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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23일 11시 2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23일 11시 27분 KST

세월호 다큐 감독 사무실 턴 '빈 사무실 전문' 절도범 검거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서울 영등포구의 한 화상경륜장에서 이달 13일 경찰에게 상습절도 혐의로 체포된 조모(52)씨는 홀가분하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빈집털이로 붙잡혔다가 교도소에서 2008년 출소한 조씨는 1년 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며 더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범행의 유혹을 떨칠 수는 없었다.

2010년 1월 다시 범행하기로 마음먹은 조씨는 '전직'을 선택했다. 교도소에서 만난 '스승'을 통해 빈집털이 대신 빈 사무실을 터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사진은 조씨가 한 사무실에서 컴퓨터 부품을 훔치는 장면이 포착된 폐쇄(CC)TV 화면. ⓒ연합뉴스

조씨는 사전 답사를 통해 폐쇄회로(CC)TV 위치를 철저히 파악했고, 만에 하나 실수로 CCTV에 잡히더라도 추적을 피하려고 바꿔 입을 옷을 미리 준비했다.

인적이 드문 자정 시간에 불 꺼진 빈 사무실을 털 때는 노루발못뽑기(일명 '빠루')로 문을 부수거나 디지털 도어락을 풀었다.

조씨는 사무실 디지털 도어락 비밀번호는 대부분 네 자리이고 잘 변경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누른 흔적이 많은 번호를 임의로 조합하면 조씨는 디지털 도어락을 아무리 길어도 1시간 안에 풀 수 있었다.

사무실에 침입해도 조씨는 검거되지 않으려 주의에 또 주의를 기울였다. 컴퓨터 뚜껑을 열어 CPU나 그래픽카드를 훔치거나 상품권 등을 들고 나왔다.

DSLR 카메라같이 덩치가 큰 물건은 눈에 띄어도 손대지 않았다.

조씨는 이렇게 5년 넘게 범행을 이어가며 빈 사무실 500여 곳을 털었다. 하지만 조씨는 붙잡힌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조씨는 경찰에 검거되는 꿈을 꾸다가 깨면 교도소 안에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불안에 시달렸다고 했다.

결국 조씨는 경찰의 끈질긴 CCTV 추적 끝에 꼬리를 잡혀 5년 동안의 범행에 막을 내렸다.

붙잡힌 조씨는 범행을 모두 시인했으며, 경찰은 조씨의 기억을 통해 서울 강서·양천·마포·영등포에서 범행한 6천만원어치 148건을 밝혀냈다. 피해자 가운데는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감독도 있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3일 조씨를 구속하고, 조씨에게 훔친 물건을 사들인 혐의(업무상과실장물취득)로 최모(41)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의 진술을 토대로 또 다른 범죄를 확인하고 있다"며 "빈 사무실 털이를 당하지 않으려면 사무실 주변에 CCTV를 설치하거나 디지털 도어락 비밀번호를 다섯 자리 이상으로 조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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