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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0일 07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0일 07시 56분 KST

아시아, 남미에 많은 가족기업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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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부자 또는 형제간 경영권을 세습하는 가족 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족기업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두드러진 기업 형태다. 미국과 유럽지역에서는 월마트, 이케아, BMW 등이 대표적인 가족 기업으로 꼽힌다.

10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족 기업은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좋은 실적을 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세습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인물이 경영권을 쥐게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 가족기업 아시아에 집중…이스라엘·브라질에도 많아

가족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은 한국, 인도,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대부분 몰려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아시아 주요국에서 시가총액 5천만 달러(약 583억원) 이상인 상장 기업 10곳 가운데 6곳 이상이 가족기업이다.

인도의 경우 가족기업의 비중이 67%로 가장 높고 필리핀(66%), 싱가포르(63%), 말레이시아(62%), 인도네시아(61%) 등이 뒤를 이었다.

동북아시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주요기업의 58%, 홍콩은 62%가 가족기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가족기업 38곳이 회사 1천3564곳을 소유하고 있다.

아시아를 제외하고 가족 기업이 많은 국가는 이스라엘, 브라질, 멕시코 등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대부분 가족 소유인 20개 그룹이 160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201개 상장사 가운데 70%가 가족 경영 기업이다.

반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가운데 가족기업은 34%가량이다.

미국과 유럽에는 이사회가 선임한 전문경영인을 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진 기업 가운데 가족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 제과기업 마르스, 독일의 BMW 등이 대표적인 가족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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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면에서 성과 더 좋아" vs "능력 검증 안 된 인물이 경영권 승계"

가족 기업의 대표적인 장점은 경영주체가 바뀌지 않아 일관된 경영의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기업은 정치적 영향이나 사회적 흐름에 요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주주가 있으면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생각해서 경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가족 기업이 전문 경영인이 이끄는 기업보다 좋은 실적을 낸다는 주장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8∼2014년 포천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가족기업의 매출은 연간 7%씩 늘었다. 반면, 가족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매출이 6.2%씩 늘어 약간 뒤졌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2001년 유럽지역 기업의 수익을 비교할 때 가족기업은 1천 유로(약 127만원)를 투자할 경우 3천533유로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기업이 아닌 기업은 2천241 유로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가족기업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일이 잦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도 타격을 입는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동생인 신동빈(60) 한국 롯데 회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그룹의 시가총액은 닷새 만에 2조원이 증발했다.

2000년에는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다툼을 벌이면서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이 분할되기도 했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경영권을 쥐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경영권을 승계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주식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내부 직원이 승진을 통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길이 막혀 경쟁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 한국의 특유의 가족기업 '재벌' 장단점은

여러 개의 기업을 거느린 '재벌' 기업은 가족기업과 함께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특유의 기업 형태다.

재벌 기업은 한국 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장점을 인정받아 급속도로 성장했다.

재벌은 기업의 내부 자본을 활용해서 좋은 사업기회가 있을 때마다 투자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좋은 성과를 내왔다.

설탕 생산회사에서 시작한 CJ가 식품, 제약, 바이오는 물론 미디어 사업으로 진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20∼30년 동안에도 재벌 순위 계속 바뀌었다"며 "다각화 중에서도 성공적인 다각화를 이루고 새 사업으로 발전한 기업만 순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경험이 없는 중소 협력사에도 해외 시장에 대한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수의 기업에 자본이 몰리면서 기업 하나가 휘청일 때마다 경제 전체를 흔든다는 점이 문제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다각화된 경제에서는 상속자 간 싸움이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인터넷 가십 사이트 소재에 그치지만, 한국에서는 이 같은 분쟁이 가장 핵심적인 회사를 위협하고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는다"고 설명했다.

순환출자 고리도 빼놓을 수 없는 단점이다.

순환출자 고리는 계열사 A사가 B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B는 C를, C는 D를, D는 다시 A를 보유하는 식으로 고리모양의 지분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로써 기업 소유주는 한 계열사의 지분만 보유하는 것으로 나머지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최 연구원은 "가족 경영은 유리한 측면도 있고 폐해도 있어 옳고 그름에는 정답이 없다"면서도 "(한국의 재벌들은) 적은 지분을 가지고 회사 자금을 이용해 경영권을 지배하기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