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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18일 08시 2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18일 09시 44분 KST

신경숙과 창비 반응에 문단 내외부 거세게 비판

한겨레

허핑턴포스트의 블로그를 통해 소설가 이응준 씨가 소설가 신경숙이 단편소설 ‘전설’에서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한 지 사흘이 지났다. 신 씨는 어제 표절이 의심되는 대목에 대해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며 일축했고 창비는 "몇몇 문장에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두둔했다.

그러나 신 씨와 창비의 해명 이후 오히려 문단 내외부에선 '최악의 반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몇몇 문단의 인사들은 실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명인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신 씨가 우리 문학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작가로 존중하지만 ‘모르는 작품’이라는 해명은 최악의 대답”이라며 “예비 작가 시절 수련할 때 여러 작품을 베껴 써봤을 텐데 모른다는 식의 대답은 자충수”라고 말했다.

'우국'의 번역자 김후란도 유사성 지적

특히 표절의 대상이 된 ‘우국’의 김후란 시인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문 나온 걸 보니까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정말 많이 흡사했다”며 “원작자가 살아 있었다면 뭐라고 하겠지만 그 사람도 지금 세상을 떠난 사람이고. (신씨는) 작가로서는 (‘전설’을 쓸 때) 뭔가 자기 입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씨는 동아 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소설을 보든, 보지 않았든 창작자는 다른 작가와 비슷한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문학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경향신문에 “예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한국문단의 일이니 ‘내부 비판자’가 나와주기를 기대했다”며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성숙과 겸손의 계기로 만들 수 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권성우 문학평론가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응준 소설가가 커다란 용기를 내서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다”며 "1999년 무렵 비평가 박철화씨를 중심으로 신경숙 표절에 대한 지적이 있었을 때는, 예로 든 텍스트나 논지가 좀 모호하고 애매한 대목이 있어서 쉽게 이렇다 저렇다고 판단하기 곤란”했지만 “이번 이응준씨의 글은 상당히 명쾌하고 설득력이 있어서 쉽게 무시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썼다.

SNS에선 문단 자성의 목소리

작가 고종석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신경숙 씨 입장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그런데 창비의 입장이라는 건 지적 설계론 찜쪄 먹을 우주적 궤변이다. 박근혜도 한 수 배워야겠다. 이거 백낙청 선생 의견으로 받아들여도 돼?'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소설가 장강명씨는 페이스북에 "이게 표절이 아니라면, 한국 소설은 앞으로 짜깁기로 말라죽게 될 것"이라며 젊은 작가들의 창비에 항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택광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시장의 논리가 문단의 논리'가 되었다며 비판했다.

문단의 공생관계가 문제다

홍형진 소설가는 이번 계기에 알게 된 한국 문단의 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글 자체가 아니라 표절 논란을 대해온 일련의 태도가 문제가"라며 "1999~2000년에 크게 불거졌지만 그리 머지않은 2003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2004년에 이상 문학상 심사위원을 지냈다는 건 그냥 없었던 일로 취급했다는 거다. 지금은 동인문학상 종신심사위원. 표절 논란이 있는 작가가 여러 굵직한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도맡으며 ‘절대권력’이라는 말까지 듣는 건 정말이지 한국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문학평론가 오길영 충남대학교 교수는 문단의 공생관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불거진 것은 표절 문제지만 여기에는 창비와 문동(문학동네)라는 한국문학계의 권력집단과 베스트셀러 작가의 공생관계가 깔려 있다"라며 "창비와 문동(문학동네)의 편집진, 편집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작금의 표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돌려 말하지 말자. 표절인가, 아닌가. 신경숙 작품은 정말로 대중성과 예술성의 행복한 결합을 이룬 드문 사례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한편 신 씨의 소설은 지금까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창비에서 출간된 바 있으나 창비를 제외하고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신씨가 종신 심사위원으로 있는 조선일보사 주관의 동인문학상 측 역시 표절 의혹에 대한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