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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03일 08시 1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7월 03일 08시 19분 KST

'그리스 사태'로 악몽이 된 신혼여행

AP/연합뉴스

"배가 고프고 노숙자가 된 느낌이에요. 이틀 동안 울기만 했어요."

'꿈의 여행'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 그리스인 부부의 신혼여행이 고국의 경제위기 탓에 악몽으로 변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달 6일 그리스의 항구도시 볼로스에서 결혼식을 올린 콘스탄티노스 파트로니스(39)와 발라시아 림니오티(36·여) 부부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카리브해까지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3주간의 미국 횡단여행으로 허니문을 즐기기로 한 이들 부부는 1년 동안 저축한 돈으로 항공편과 호텔 예약을 마치고도 넉넉한 여행자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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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현금을 주로 사용하던 부부는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를 쓰는 게 좋다'는 주변의 조언에 그리스의 은행 2곳에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하나씩 발급받아 여행길에 올랐다.

그러나 카드를 주 결제수단으로 마련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처음 문제가 발생한 것은 신혼여행이 한창이던 뉴욕 맨해튼의 호텔에서 45달러의 추가요금이 카드로 결제되지 않았을 때였다.

얼마 남지 않은 현금으로 추가요금을 낸 이들은 자신들의 카드로는 현금도 인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아 지난달 29일부터 자본통제를 실시하면서 해외로 자금 이체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때우면서 돈을 아껴봤지만, 결국 빈털터리가 된 부부는 여러 끼를 굶다가 결국 뉴욕 시내의 그리스정교 교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교회로부터 350달러를 받아 귀국하기 전까지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리스 볼로스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 언론인도 부부의 사연을 듣고 성금을 쾌척했다.

파트로니스 부부는 이들에게 "반드시 돈을 갚겠다"고 말했지만, 교회 측과 그리스 출신 기자는 "선물로 생각하라"며 갚을 필요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림니오티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 있는 또 다른 그리스인들이 우리처럼 빈털터리 신세라는 이야기를 친척들로부터 들었다. 미국의 병원에 있는 그리스인 환자들은 치료비도 못 내고 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고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림니오티는 "우리가 게으르거나 잘못된 일을 해서 이런 상황에 빠진 게 아니라는 점을 전 세계가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