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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8일 17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28일 17시 48분 KST

잃어버리고도 몰랐던 법조인 집의 수상한 1억

한겨레

이사를 하면서 5만원권으로 현금 1억원을 붙박이장 위에 그냥 두고 갔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2개층 아래로 이사하면서 열흘이 지나도록 이 돈을 찾지 않았다. ‘법조인’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집에서 나온 현금 1억원의 정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전 법조타운 근처인 서울 서초구 ㅇ아파트. 이사를 앞두고 빈 아파트를 도배하던 인테리어업체 작업자들이 안방 붙박이장 위에서 종이로 포장된 꾸러미를 발견했다. 펴보니 헌 돈과 새 돈이 섞인 5만원권 다발이었다. 세어보니 1억원에 이르렀다. 놀란 작업자들이 인테리어업체 사장에게 이를 알렸고, 사장은 관할 서초경찰서에 신고했다.

새로 이사 오는 입주자의 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서초경찰서는 직전 거주자를 수소문했다. 마침 전 거주자는 돈이 발견된 아파트에서 2개층 아래로 이사를 갔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이튿날 돈을 찾으러 온 ㄱ(45)씨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려고 남편 몰래 모아둔 돈이다. 잃어버린 줄 알고 친척 등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편이 변호사”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ㄱ씨가 돈이 놓여 있던 위치와 포장지, 헌 돈과 새 돈이 섞인 5만원권 등 발견 당시 돈다발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술한 것으로 미뤄 돈 주인이 맞다고 보고 그 돈을 돌려줬다. 김씨는 돈을 찾아준 작업자들에게 주라며 사례비로 100만원을 경찰서에 두고 갔다고 한다.

돈은 주인을 찾아갔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금 1억원을 은행이 아닌 장롱 위에 놓아둔 점도 그렇지만, 그 큰 현금을 어디에 뒀는지도 모른 채 이사를 갔다고 주장하는 점, 게다가 바로 지척인데도 이사 뒤 열흘간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점은 상식과 어긋난다.

경찰은 무언가 ‘냄새’가 나는 현금 1억원의 출처를 따져보지 않은 채 ‘유실물’로 판단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27일 “정황상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지만 자신이 살던 집에서 돈이 나온데다 8억원대 전세를 살다가 10억원대 아파트를 구매해 이사하는 등 경제력이 있다고 봐서 돈을 지급했다. 별다른 범죄 혐의점이 없어서 남편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의 한 형사팀장은 “보통 분실물의 경우 주인이 맞는지 여러 각도로 확인을 하는데, 1억원 정도의 거액이라면 당연히 가족관계 등도 따져본다. 이번 경우처럼 남편이 변호사라고 했다면 돈의 출처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남편을 조사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현금 1억원’ 분실 소동은 동네에도 소문이 났다. 한 주민은 “집에 돈이 얼마나 많으면 현금 1억원을 잃어버리고도 모르냐”고 했다. 다른 주민은 “멀리도 아니고 아래층으로 이사를 갔는데 예전 살던 집에 돈을 찾으러 가지도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김씨의 남편을 변호사가 아닌 현직 판사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주민은 “판사면 월급이 뻔할 텐데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은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돈 주인 ㄱ씨는 “할 말이 없다”며 아무 해명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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