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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12일 10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12일 10시 35분 KST

정부 지정한 '메르스 거점 병원', 음압병상도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정부가 ‘메르스 거점 의료기관’와 ‘선별진료소’ 등 협력할 병원 명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해당기관들은 선정된 사실조차 모르는 등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여전히 구색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겨레>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해당병원 등에 확인한 결과, 정부가 발표한 16개 ‘메르스 치료병원’ 가운데 부산·경남을 포함한 5곳은 메르스 환자를 진료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앞서 10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국립중앙의료원 외에도 메르스 지역거점 의료기관을 확보해 메르스를 집중치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국 16개 메르스 확진자 치료병원과 32개 노출자 진료병원의 명단을 발표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방역복과 마스크 등 중무장을 하고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명단 가운데 부산대병원, 강원대병원,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은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 격리에 필수적인 음압병상(병실 안팎의 기압차를 이용해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이 아예 없거나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병원은 국비 지원을 받아 음압병상을 26개 짓고 있지만 다음달 완공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공사중인 것을 모르고 보건복지부에 잘못 보고해 동아대병원으로 병원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경상대병원엔 음압병상이 7개 있지만 지난달부터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현재 이용할 수 없다. 강원대병원에도 음압병상이 없어 급히 ‘이동형 음압시설’을 마련하는 중이다.

발표를 앞두고 지자체나 병원과의 공조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치료병원으로 선정된 한 국립병원의 관계자는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사실은 뉴스를 보고 알았다. 정부는 발표를 한 10일 밤 늦게서야 공문을 보내 ‘11일 낮 12시까지 치료병원 운영계획을 내라’고 했다. 비상 상황에서 협조는 당연하지만 일방적인 통보와 요구에 황당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한 보건 담당자도 “정부 발표를 보면서 거점병원 명단을 알게 됐다. 최소한 보건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에는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권덕철 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우리가 지자체에 협의를 구하고 지자체에서 (병원을) 선정한 결과를 받아 통보하고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깜짝 발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앞서 9일 대책본부는 “전국 응급실 가운데 236개 기관이 메르스 의심환자를 별도로 진료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를 설치·운영 중”이라며 해당 병원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의료인이 내원 환자에 대해 메르스 의심을 이유로 환자를 진료거부하는 경우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명단에 오른 병원들 중 일부는 “금시초문”이라고 전했다. 서울지역의 한 병원 관계자는 “사전에 연락받은 것이 없는데 왜 명단에 올랐는지 모르겠다. 보호장구 등 지원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진료를 거부하면 처벌을 받는다고만 하니 국민과 의료진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가 면피용 대책으로 국민을 더 헷갈리게 하고 있다. 민·관 공조가 너무나 필요한 때에 처벌을 무기로 협조를 강요해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