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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9일 07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29일 07시 16분 KST

'이포보' 대형 하루살이의 습격(사진, 동영상)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남한강 이포보. 때 이른 폭염 속에 어스름이 깔려오기 시작하자 묵묵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부는 바람이 한낮의 더위를 말끔히 씻겨주는 듯했다.

그러나 가로등이 하나둘씩 들어오자 금세 왠지 모를 긴장감이 돌았다. 편의점은 간판등만 남긴 채 재빨리 내부 전등을 껐고, 자전거를 타던 주민들은 마스크를 뒤집어썼다. 백로의 알을 형상화했다는 이포보 위 거대한 구조물에 조명이 켜지자 사람들은 갑자기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모차를 끌던 엄마는 겉옷을 벗어 아이의 얼굴을 감쌌고, 중년의 남성은 입을 가린 채 공도교를 뛰다시피 건넜다. 인근 이천시에서 가족과 함께 이포보에 놀러 왔다는 송아무개(58)씨는 “조용히 강바람 쐬러 나왔는데 몇 분도 걷지를 못했다”며 곧바로 돌아갔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이포보 공도교를 걷던 한 남성이 마구 달려드는 동양하루살이 떼에 놀라 입을 가린 채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초여름 밤 한적한 강가에 비상을 건 장본인은 ‘동양하루살이’ 떼다. 비교적 깨끗한 물인 2급수 이상 하천이나 계곡에서 서식하는 대형 하루살이로, 몸길이는 10~20㎜, 날개 편 길이가 50㎜다.

강을 따라 놓인 자전거도로에서 동양하루살이는 불빛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머리와 옷에 다닥다닥 달려들었다. 일일이 손으로 털어내야 할 지경이었다. 해가 진 뒤 한두시간이 지나자 죽은 동양하루살이가 곳곳에 수북이 쌓였다.

이포보에서 3년 넘게 편의점을 운영하는 임아무개씨는 “2~3년 전부터 날벌레가 크게 늘어나 생업까지 지장을 받는다. 주민들 사이에선 ‘차라리 이놈들을 잡아 고기로 팔아 먹고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포보는 강천보와 여주보 중간이어서 물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려 유충이 떠내려가지 않아 하루살이가 극성을 부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름이 이제 시작인데…”라며 울상을 지었다. 편의점 한쪽에는 동양하루살이를 불어내기 위한 휴대용 송풍기도 놓여 있었지만, 문을 열고 영업을 하지는 못했다.

이포보 주변 대형 하루살이 때문에 편의점이 영업 시간에 정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남한강변에서 식당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성수기인데도 하루살이 때문에 손님이 없다. 아침마다 가로등과 간판, 가게 앞에 눈처럼 쌓인 죽은 하루살이를 빗자루로 쓸어 담는 게 일과가 됐다”고 토로했다.

‘동양하루살이의 습격’으로 남한강가는 물론 시내 주택가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시내에서 만난 주민 이인순(55)씨는 “몇 해 전부터 여름만 되면 하루살이 때문에 하루도 편히 못 살겠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원이 커지자 여주시는 지난 13일 10개 부서와 3개 동이 참여하는 ‘동양하루살이 합동방제단’을 꾸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수도권 주민의 젖줄인 남한강에서는 약품을 이용한 방역소독을 할 수 없다. 방역차에 물대포를 달아 유충을 향해 쏘고, 보의 배수문을 청소하고 있다. 아침에는 죽은 동양하루살이를 쓸어 담는 게 전부다.

해마다 이어지는 ‘동양하루살이의 습격’이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지낸 여주시의회 이항진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강변 수풀이 제거되는 바람에 하루살이의 천적인 민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한영 을지대 교수(보건환경안전과)는 “동양하루살이 유충은 통상 물에 떠다니다 물 흐름이 정체되는 구간의 수초에 달라붙는다. 이때 물고기들에 잡아먹히기도 하지만 우화가 돼 날아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남한강 쪽에 동양하루살이가 급증한 것은 4대강 개발 사업 등으로 물 흐름이 약해진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가 밝힌 동양하루살이 피해 예방법을 보면, 동양하루살이는 사람을 물거나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아토피 등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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