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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16일 13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7월 16일 13시 49분 KST

‘어셈블리' 정현민 작가 송곳대사, 이번에도 뾰족했다[첫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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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을 통해 각종 명대사를 탄생시켰던 정현민 작가의 송곳대사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낯선 배경의 정치 드라마에서 귀에 쏙쏙 박히는 정현민 작가의 날선 대사가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정현민 작가는 지난해 ‘정도전’에서 포인트를 찌르는 명대사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만두 한 쪽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자는 만두 접시를 노리지 않는다”, “정치엔 선물이라는 것이 없네.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주는 뇌물만이 있을 뿐”, “정치하는 사람에겐 딱 두 부류의 인간만 있다. 하나는 적, 다른 하나는 도구” 등 이인임(박영규 분) 표 대사는 시청자에 곱씹을 거리를 안겼던 것.

이 같은 정현민 작가표 명대사는 ‘어셈블리’ 첫 회에서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로 작용했다. “대본에 피를 막 발라놓은 것 같다”는 백도현 역 장현성의 말처럼, 정현민 작가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고민, 노동자의 좌절, 취업준비생의 고뇌 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날 드라마는 한국 수리조선소에서 부당해고 당한 진상필(정재영 분) 등 한수조 정리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의 목숨을 건 투쟁부터, 진상필이 경제시 보궐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을 제안 받는 모습까지 숨 쉴 틈 없이 그려지면서도 뇌리에 남는 대사를 남겼다.

#“왜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습니까”-진상필

한수조 정리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는 이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던 소송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1심에서 회사, 2심에서 이들의 손을 들었는데, 상고심에서 결국 회사의 편에 선 것. 이에 진상필은 판사 앞에 억울함을 토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저 사과를 원하는 억울하고 힘없는 소시민의 울분이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진상필은 “왜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는 애 달래는 척 하다가 뺨 때렸잖아요. 또 때렸잖아요. 호떡 구울 때도 한번만 뒤집지 두 번은 안 뒤집습니다. 호떡도 그런데 대한민국 법이 호떡만 못합니까”라며 “우리는 사과도 모자라 맨날 빌고 산다. 빚쟁이한테 빌고 이혼하자는 마누라 앞에 빌고 공납금 달라는 애새끼 앞에서 빈다. 그런 우리 명줄 끊어놓고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못하냐”고 울부짖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울컥하게 했다.

#“완장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라는 상징”-최인경

뛰어난 정무감각과 까칠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국회 최고의 테크니션, 정치홀릭인 인경(송윤아 분)은 정치에 대한 도도한 자부심을 가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기품 있어 보이지만, 욱하는 성질의 그는 백도현(장현성 분)의 비서관으로 국회에 들어와 보좌관을 거쳤고, 현재는 자신의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정치컨설팅업체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경제적인 압박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인경은 한국수리조선소 회장(조재현 분)이 금배지에 침을 흘리면서 “살면서 어지간한 완장 다 차봤는데, 이만한 완장 못 봤다”고 느물거리자, 똑 부러진 목소리로 “완장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라는 상징이다”라고 말하며 그가 가져온 1억 원의 뇌물을 단칼에 거절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정치에 대한 신념을 보여줬다. 또 정치하는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적대시하는 진상필에게 “국회의원 300명을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건 참을 수 없다. 같잖은 의원도 많지만 나라 생각하는 의원도 많다”며 열을 올리는 그의 모습이, 그와 진상필이 어떤 호흡을 보일지 관심을 끌었다.

# “뜨거운 감자를 손에 오래 쥐고 있다가는 손만 덴다”-박영규

집권 공화당의 재선의원인 당내 최대계파인 친청파(친청와대파)의 리더 백도현과 당권장악을 노리는 반청파(반청와대파)의 수장 박춘섭(박영규 분)의 만남은 그 자체로 불꽃이 튀었다. 이들은 차기 총선을 일 년 남겨두고 실시되는 보궐선거에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경제시에 세우기 위해 치열한 물밑작업을 했는데, 이들이 바둑을 두면서 나누는 대화가 팽팽히 오가 시선을 끌었다.

박춘섭은 “난 이거 싸움바둑밖에 배우질 못해놔서”라고 공격적으로 바둑알을 올리며, 청와대가 개입한 후보를 내세우려는 백도현에게 “뜨거운 감자를 손에 오래 쥐고 있다가는 손만 덴다. 대충 핑계대고 던져버려라”고 압박했다. 또 박춘섭은 “소신만 앞세우면 정치가 너무 빡빡해진다. 소신은 꺾으라고 있는 거다”라면서 경제시 공천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는 백도현과 대치했다. 그는 “바둑이 좀 지저분해지겠구만”이라고 말하며 언론플레이를 시작, 정치 9단들의 치열한 이권다툼을 보여줬다.

#“해고, 그거 우리 같은 놈들 소원이다”-옥택연

그런가하면 옥택연은 20대 청년들의 취업난을 오롯이 그려냈다. 김규환(옥택연 분)은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며 어려운 가정형편에 밤에는 대리운전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 복직 투쟁 중인 진상필과 포장마차에서 시비가 붙었는데, “네가 해고가 뭔지 알아? 그게 얼마나 엿 같은 건지 알아?”라고 소리치는 진상필에게 “해고가 뭔지 가르쳐줘요? 해고 그거, 우리 같은 놈들 소원이다.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빌어먹을 해고 그거 당하는 게 소원이다. 알겠냐”고 맞서는 모습으로 그의 고민과 그가 처한 상황을 모두 설명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