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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8일 15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08일 15시 07분 KST

MCN의 아이돌, 소통해야 통한다

[토요판]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남태현이 길가에 앉아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면서 장난을 친다. 샤이니의 종현과 온유, 태민은 안무연습실에서 신곡의 안무 중 일부를 보여주고, 빅뱅은 멤버들끼리 소파에 앉아 새로운 뮤직비디오 촬영장의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가수 에릭남은 미국의 집 주방에서 동생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만들며, 비원에이포(B1A4)는 강남역에서 명동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홍보한다.

케이블 티브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사진이나 영상 같기도 하고, 아이돌 그룹을 쫓아다니는 사생팬의 사진 속 한 장면 같기도 한 이 장면들은 네이버가 이달 새롭게 선보인 동영상 실시간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브이’(V)를 통해 공개된 영상 속 모습들이다. 네이버 브이 앱에 들어가면 아이돌 그룹 혹은 기획사별로 채널이 있고 그 채널을 통해 해당 아이돌 그룹의 다양한 방송을 볼 수 있다. 방송은 다양하다. 셀카 느낌으로 촬영한 2분에서 3분 정도의 안부 인사 영상부터 20분에서 30분 정도 한두 개의 아이템을 보여주는 영상, 1시간이 넘는 쇼나 토크도 있다. 대부분의 영상은 아이돌 그룹 멤버가 직접 촬영한다.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은 화면에 채팅창도 있어 아이돌 그룹 멤버와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생방송이 진행될 때 채팅창을 열어보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 온갖 언어가 난무한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콘텐츠가 소비되는 가장 최근의 풍경이다.

멀티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의 약자인 엠시엔(MCN)은 올해 미디어계의 중요한 키워드다. 1인 콘텐츠 창작자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통합 서비스 플랫폼을 말하는 엠시엔은 빠른 속도로 미디어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 티브이와 앞서 설명한 네이버 브이 앱이 대표적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콘텐츠로 자기만의 채널을 운영하고 사용자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관심 있는 채널에 접속해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본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생중계라는 실시간성과 채팅이라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엠시엔을 보는 이들은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는 시청자가 아니라 채널 운영자와 대화를 나누고 콘텐츠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사용자에 가깝다. 엠시엔과 티브이, 그리고 방송 콘텐츠는 다양한 방식으로 교집합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방송의 <예띠 티브이>처럼 일반인 콘텐츠 창작자들이 티브이로 들어오기도 하고, 문화방송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처럼 엠시엔의 형식을 티브이와 결합하기도 하고, 방송 콘텐츠가 티브이에서 아예 나와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서 주목해야 하는 게 바로 아이돌 그룹이라는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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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급진적인 변화 속에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가 떠오르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선보인 앱 ‘브이’에는 아이돌 그룹이나 기획사별로 채널이 있어 멤버들은 여기서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어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한다.(왼쪽) 문화방송의 <마이리틀텔레비전>의 솔지는 보컬 트레이너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오른쪽)

