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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6일 06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26일 06시 48분 KST

경찰, 영장 없이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SW 도입 추진

경찰이 범죄 피해자·목격자·신고자의 스마트폰 속 내용을 압수수색영장 없이 들여다보고, 스마트폰의 패턴·숫자 비밀번호를 푸는 소프트웨어를 전국 경찰서에 보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별다른 통제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목격자·피해자 등의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어 사생활과 통신비밀 보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청은 지난달 ‘스마트폰 증거 추출’ 프로그램의 입찰을 진행하고 이를 올가을부터 전국 경찰서에 보급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스마트폰을 피시(PC)에 유에스비(USB) 포트로 연결해 사용하는 이 프로그램은 텍스트 메시지, 통화 내역, 전화번호부, 사진, 동영상, 음성, 문서파일을 뽑아낼 수 있다. 전체 정보를 추출할 수도 있고, 날짜와 키워드로 검색하거나 분류해 추출할 수도 있다. 이를 피디에프(PDF)나 엑셀(XLS) 파일 형태로 인쇄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에 유통중인 모든 스마트폰 기종을 대상으로 한다.

또 경찰은 스마트폰의 패턴·숫자 비밀번호를 푸는 ‘잠금해제’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입도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달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 입찰까지 진행했지만, 참여 업체들이 경찰청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현재 경찰청은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스마트폰 수사 프로그램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도입 이유로 들었다.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관계자는 “지방경찰청에 분석을 의뢰하면 적어도 2~3일씩 걸려 피해자와 목격자가 스마트폰 제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정보에 한해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한 뒤 빠른 시간 안에 증거를 추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서는 일선 경찰서에서 각 지방경찰청에 의뢰하는 스마트폰 분석(포렌식) 절차를 계속 이용하고, 새 조사 시스템은 피해자·목격자·신고자를 대상으로 동의를 받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범위한 사생활 정보를 담고 있는 스마트폰의 특성과 수사 관행에 비출 때 오·남용 우려가 크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의 대화 내용 등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데이터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찰 논란’을 빚은 카카오톡 서버 압수수색 대신 경찰서에서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데이터를 확보할 수도 있다. 임수경 의원은 “일선 경찰서까지 스마트폰을 열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깔겠다는 것은 수사의 신속성과 국민 편의를 핑계로 국민의 사생활을 국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겠다는 빅브러더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단독] ‘폰 안의 사생활’ 경찰이 곧장 볼수있어…수사권 남용 논란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