0.91m), 마일(mile·1마일은 약 1.609㎞)을 거리 표준 단위로 쓴다.

무게(온스, 파운드)와 부피(갤런) 등의 단위도 그램과 리터를 사용하는 여타 세계의 나라와 다르다.

관련기사 : REFUSING TO GIVE AN INCH - AMERICA'S ONLY METRIC ROAD (CNN)

링컨 채피(62) 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가 지난 6월 2016년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민주당 경선 참가를 공식 선언하면서 미국 내 미터 사용 논쟁에 불을 붙였다.

채피 전 주지사는 경선 출정 선언문에서 "우리 좀 더 대담해집시다. 다른 세계에 편입해 미터 단위를 사용합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도 다른 나라와 똑같은 단위를 사용하자는 '상징의 통합' 운동이 다른 나라를 향한 미국의 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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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 전 주지사의 의견에 동조하는 미국의 미터 사용론자들은 세계가 좀 더 밀접하게 연계되는 추세임을 강조하며 미국도 이러한 세계 질서에 편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연방 기관인 기술·표준 재단의 미터 사용 조정관인 엘리자베스 겐트리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태평양 연안의 국가와의 무역, 관광산업 등을 촉진하고자 하와이 주와 오리건 주가 최근 미터 사용 입법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터 단위에 기초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미국 시장에 상륙하면서 미터 단위로의 전환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가령, 현재 미국 자동차 운전자들은 주유할 때 갤런(1갤런은 약 3.78ℓ) 단위로 휘발유를 구매하지만, 수소 전지 차량과 같은 미래의 자동차 모델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수소 판매의 세계 기준이 갤런이 아닌 킬로그램(㎏) 단위이므로 이에 맞춰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를 사용한 미국식 단위에 자부심을 느끼는 극단주의자들은 미터 사용이 보편화하면 미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미터 사용 제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라는 책을 통해 미국식 단위의 유래와 자긍심을 설파한 존 베멀먼스 마르시아노는 "역사를 보면, 우리는 모든 것을 스스로 측정해왔다"면서 "이 측정법을 미터 단위 측정으로 바꾼다는 얘기는 우리가 다시는 그것을 사용할 수 없고, 미국이 전 세계 단일 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발가락 끝에서 발뒤꿈치까지의 길이(피트), 팔의 길이(야드) 등 인간의 몸을 활용해 현재 미국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단위의 전통을 계속 지켜가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미터를 표준 단위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1960년대에 나왔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1970년대 말부터 속도계에 마일과 킬로미터를 함께 표기하기 시작했다.

미터 도입 찬성론자들은 미터와 미국식 단위를 병용하면 단위 환산에 따른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나, 반대론자들은 미국의 전통과 민주적인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강력하게 맞섰다.

상대방을 '공산주의자'(미터 찬성론자), '얼간이'(미터 반대론자)로 부르는 등 미터 도입 논쟁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미국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재임 시절인 1970년대 말 고속도로 표지판에 거리를 킬로미터로 쓰는 방안을 시험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 시험 적용된 미국 애리조나 주 투산에서 멕시코를 잇는 19번 주간고속도로만이 현재 미국에서 표지판에 킬로미터를 쓴 유일한 도로로 남아 있다.


Should U.S. switch to metric system? - CNN

Americans Discover The Metric System - BuzzFeed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