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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04일 12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7월 04일 12시 48분 KST

대기업 사고마다 하청업체만 '희생양'인 4가지 이유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에서 폐수처리장 저장조 폭발로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이 외주를 맡긴 공사의 안전 관리 문제가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대기업 사업장 안에서 이뤄지는 공사는 더 안전하게 관리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빈발하는 사고로 '협력업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생명을 잃고 다치는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1. 폭발·질식 : 희생자는 매번 하청업체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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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진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 안에 무너진 건물 잔해와 함께 주인 없는 안전모가 뒹굴고 있다.

3일 오전 9시 16분께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인 현대환경 소속 근로자 이모(55)씨 등 6명이 숨지고, 공장 경비원 최모(52)씨가 다쳤다.

가로 17m, 세로 10m, 높이 5m, 총 용량 700㎥ 규모의 폐수 저장조가 폭발해 상부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6명이 모두 숨진 것이다.

두께 약 20㎝의 콘크리트로 된 저장조 상부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폭발 충격이 컸던 데다, 작업자들이 폐수로 가득 찬 저장조에 빠지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저장조 내부 가스가 새어 나와 용접 불티와 접촉해 폭발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4월 30일에는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내 10층짜리 공장 옥상에 설치된 배기덕트에서 내부를 점검하던 협력업체 직원 서모(42)씨 등 3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숨진 작업자들은 산소농도 측정 장비를 소지하지 않았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 1월에는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숨졌고, 지난해 12월에는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역시 질소가스 누출로 협력업체 3명이 질식사했다.

이처럼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주요 사업장에서 각종 설비를 설치·정비·점검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빈발하고, 그에 따른 인명피해는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집중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청업체로서는 대기업 공사를 따낸 성과가 재앙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2. '알면서 모른 척' : 위험·책임에 눈감은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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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울산시 남구 한화케미칼 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에 대해 한화케미칼 김창범 대표이사가 사과하고 있다.

대기업이 공사를 사외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핵심 공정이 아닌 설비 정비나 점검 등 부수업무를 모두 직접 수행하기에는 전문성에 한계가 있고, 업무 효율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일거리를 준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장려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외주를 주는 공사는 대다수가 어렵고 위험한 '3D업종'인 데다, 일단 하청업체에 맡기면 '내 일'이 아닌 '남 일'처럼 다룬다는 데 있다.

이런 토양에서는 안전의식이 싹트고 자랄 수가 없다.

한화케미칼 측은 3일 사고와 관련해 "(작업이 이뤄지는)저장조 외부의 인화성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작업을 허가했지만, 콘크리트로 밀폐된 저장조 내부는 측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용접 작업이 저장조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 가스를 측정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것이다.

'미필적 고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학성 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집수조는 폐수 악취나 유독물질 배출을 방지하기 위해 덮개를 덮는데, 그 속에서 필연적으로 가스가 생긴다는 것은 업무 담당자들에게는 상식"이라며 "집수조 안으로 연결되는 맨홀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완벽한 밀폐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전에 조치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급급해 '최저가 낙찰제'로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대형 사고가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비용에 맞춰 수익을 내야 하는 하청업체는 작업 인력을 줄이거나 공기를 단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철저한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하청업체에는 버거운 일이다.

또 정작 사고가 나면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문제다.

작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한발 물러서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사고와 재발 방지 약속으로 무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희생자 처리를 놓고 원청업체는 보상 책임을 미루고 유족이 이에 반발하는 광경은 이미 낯설지 않다.

이광주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사무국장는 "하청업체에 저비용과 공기 단축을 강요하는 최저가 낙찰제 대신 적정가 낙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사고가 나면 원청업체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제한적인데 이를 보완하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 하청업체 안전의식 강화 등 자구책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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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울산시 남구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졌다. 이날 사고 현장의 모습.

하청업체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경영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숙련도가 떨어지는 직원을 현장에 투입하고, 직원 안전교육도 형식적으로 진행하기 일쑤다.

그나마 잦은 이직 때문에 불과 열흘짜리 작업 도중에 현장 투입 인력이 바뀌는 일도 다반사다.

업무 이해는 물론 안전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보통은 원청업체가 작업장 관리나 사전 안전 교육을 지원해야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대기업에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청업체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안전이나 교육보다는 작업속도에 매달리고,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는 원청업체도 안전사고 가능성을 묵인하면서 사고는 대형으로 치닫고 있다.

4. 뒷짐 진 노동부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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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부경찰서는 폐수처리장 저장조 폭발로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에 대해 4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경찰 관계자가 압수수색 대상이 된 한화케미칼 환경안전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업장 안전을 관리하는 고용노동부의 역할도 기대 이하다.

고용부는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공생협력단'을 꾸려 협력업체 사업장에 대한 산재 위험성을 평가하고 개선계획을 수립해 고용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이 역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울산석유화학단지 근로자는 "산재 개선계획이라는 게 주로 안전교육을 하는 형태인데, 진짜 계획대로 교육하면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면서 "교육시간을 채운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고, 원청업체도 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고용부 등이 사고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기업들과 공유하는 것도 하청업체 사고피해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지만, 이 또한 부실하다.

대기업들이 인명피해가 없거나 경미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사고는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 당장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관계 기관 조사를 받거나 안전·친환경 기업 공인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학성 교수는 "대기업이 책임감을 느끼고 사고 수습, 원인 분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당국도 하청업체 직원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