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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11일 08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7월 11일 08시 48분 KST

'레딧 이용자의 난'으로 레딧 CEO 사퇴

ASSOCIATED PRESS
Ellen Pao speaks to members of the media at Civic Center Courthouse in San Francisco, Friday, March 27, 2015. A jury decided Friday that a prestigious venture capital firm did not discriminate or retaliate against Pao in a case that shined a light on gender imbalance and working conditions for women in Silicon Valley. (AP Photo/Jeff Chiu)

미국의 초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의 엘런 파오(45)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사퇴했다.

명목상 이사회와 상의를 거쳐 합의 하에 물러난 것으로 발표됐으나, 실제로는 일방통행식 운영·경영 행태를 참다못한 사용자들의 반란으로 축출된 것이다. 레딧은 트래픽 기준으로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1위이며 전체 웹사이트들 중 10위다.

물러난 파오는 '실리콘밸리 성차별 재판'의 원고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파오는 이날 레딧 게시판에 본인 계정(/u/ekjp)으로 '사직,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레딧에 2년 넘게 근무한 후 나는 오늘 사직했다"며 "내가 레딧의 CEO로 보낸 8개월간 좋은 것과 나쁜 것과 흉한 것을 봤다. 좋은 것은 정말 영감을 줬고 흉한 것은 인간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CEO이며 레딧의 공동창립자 중 하나인 스티브 허프만(레딧 계정 u/spez)이 CEO로 복귀하게 된다.

파오는 연말까지 이사회 고문으로 재직할 예정이다.

파오는 "이사회는 앞으로 6개월간 내가 레딧의 핵심 원칙을 견지하면서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이용자 성장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을 사임 이유로 밝혔다.

하지만 사임한 실제 배경은 최근 발생한 '이용자의 난'이다.

레딧 산하의 게시판 기반 커뮤니티는 '서브레딧'이라고 불리는데, 60여만개의 서브레딧은 무료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대체로 자율적으로 관리돼 왔다.

레딧 CEO 엘렌 파오

아예 확실한 불법이 아닌 한 서브레딧의 운영에 간섭하는 것은 레딧 경영진이 극도로 꺼려 왔으며, 이에 따라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야말로 레딧 이용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였다.

그런데 파오가 '임시 CEO'로 재직한 8개월간 이용자들의 불만이 서서히 늘었다.

서브레딧들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서브레딧 관리를 담당하는 열성 사용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체인지닷오그'라는 청원 사이트에서 "파오가 레딧 CEO에서 물러나도록 하라"고 레딧에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이 서명운동에는 4주간 21만여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달 2일 빅토리아 테일러(레딧 계정 /u/chooter)라는 레딧 여성 직원이 아무런 예고나 설명 없이 갑자기 해고된 후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인 테일러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레딧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서브레딧 운영자들과 레딧 경영진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레딧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행사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MA)의 섭외와 관리를 담당해 왔다.

파오가 테일러를 해고한 것을 계기로 상당수 인기 서브레딧들이 항의의 표시로 사실상 그룹을 폐쇄 상태로 전환했고, 많은 자원봉사 운영자들이 "빅토리아(테일러) 없이는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항의했다.

알렉사닷컴 등 트래픽 조사 전문기관 자료에서도 이 사건 이후 레딧의 순위가 급락했다.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으나, 파오가 '실리콘밸리 성차별 재판'의 원고로 유명한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여성인 파오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KPCB) 유한회사'에 근무하다가 진급에서 누락되자 "성차별 탓에 진급에서 누락되고 해고됐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KPCB에서 퇴사했다.

당시 파오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계속 진급에서 누락됐다며, 자신보다 실적과 능력이 못하거나 비슷한 수준인 남성 임원들은 진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료와 상사들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상습으로 해 왔고 여성을 깔보거나 배제하는 성차별적 비즈니스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PCB는 파오가 동료들과 투자 파트너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등 필요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 진급 실패와 해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파오가 남편의 파산 등으로 돈이 필요하게 되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올해 3월에 나온 1심 평결은 파오의 전부패소, KPCB의 전부승소로 끝났다. 4월 판사가 내린 1심 판결도 파오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평결의 판단을 유지했다.

파오는 실리콘밸리의 여성 차별 문제를 제기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나,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은 부하 여성 직원을 별다른 설명조차 없이 해고한 점이 문제가 돼 결국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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