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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2일 05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2일 05시 41분 KST

연세대에 '창조과학' 강의가 개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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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 가운데는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 아니라 6000년 안팎이고, 우주와 지구가 단 엿새 만에 창조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성서 무오류’를 주장하는 미국과 한국의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이 이를 ‘창조과학’으로 부르며 진화론 등에 맞선다. 2012년에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라는 단체가 청원운동을 벌여, 진화론의 유력한 증거인 시조새 관련 내용이 과학 교과서에서 일부 수정되면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종합대학, 그것도 공과대 교수가 학점까지 배정해 이런 수업을 개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3년여 만에 다시 창조과학 논란이 불거졌다.

개신교계 대학인 연세대는 창조론을 바탕으로 성서 내용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창조과학 수업을 9월 2학기에 개설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1학점짜리 수업인데, 최윤식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 대학에서는 14년 전에도 같은 수업이 개설된 적이 있다.

수강신청을 앞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학생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종합대학에서 저런 과목을 가르치는 건 국제적 망신’ ‘이 과목 개설이 용인되면 아프리카 부두교의 주술도 의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 글을 올렸다.

강의 개설자인 최 교수는 10일 “창조론이 맞고 무조건 진화론이 잘못됐다는 취지가 아닌데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공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신앙과 과학 사이의 고민을 느꼈었다. 이런 고민을 학생들과 같이 얘기해보자는 것이지 창조과학을 키워보겠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최 교수의 수업계획서를 보면 ‘기독교인 과학자는 성경 내용과 과학 지식 사이의 갈등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 성경 중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창조론-진화론에 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성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고 돼 있다. ‘생명의 출현’ ‘종의 기원’ ‘창조와 진화’ ‘공룡’ 등이 주제다. 이에 대해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11일 “수업계획서를 보면 창조과학을 과학으로 가르치려 한다. 정설을 부정하는 사이비 학문을 하나의 생각이 아닌 일정한 이론처럼 가르치려는 것은 교육자의 의무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창조과학회 쪽은 “10여개 대학에서 관련 수업이 진행되지만 창조과학이라는 명칭을 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션스쿨이라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부분이 있지만, 대학 쪽에서 인지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수업 내용이 알려져 문제가 되는 일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7년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한 바 있다.

신학자인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 중간지대에는 ‘유신론적 진화론’ 내지는 ‘진화적 창조론’이 있다. 신도 존재하지만 창조 과정을 진화의 방법으로 했다는 식으로 조화를 시도하려는 입장인데, 보수교단 쪽에서 창조과학 같은 극단적인 입장만 과잉 대표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