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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2일 13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2일 14시 06분 KST

오바마-박근혜의 소통 방법은 이렇게나 다르다

Gettyimageskorea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파격 인터뷰’를 선보였다. 미국 인터넷 매체 마이크(Mic)와 이란핵협상에 대해 인터뷰 하며 이스라엘·이란 청년들의 ‘돌직구’ 질문에 직접 답변한 것.

이번 인터뷰가 ‘파격’이었던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오바마, 청년들의 돌직구 질문에 답하다

Mic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18세~34세 독자를 주 독자층으로 하고 있는 온라인 매체다. 2011년 창간됐으며, 미국 언론 중 젊은 층 독자 비율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곳이다. 오바마는 이 매체의 공동창업자이자 편집장인 제이크 호로위츠와 마주 앉아 자신의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인 이란핵협상에 대해 설명했다.

관련기사 : OBAMA – The Iran Deal (Mic)

오바마는 또 이란핵협상의 주요 이해당사국인 이란과 이스라엘 청년들의 질문에도 직접 답했다. Mic는 인터뷰에 앞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뒤, 그 중 몇 개를 골라 오바마에게 내밀었다. 그 중에는 이런 ‘돌직구’ 질문도 있었다.

“당신은 늘 평화에 대해 말하고, 이란핵협상을 이끌었죠. 그러나 우리 이란 국민들은 당신이 내린 매우 혹독한 제재조치 때문에 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이란 사람들을 그렇게 아프게 하지 않고서도 협상을 타결로 이끌 다른 방법은 없었다고 생각하시나요?”

- (Ghazal Hakami, a 22-year-old woman in Iran)

“이스라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당신이 우리 총리(베냐민 네타냐후)와 대립하고 있다는 점은 너무 명확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안보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약속들을 했지만, 아시는 것처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우리 코앞에 와있습니다. 이런데도 우리 이스라엘 국민들이 당신을 믿어야 할 이유는 뭐죠?”

- (Sam Grossberg, a 30 year old in Tel Aviv, Israel)

오바마는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밝히는 한편,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모습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간접적인 형식이긴 하지만 오바마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이해당사국 청년들의 질문에 직접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The Mic Interview: President Obama Defends the Iran Nuclear Deal


오바마의 소통에는 끝이 없다

오바마는 그동안 여러 차례 ‘파격 인터뷰’를 선보였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 인터뷰하며 ‘셀카봉’을 들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가 하면, 미국 코미디언 마크 마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와 ‘유일무이한’ 인터뷰를 위해 직접 그의 허름한 차고를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설립된 지 1년도 안 된 인터넷 매체 복스(Vox)와 인터뷰하며 외교정책과 국내 주요 현안들에 대해 설명했으며, 지난 3월에는 인기 토크쇼 ‘지미 키엘 쇼’에 출연해 ‘한밤 중에 배가 고파 샌드위치가 먹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을 깨우냐’는 식의 질문에 답하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인 ‘Mean Tweet’에서 자신에 대한 악성 트윗을 읽기도 했다!)

물론 이런 사례들로 오바마의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다. 열심히 소통은 하지만 무능한 지도자가 있을 수 있고, 늘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리더도 있을 수 있다.

다만 그가 언론과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필요에 따라 스스럼없이 인터뷰에 나서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통로와 방법을 활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7월15일, 이란핵협상 타결 관련 기자회견을 연 오바마 대통령은 한 시간 10분여 동안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중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알리는 건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이란핵협상이 타결되던 지난달, 백악관과 오바마 대통령은 새벽부터 생중계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이승헌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대통령이 지체 없이 ‘대국민 보고’를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며 이렇게 썼다.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오바마 대통령이 이틀 사이 보여준 새벽 성명 발표, 프리드먼 인터뷰, 기자회견을 보면서 국민들이 주요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투명하게 접하는 게 그렇지 않은 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새삼 절감했다.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언어로 가급적 빨리,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적어도 ‘대통령 의중이 뭘까’를 놓고 소모적인 추측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라는 국가적 이슈가 터진 후 뚜렷한 메시지를 일찍 내놓지 않아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아일보 7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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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좀처럼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언론 기피증’을 숫자로 한 번 살펴보자.


316일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번째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

*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 해에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첫 번째 기자회견은 취임 1주년이 다 되어가던 2014년 1월6일에야 열렸다.

2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횟수

* 2014년과 2015년 신년 기자회견이다. 이마저도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됐다. 2014년에는 미리 청와대 쪽에 전달된 질문지에 대해 준비된 답변을 박 대통령이 그대로 읽어 내려갔으며, 2015년에는 사전에 준비된 기자들의 질문 내용과 순서대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기자들이 ‘각본’에 없던 질문을 던지거나 추가 질문을 던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4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0개월 동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횟수

* 정부조직법 관련(2013년 3월4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관련(2014년 2월25일), 세월호 관련(2014년 5월19일), ‘노동시장 개혁’ 관련(2015년 8월6일)

0 :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횟수

0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횟수

* 박 대통령은 BBC나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CNN, 블룸버그, 이타르타스통신, 르 피가로, CCTV, AP 같은 해외 언론사들과는 종종 인터뷰를 가졌다. 그러나 국내 언론과는 단 한 차례도 인터뷰한 적이 없다. 서면 인터뷰 같은 것도 없었다.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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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모습. 이날 청와대는 질의응답을 '생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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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013년 4월3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 ⓒGettyimageskorea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는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알기 쉬운 표현으로 간결하게 생각을 전달하는 이른바 ‘스티커 메시지’의 달인으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래 일문일답을 동반한 기자회견을 한 달에 1.72회꼴로 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도 월평균 1.5회나 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1년에 딱 한 차례 기자회견장에 설 뿐이다. (문화일보 1월26일)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임기 첫 해였던 2013년 말, ‘친박계’로 분류되던 이혜훈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은 악플을 다 외울 정도로 보고 있을 만큼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람마다 소통하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아요, 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박 대통령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소통하는 스타일이 다른 듯해요.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 독특한 성장경험 또 그리고 사회화 경험, 가족사, 개인사 어떻게 보면 수십년의 삶의 궤적이 좀 다른 그런 가운데서 형성된 자기 나름의 소통방식 또는 생활 방식 이런 게 독특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겠나... 본인은 문서로 보시고 SNS에 들어가서 어떻게 보면 댓글 달린 거 보시고 기사를 보시고 이런 걸로 보시면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생각을 하실 거예요. 그리고 또 나름 많은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고 이런 부분들을 소통하신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013년 12월19일)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대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해외 언론을 봐야 하는 상황도 그렇다.

특히 이번처럼 민감한 사안인 경우 정확한 어구(워딩)가 중요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한-일 관계와 위안부 협상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가 박 대통령이 말했다고 보도한 ‘파이널 스테이지’(final stage), ‘컨시더러블 프로그레스’(considerable progress)라는 영어를 각각 “마지막 단계”, “상당한 진전”이라고 해석해 박 대통령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론 박 대통령이 한국말로 어떻게 말했는지 모른다. 청와대는 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박 대통령의 한국어 원문을 완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 6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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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동아일보는 주요 외국 정상들의 소통 방법을 분석하며 다음과 같은 문단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최장수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고(故) 헬렌 토머스 기자는 생전에 “대통령 기자회견은 유일하게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추궁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며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4년 1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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