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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7일 06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07일 06시 47분 KST

'제3의 가족' 반려동물, 휴가철엔 애물단지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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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저출산 영향으로 급증하는 반려동물이 휴가철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외국은 물론, 국내 여행에도 데리고 가기가 매우 어렵다. 대다수 리조트나 펜션은 애완동물 동반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여행 기간에 반려견을 돌봐줄 만한 사람을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였다. 그나마 요즘은 애견호텔이 속속 생긴 덕에 남의 신세를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애견호텔 비용이 만만찮아 웬만한 부유층이 아니면 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된다. 한가족처럼 지낸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 평소 제3의 가족으로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애완동물이 휴가철에는 골칫거리가 되는 것이다.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는 주부 이혜리(55)씨는 7일 "지난주 온 가족이 함께 국외여행을 다녀오느라 개 세 마리를 애견호텔에 맡기고 투숙비로 수십만원을 지불했다"며 "혹시 호텔에서 잘 돌봐주지 않을까 봐 불안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애견호텔 비용은 협소한 시설은 하루 4만원이지만, 방처럼 넓게 꾸민 공간은 15만원 수준이다. 전국 대도시 모텔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휴가철에 반려동물을 맡기려는 수요가 늘어나 7∼8월에는 애견호텔에서 빈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직장인 이숙희(29·여)씨는 "반려견이 예전에 유기된 적이 있어 며칠간 집을 비울 때 홀로 두지 못해 애견 숙박시설에 맡겨야 하는데 휴가철에는 좀처럼 구하기 힘든다"고 말했다.

애견호텔 '이리온'의 배연진 마케팅부장은 "휴가 기간만 되면 만실이 되는데 몇 개월 전부터 예약이 완료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지금은 추석 연휴 예약을 받는데 벌써 절반가량 찬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1년에 문을 열었는데 해마다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반려동물이 급증하는 데 비해 동물 출입을 제한하는 숙박업소가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애견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9)씨는 "수요가 크게 늘어 최근 애견 숙박도 시작했다"며 "공간이 부족해 숙박은 다섯 마리까지만 받는 데 휴가철이라 예약이 폭주한다"고 말했다.

반려견 주인들은 한 식구라는 생각에 비싼 가격에도 애견호텔을 이용하면서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애견호텔측이 반려견을 멋대로 다룰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애완동물은 현행 법률상 물건으로 간주돼 관리하다가 다쳐도 재물손괴 처벌만 받는다.

이 때문에 동물 권리를 인정해 애견호텔 시설 및 관리 규정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하면서 신종사업이 증가하는데도 관리감독이 미진하다"면서 "관련 법규가 전혀 없는 애견호텔 운영에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숙박업소에 애완동물을 동반하는 문제를 놓고는 찬반양론이 갈리는 만큼 별도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경기도 양평의 펜션을 운영하는 조덕연(28)씨는 "한때 애완동물 동반을 허용했다가 곧 금지했다"며 "주인이 아무리 신경 써도 방이 더러워지고 짖는 소리에 다른 투숙객의 항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혜란(29·여)씨는 "평소 개를 무서워하는 편인데 쉬러 간 숙박시설에 개가 돌아다닌다면 편히 쉴 수 없을 것 같다"며 "누군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직장인 김민석(33)씨는 "개 세 마리를 키우는데 휴가 때마다 고민이 크다"면서 "숙박업소에 적절한 시설을 갖춰 투숙객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반려견을 동반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