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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8일 10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18일 11시 13분 KST

박 대통령, 올해는 5·18 기념사도 안 썼다

5·18 민주화운동이 이렇게까지 홀대 받은 적이 있었을까?

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아니라 부총리가 기념사를 쓰고 읽었다는 소식이다. 졸지에 ‘부총리급’ 행사로 격하된 셈이다.

18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35주년 기념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하고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로 총리 공백이 한달여동안 이어지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 자격으로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기념사를 했다. (연합뉴스 5월18일)

지난 2012년 12월10일, KBS에서 열린 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토론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한겨레/국회사진기자단

보도에 따르면, 5·18이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기념사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하거나 불참할 경우에라도 국무총리가 대독해왔다. 반면 올해는 대통령이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물론, 기념사도 대통령이 아닌 ‘부총리’ 이름으로 작성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취임 첫 해에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기념사는 국무총리가 대독하도록 했다.

참고로 5·18민주화운동은 1997년 정부가 정한 국가기념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예비후보 시절이던 2007년,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박 후보는 이 날 오후 광주 현지 한 극장에서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마음 아프고 무거운 심정으로 영화를 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7년 전 광주시민이 겪은 아픔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며 "그 눈물과 아픔을 제 마음에 깊이 새기겠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선진국을 만들어 광주의 희생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뷰스앤뉴스 2007년 8월5일)

한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경제활성화, 공무원연금 개혁, 선진사회 등을 언급했다.

“지역과 계층, 세대와 이념의 벽을 넘어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도 들어있긴 했다.

아래는 뉴시스가 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국무총리 대행)의 기념사 전문.

최경환 총리 대행,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오늘 5·18민주화운동 서른다섯 돌을 맞아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매우 뜻 깊은 자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민주영령들의 고귀한 넋을 기리며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그날의 아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앞장서 오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빛고을 광주에서 뜨겁게 타오른 5·18민주화운동은 우리의 민주화에 이정표를 세우고 국가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민주․정의․인권의 5·18 정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제 5·18 정신을 받들어 진정한 선진사회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민생을 안정시켜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이룩해야 합니다.

ckh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금 공무원 연금개혁을 비롯하여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동시에, 우리 미래 세대들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쌓여온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고,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역과 계층, 세대와 이념의 벽을 넘어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국정 각 분야의 개혁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 양보와 상생의 정신으로 온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풀어간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국가적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온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5.18민주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보답하며, 그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우리 현대사의 '위대한 여정'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토대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꽃을 활짝 피워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세대가 이루어야 할 시대적 사명입니다.

5·18을 통해 민주화의 전기를 만들어 온 것처럼 평화통일의 새 역사를 이루는 데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이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5·18민주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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