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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1일 11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1일 11시 43분 KST

신동빈, 유리하면 "아버지 뜻" 불리하면 "고령"

연합뉴스

"저는 아버지를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신동빈(60) 한국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경영권 분쟁 사태 관련 기자 회견에서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 형과 타협할 생각이 있나. 아버지의 의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처럼 모호한 답변으로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지난달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며 자신의 한국·일본 롯데 동시 장악이 '아버지의 뜻'임을 강조했다.

당시 롯데홀딩스 등의 주식 지분 측면에서 여전히 형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큰 차이가 없어 경영권 다툼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신동빈 측근 관계자는 "아버지(신격호)의 의중이 확인된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낙점' 사실을 강력한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아버지 신격호 롯데 창업주이자 총괄회장의 판단과 신임을 바탕으로 '신동빈 후계'의 당위성을 설명하던 신동빈 회장의 태도는 불과 보름여만에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난 2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국내 방송을 통해 "제가 둘째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한국롯데홀딩스 대표(일본롯데홀딩스를 잘못 말한 것으로 보임)로 임명한 적이 없다.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려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밝히자,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신동빈 회장 휘하 한국 롯데그룹은 이 동영상이 공개된 뒤 곧바로 자료를 내고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왜곡되고 법적 효력도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나이가 많아 판단력이 흐린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을 문제 삼자면, 보름 전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까지 올랐다는 한국 롯데의 주장도 마찬가지로 왜곡된 메시지 아니냐"고 꼬집었다. 아무리 정신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도 보름 만에 돌변하기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그는 "재계 5위라는 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밀실 인사도 문제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버지의 정신 건강 상태까지 이용하는 재벌 오너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국민감정이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롯데 측, "신격호 회장 수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

신동빈 회장이 11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동빈 회장뿐 아니라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측근이자 '심복'으로 알려졌던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의 태도도 세간의 화제거리다.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이후 수 십년 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필한 한마디로 '신격호 사람'이다.

불과 5년전인 지난 2010년 발간된 '롯데와 신격호, 도전하는 열정에는 국경이 없다'(임종원 전 서울대 교수 집필)라는 책에서 이인원 부회장은 "신격호 회장님은 연세가 아흔살에 가까우신데도 아직도 청년시절과 다름없는 열정과 무한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회장님은 이런 열정을 바탕으로 행복하게 일하십니다. 저는 회장님을 뵐 때마다 '청년은 따로 없구나. 마음속에 청년이 들어앉아 있구나'라고 생각하곤 합니다"라며 당시 거의 90세에 이른 신 총괄회장의 활발한 경영 활동을 찬양했다.

하지만 최근 아들 신동빈 회장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진술이 크게 어긋나자 이 부회장은 거리낌없이 신동빈 회장의 편에서 우호 세력을 결집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4일 40여명의 한국 롯데 계열사 사장들의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도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달 15일 신동빈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정책본부 사장에 대한 해임지시서에 서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 사태는 경영권 다툼과 조직내 생존을 위해서는 부자, 형제, 충신 등의 관계가 언제라도 내팽개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뚜렷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