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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2일 13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02일 13시 05분 KST

포천 여중생 살인범 잡을 수 있을까

연합뉴스/한겨레
실종된 지 90여일 만에 피살된 채로 발견된 여중생 엄아무개양의 노제가 열린 13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ㄷ중학교에서 같은반 친구들이 엄양의 영정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경기도 포천의 한 배수로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여중생의 한을 이제 풀어줄 수 있을까.

이른바 '태완이법' 시행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경기북부지역의 미제 살인사건에도 새로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수사 전문가들은 공소시효 폐지가 곧 사건 해결의 열쇠는 아니라며 미제사건 전담팀 운영 방식을 새로 짜는 등 체계적인 수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에 따르면 2004년 발생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포함해 경기북부지역에서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 장기미제 살인사건은 모두 9건이다.

2004년 2월 8일 포천시 소흘읍의 한 배수로에서 엄모(당시 15세)양이 얼굴에서 가슴까지 훼손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때였다.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붉은색 매니큐어가 어설픈 솜씨로 칠해진 것이 사건의 특징으로, 그 때문에 '포천 매니큐어 살인사건'으로도 불렸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1년간이나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현장 근처에 폐쇄회로(CC)TV가 없는데다 다른 단서나 제보도 없어 수사는 10년 넘게 답보 상태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고 범인 검거에 부담을 느낀 포천경찰서 강력1반장 윤모(47) 경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여중생 피살사건도 7년째 해결이 안 된 상태로 남아있다.

2008년 9월 의정부시내 한 빌라 안에서 당시 14살이던 중학생 최 모양이 괴한의 흉기에 찔린 채 어머니에게 발견됐다. 부검 결과 최양의 몸에서 극소량의 정액이 나와 경찰은 '강간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현장 정밀수색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모를 확보해 DNA 추출에 성공했으나 일치되는 인물을 찾지는 못했다.

2005년 4월 남양주시 진건읍 47번 국도변에서 택시운전기사 김모(57)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이틀 뒤 서울에서 김씨의 택시를 찾았을 뿐 아직 사건의 단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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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시간(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청이 2013년 7월 발간한 '중요강력범죄 장기미제사건 수사를 위한 효율적 제도 연구' 보고서를 보면 중요강력범죄는 사건 발생 2개월 뒤에도 범인을 잡지 못하면 수사가 전면 중단되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집중수사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죄수사규칙에 사실상 영구미제사건으로 분류하는 판단기준인 '전혀 검거할 가망이 없는 상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한번 미제사건으로 분류되면 영구미제사건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경찰 내부에서 고착됐다는 것이다.

또 전국 지방경찰청별로 미제사건 전담 수사팀에는 평균 불과 3명 이내의 수사관이 배치돼 있어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경기경찰2청 관계자는 2일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미제사건 전담팀 인력이 한두 명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억울한 피해자의 아픔을 한 번이라도 더 어루만지게 되는 데 우선 의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형사들이 오롯이 한 사건에만 매달릴 수 있는 현실이 아닌데 결정적 제보나 증거 없이 갑자기 사건이 해결될 리는 없다"면서 "국민에게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강력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려면 체계적인 수사시스템부터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살인사건 미검거 건수는 2009년 1천390건 중 41건(3%), 2010년 1천262건 중 138건(11%), 2011년 1천221건 중 57건(4.7%)으로 집계됐다.

'태완이법'이란 대구에서 황산 테러를 당해 목숨을 잃은 김태완군 사건이 영구미제가 될 위기에 처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형사소송법이다. 고의로 사람을 살해하고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