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5년 08월 11일 17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1일 17시 41분 KST

성폭력 원인이 '데이트 비용'이라는 교육부

fan art

“남성은 돈, 여성은 몸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데이트 비용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데이트 성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데이트 성폭력의 원인을 ‘데이트 비용’ 문제에서 찾는 이 황당한 주장은 교육부가 만들어 3월에 일선 학교에 나눠준 성교육 자료의 한 대목이다.

체계적인 성교육을 하겠다며 정부가 올해 처음 만든 성교육 표준안에 근거를 둔 ‘교사용 성교육 자료’이지만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배제하는 등 퇴행적인 지침이라는 비판이 나온 데 이어 성폭력과 성역할에 대한 왜곡된 통념을 조장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default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 내 성추행 사건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어서 성교육 교수안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듯하다.

11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이 교육부에 낸 의견서를 보면, 학교 성교육 교수안은 성폭력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광범위하게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교수안에서 남성의 성적 충동은 당연시된다. “(남성의) 성에 대한 욕망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급격하게 나타난다”(초등1~2)거나 “여성은 한 특정 남성에게만 성적으로 반응하는 데 견줘 남성은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들과 널리 성교할 수 있다”(고등)는 식이다.

성폭력 예방의 강조점이 여성의 ‘거절’에 찍혀 있는 점도 문제다. “평소 우유부단한 태도보다는 단호하게 의사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등)는 것이다. ‘이성 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으론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중등), ‘친구들끼리 여행 갔을 때’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으론 “친구들끼리 여행 가지 않는다”는 지침이 제시돼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쪽은 “잘 거절하는 것 중심으로 연습하게 하는 교육은 피해자한테 책임을 떠넘길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을 두고 앞뒤가 다른 내용을 기술하기도 해 ‘표준안’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예컨대 중학교 과정의 성폭력 관련 교재를 보면 “소리 내고 몸싸움하는 등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적혀 있지만, 같은 교재의 다른 단원에선 “피해자가 저항하면 성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통념은 ‘거짓’이라며 “적극적으로 저항하다 살해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공포심만 자극할 뿐 일관된 지침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이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교육 내용 전반이 의사소통을 통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지보다는 금욕·절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5년의 현실보다 지나치게 후퇴한데다 일부는 성차별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어 교육은커녕 그릇된 성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