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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4일 06시 04분 KST

SK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방법

Shutterstock / Africa Studio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에스케이씨(SKC) 회장이 그룹 내 일감이 매출의 대부분인 통신장비 회사의 지분 전량을 사위와 사돈 일가에게 매각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지난 2월에 본격 시행되자 대기업집단마다 규제를 비켜가기 위한 각종 묘책이 동원되는 가운데 ‘사위 매각’도 등장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달 20일 통신장비 생산업체 에이앤티에스(ANTS) 지분 전량을 사위인 데니스 구 에이앤티에스 대표이사와 구 대표의 숙부인 구자겸 엔브이에이치(NVH)코리아 회장에게 20억원에 매각했다. 에이앤티에스는 최신원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에스케이텔레시스 등 에스케이 계열사에 통신장비를 납품해왔다.

대기업 계열사 관련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은 지난해 2월 시행된 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2월부터 적용이 본격화했다.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회사 기준 30%(비상장 20%)를 초과하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웃돌거나 연 매출의 12%가 넘으면 관련 규제 대상인데, 에이앤티에스는 지난달 지분 매각 이전엔 적용 범위에 들었다. 최태원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최신원 회장이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했고 지난해 전체 매출액 940억원 가운데 96%인 900억원이 그룹 내부거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당 이득 여부 등을 살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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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을 기준으로 본인과 그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살펴 적용한다. 친족의 범위는 배우자와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다. 에스케이그룹에서 동일인은 최태원 회장이다. 최신원 회장의 사위로 에이앤티에스의 지분을 사들인 데니스 구 대표는 최태원 회장을 기준으로 5촌 관계의 인척에 해당한다. 규제 기준선인 최태원 회장의 4촌 내 인척에서 한 단계 멀리 있다. 통상 최신원 회장에게는 매제인 박장석 에스케이씨 고문보다 사위인 데니스 구 대표가 훨씬 가까운 관계로 보인다. 하지만 현행법의 친족범위 규정상 박 고문의 지분은 규제와 관련돼도 구 대표의 지분은 관련이 없다. 그래서 ‘사위 매각’이 묘수일 수 있는 셈이다.

에이앤티에스에 대한 실질적인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신원 회장이 재직중인 에스케이씨의 한 임원은 “사위인 데니스 구 대표가 지분 50%를 산 것은 (나머지 50%를 매입한) 구 대표 숙부의 요구 때문이다. 에이앤티에스는 에스케이텔레시스와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가 지분이 모두 빠질 경우) 매각 뒤 물량을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임원은 “내부거래 물량을 줄이면 매출이 줄어 고용불안의 문제가 생긴다. 제3자에 매각하려 해도 부채비율이 높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후로 대기업집단은 일감 몰아주기의 특혜는 유지하면서도 규제는 피할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친족에게 매각해 아예 그룹에서 독립시키는 계열 분리가 대표적이다. 합병으로 총수 일가 지분율을 낮추기도 한다. 에이앤티에스 외에도 에스케이그룹에는 에스케이씨앤씨(SK C&C) 등 규제 대상 기업들이 있는데, 에스케이씨앤씨의 경우 지난 1일자로 지주회사 에스케이와 합병하며 최태원 회장과 친족의 지분율을 규제 기준(30%)에 근접하게 낮췄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의 실질적 행태는 바꾸지 않은 채 친족 분리나 합병으로 지분율 낮추기 등 회피만 하고 있어 규제 도입의 취지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에이앤티에스는 규제 범위 밖의 친족에게 매각해 규제를 피해간 것을 볼 때 친인척 범위를 줄이자는 재계의 주장과 반대로 범위를 오히려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