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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18일 11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18일 12시 06분 KST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배운 '청문회 통과하는 3가지 비법'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나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도 받았다. 이제 ‘황교안 국무총리’가 됐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제44대 국무총리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남겼다. 남다른 전술로 인사청문회에 임한 황교안 총리로부터 3가지 ‘비법’을 배워보자.

1. 일단 ‘청문회에서 말하겠다’고 하라

공직자 인사검증 절차는 ‘황교안 이전’과 ‘황교안 이후’로 나뉠 수 있다. 그동안에는 보통 이런 식이었다.

1. 대통령이 국무총리, 장관 등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자를 지명함.

2. 국회와 언론의 검증 작업이 시작됨. (재산, 병역, 투기, 전관예우, 비리, 위장전입, 탈세...)

3. 언론 등을 통해 의혹이 확산됨.

4. 후보자는 해명에 나섬. (해명자료, 인터뷰, 공개검증)

5. 청문회가 열림. 기존 의혹 및 새로운 의혹·의문 제기 & 소명 또는 해명.

(이하생략)

이번에는 달랐다.

4. ‘청문회에서 답하겠다’고 말함.

황 후보는 달랐다. 황 후보는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청문회 때 밝히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철처하게 회피했다. 통상 의혹 제기되면 이에 대한 해명이 이뤄지고 해명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을 중심으로 문제점이 지적되지만 황 후보자는 이를 건너뛴 것이다. (아시아경제 6월14일)

2. 자료 제출 요구는 거부하라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거의 아무런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문회가 열렸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황 후보자 쪽이 제출을 거부한 자료는 전관예우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변호사 수임 기록, 병역면제 사유와 관련한 건강보험 기록, 증여세 탈루 의혹 해소를 위한 가족 간 금융거래 기록 등이었다. 제출 거부 이유로는 ‘사생활 침해’ ‘영업상 기밀’ ‘자료 부재’ 등을 꼽았다. (한겨레21 제1066호 6월16일)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는 이런 질의 자체가 필요 없습니다.

청문회에 앞서, 공직 후보자의 병역이나 범죄 경력, 납세 실적 등을 연방 경찰 FBI와 국세청 IRS, 정부윤리실이 길게는 몇 달에 걸쳐 검증합니다.

수사 수준의 검증이 이뤄지고, 자료가 사실과 다를 경우 처벌도 가능합니다. (JTBC 6월10일)

황교안 후보자는 뭘 믿고 그랬을까?

참고로 관련법에 규정된 인사청문회 기간은 다음과 같다. 적당히 3일만 버티면 된다.

15일 :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3일 : 인사청문회 기간은 3일 이내로 한다.

3일 :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기한을 넘길 경우,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와 달리 통상 인사청문회가 60~90일간 진행된다. 법적으로 정해진 기한도 없다. 시간끌기 만으로 인사청문회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시간을 구속하는 제도상의 특성을 갖고 있다. 황 후보자는 이같은 제도를 최대환 활용해 같이 사전검증을 최대한 피하고 자료 제출을 늦췄다. 그 결과 인사청문회는 쟁점이 후보자 개인의 의혹제기 보다는 자료 제출을 둘러싼 논란으로 전개됐다. (아시아경제 6월14일)

3. 다 해명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황교안 총리는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해명하겠다고 나설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앞서 낙마했던 안대희 총리 후보자처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기간 내내 “청문회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며 ‘고장난 녹음기’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정작 인사청문회장에서 그는 제기된 의혹에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자 ‘미스터 국보법(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황 후보자가 “세법을 잘 몰라서…”라는 핑계까지 대는 등 속 시원한 해명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경향신문 6월8일)

병역면제에 대해서도 “국가와 국민께 빚진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는 1980년 만성담마진(두드러기) 증상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그러나 담마진 치료 기록은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한겨레21 제1066호 6월16일)

그런데도 안대희가 낙마한 것은, 그가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그러함을 청문회에서 입증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직자 후보 청문회를 후보자가 자신이 자격 있는 좋은 사람임을 대중에게 입증하는 자리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려 했고 밝혀진 허물에 대해서는 대중의 용서를 빌고자 했다.

(중략)

하지만 황교안은 그런 청문회의 성격을 바꿔버렸다. 그는 청문회를 의원-검사들이 공직후보자-피고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장소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의원-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직후보자-피고는 자료를 입맛대로 제출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은 어리석게도 황교안의 프레임 조작에 휘말려 야당 의원들의 “한방 없음”을 꾸짖어댔다. 그런 중에 청문회라는 제도 자체가 망가진 것이다. (김종엽, ‘안대희와 황교안 그리고 청문회’ - 6월18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될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총리는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늘 '법치국가', '법치주의'를 입에 달고 사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황 총리는 18일 법무부장관 이임식에서도 '법치'와 '법질서'를 말했다.

"국민행복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법질서를 확립하고 고질적인 부조리와 적폐를 가려내어 국가개혁에 나아갈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 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