아이돌 그룹은 엠시엔 시대에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 창작자다. 일정한 팬덤이 있고 충성도가 높아서 항상 어느 정도의 사용자가 보장된다. 또 팬들이 새로운 미디어를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데 익숙하고 트렌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젊은층이다. 아이돌 그룹 입장에서도 해볼 만하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해도 제대로 말할 기회를 얻기 힘들고, 원하는 이미지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다. 자기만의 채널에서 원하는 만큼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장점이다. 또 같은 시간을 공유하길 원하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원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도 적당하다. 그래서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은 자기만의 채널을 통해 팬들과 만난다. <마리텔>에는 매회 빠지지 않고 아이돌 그룹 멤버가 출연한다. 에이오에이(AOA)의 초아와 이엑스아이디(EXID)의 하니와 솔지, 샤이니의 키, 시스타의 다솜, 에이핑크의 남주가 각자의 방을 운영했다. 온스타일은 소녀시대 8명이 각자의 채널을 운영한다는 내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채널 소시>를 방송하고 있다. 시스타와 걸스데이는 컴백과 함께 <아프리카 티브이> ‘최군 티브이’에 출연하기도 했고, 인피니트 역시 컴백하면서 트위터의 모바일 생중계 애플리케이션 페리스코프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했다. 앞서 설명한 브이 앱에는 에스엠, 와이지, 제이와이피, 에프엔시, 큐브 등 국내 주요 기획사와 소속 아이돌 그룹의 채널 3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미디어 변화의 한가운데 아이돌 그룹이 있는 건 재미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 채널에서 방송되는 콘텐츠에서 발생한다. 개인 채널에는 대본과 진행자가 없다. 평범한 예능 프로그램처럼 짜인 대본이나 개그맨 등 전문 진행자가 개입하는 순간 개인 채널의 매력은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이돌 그룹이 스스로 카메라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방송을 이끌어야 하는데 지금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 중에 이러한 능력을 갖춘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의 행동은 예측가능할 정도다. 카메라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잘 나오고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에 뻔한 인사를 건네고 잠깐의 침묵이 흐른 다음 서로 어색해한다. 지루해진다 싶으면 삼행시를 하거나 애교를 보여주거나 손가락을 하트를 날린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댓글을 몇 개 읽고 신곡 홍보 등을 하고 나면 더이상 할 게 없다. 아이템도 패션이나 뷰티, 춤, 노래, 요리 등이 대부분이다. <마리텔>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이엑스아이디의 솔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채널 소시>는 아직 방송 초기지만 멤버들 개개인의 채널들 중에 기대되는 채널은 거의 없다. 네이버 브이 앱의 경우, 아이돌 그룹의 대단한 열성팬이 아닌 이상 5분 이상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돌 그룹의 개인 채널과 인터넷 생중계는 점점 더 늘어날 텐데 이런 식의 내용 없는 콘텐츠만 늘어나고 반복된다면 아이돌 그룹과 플랫폼 모두 원하는 걸 얻기란 어려울지도 모른다.

지금의 아이돌 그룹과 앞으로의 아이돌 그룹에게 새로운 능력이 요구된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할 줄 아는 소통 능력이다. 이는 예능감과 다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대모사 등의 개인기와 몸개그를 하고 출연자들과의 말장난 등으로 방송 분량을 챙기는 능력은 개인 채널에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예능감이 있다고 알려진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개인 채널에서는 애써 웃기려다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대단히 재치있거나 재미있지 않아도 흥미로운 대화를 이어갈 줄 아는 사람이 개인 채널에서는 더 빛난다. <마리텔>에 출연하는 요리 연구가 백종원이나 종이접기 연구가 김영만의 경우 그들이 갖고 있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과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가 폭발적인 인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유행어를 반복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얘기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센스 있게 전달하며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할 줄 알아야 대화가 가능하다. 대화가 끊기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도 있어야 한다.

아이돌 그룹 대부분 1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이기에 대화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한 이들에게는 이러한 트렌드가 일종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마리텔>에 출연했던 이엑스아이디의 솔지가 그렇다. 솔지는 뛰어난 노래 실력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보컬 트레이너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마리텔>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 중에 가장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에프엑스의 엠버도 이러한 방송에 잘 어울린다. 브이 앱의 샤이니와 에릭남 방송에 잠시 출연한 게 전부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평소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즐기는 엠버의 성격과 특징이 잘 드러났다.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할 줄 아는 것도 장점이다. 브이 앱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에릭남과 갓세븐의 뱀뱀, 박지민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방송을 진행한다. 접속하는 이들 중에 많은 수가 해외 사용자이기에 이들과 자막 없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미디어와 콘텐츠, 생산자와 사용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반응하며 변한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생산자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모두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의 바람은 신비주의 아이돌에서 말이 통하는 아이돌로, 잘 웃는 아이돌에서 같이 웃을 줄 아는 아이돌로 불고 있다. 21세기 아이돌 그룹의 장수 비결은 이러한 흐름을 읽어내고 그에 맞게 변하는 변신 능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