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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8일 07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18일 07시 55분 KST

난기류로 비행기 흔들려도 불안해할 필요 없는 이유

2006년 6월9일 오후 5시40분께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비행하던 아시아나항공 8942편 항공기가 김포공항에 접근하려 기수를 내리던 중 경기도 일죽 부근 상공에서 우박에 부딪혀 항공기 앞부분이 날아가고 조종실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항공기는 무사히 착륙했지만 시민들의 불안이 안착하기에는 꽤 시일이 걸렸다. 이 항공기가 만난 것은 뇌우다. 뇌우는 적란운이라는 소나기구름이 모여 발달하는 국지적 폭풍우로, 심한 난기류, 번개, 맹렬한 소나기, 심한 착빙, 우박 등을 동반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통계를 보면, 항공기 사고의 21% 정도가 기상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악기상은 항공기 여행객들이 직접 경험할 확률이 높아 조종사의 실수나 항공기 결함에 비해 더 큰 두려움을 준다. 항공기 결항의 절반이 기상 때문인 점도 탑승객들의 항공기상에 대한 공포증을 키운다. 기상청 산하 항공기상청이 2005~2013년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결항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기상이 46%를 차지했다. 기상요소별로 보면 안개(37%)가 가장 많고 태풍(23%), 강풍(19%), 강설(10%)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항공기 사고는 안개보다는 바람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기상으로 인한 항공기 사고 가운데 바람(59%)에 의한 것이 절대적으로 많다. 바람은 비행기가 뜰 수 있는 힘이기도 하지만 안전운항에 위협을 가하는 난기류를 발생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항공기 탑승객들의 피부에 가장 가까이 와닿는 난기류는 운항중 요동(터뷸런스)이다. 수천미터 상공에서 비행기가 난기류에 휩싸여 비포장도로를 달리듯 덜컹거리면 아무리 안전띠를 꽉 조여매도 불안감은 극도에 이른다. 하지만 항공기상 전문가들은 터뷸런스 때문에 추락 등 심각한 사고가 날 확률은 극히 적기 때문에 공포에 질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유근기 항공기상청 관측예보과장은 “상공에서 난기류에 의해 추락할 위험은 거의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기체에 얼음이 얼어붙는 착빙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착륙 때 항공기 주변에서 일어난 윈드시어 때문에 생기는 요동은 위험하다. 윈드시어는 대기 중에서 짧은 수평, 수직거리 안에서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갑자기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공항은 미주 등 외국 공항에 비해 저고도 윈드시어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은 편이다. 다만 기후변화로 국내 공항의 운항 여건도 점차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난기류는 주로 구름 속을 지날 때 발생한다. 하지만 청천 하늘에 날벼락처럼 항공기가 맑은 하늘을 날다 갑자기 몇 미터 아래로 툭 떨어지거나 몹시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청천난류’는 기압차 때문에 생기는데 아직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미진하다. 그래도 청천난류 때문에 추락사고가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람(기류)이 위에서 아래로 부는 마이크로버스트가 더 위험하다. 평균적으로 항공기는 착륙할 때 활주로로부터의 거리 1600미터, 고도 500미터부터 3도 각도로 하강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소나기나 뇌우 때문에 생긴 강한 하강기류를 만나면 항공기가 곤두박질칠 수 있다. 이륙할 때 만나기도 하는데 1982년 미국 뉴올리언스공항에서 이륙하던 팬아메리칸항공 727기가 마이크로버스트를 만나 제대로 뜨지 못하고 민가를 휩쓸면서 추락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항에 설치된 활주로의 방향은 바람을 고려해 정해진다. 비행기는 앞쪽에서 바람이 불어야 뜨는 힘, 곧 양력이 생긴다. 우리나라 공항의 대다수는 북북서-남남동 방향이다. 겨울에는 북서풍, 여름에는 남동풍이 주로 부는 계절풍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뜨고 내리는 방향도 달라진다. 양양공항만 지형적 조건에 의해 이 방향에서 약간 틀어져 있다.

낮은 시정, 강한 바람, 폭설, 폭우를 뚫고 항공기가 부드럽게 활주로에 내렸다 해도 그것은 조종사의 착륙 실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악기상 상황에서는 계기착륙장치(ILS)를 사용해 자동착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마다 옆이나 뒤에서 부는 바람의 세기에 대한 제한치가 있어 이를 초과할 때면 수동착륙을 해야 하고 이도 불가능하면 회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기는 악기상이라도 공항 활주로의 정밀계기접근 시설과 항공기 계기비행장치의 수준, 조종사의 실력 등 3가지 조건이 맞아야 착륙할 수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공항 시설에 따라 ‘전천후 착륙 카테고리’(CAT) 등급을 매겨놓았다. 인천공항은 아시아 유일의 세계 최고 수준인 CAT-3b 등급이고 김포공항은 CAT-3a, 제주공항은 CAT-2 등급이다. 나머지 국내 공항은 가장 낮은 CAT-1 등급이다. 항공기와 조종사에게도 등급이 있어 공항의 등급이 높아도 조종사의 등급이 낮으면 똑같은 악기상이어도 착륙할 수 없다. 저가항공사 항공기가 기상이 나쁠 때 지연·결항·회항이 많은 이유다.

조종사들은 출도착 공항의 기상정보(METAR)와 예보(TAF), 항로상의 악기상 정보, 바람·온도·난기류 정보 등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륙을 한다. 운항중에도 관제소로부터 수시로 정보를 받는다. 하지만 청천난류나 수명주기가 짧게는 30분에 지나지 않는 적란운의 출현은 이런 자료로 파악하기 어렵다. 앞서 간 항공기에서 전해주는 기상관측 자료를 지상의 관제소가 통합분석해 알려주면 훨씬 정확하고 풍부한 기상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정강아 항공기상청 정보기술과 주무관은 “국내에서는 현재 21대의 항공기에 기상관측 장비를 탑재해 난기류예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하루 1200회 운항하는 모든 항공기에서 자료를 받으면 예측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처럼 상세한 기상정보는 아니지만, 탑승객들도 항공기상청 누리집(kama.kma.go.kr)에서 자신이 출발한 공항과 도착할 공항의 30시간 앞선 기상예보를 확인할 수 있다. 로그인을 하고 자신의 여행 일정을 저장해 놓으면 최대 10개 여행지의 출도착 공항 예보를 알려준다.

The Ups and Downs of Air Turbulence

Understanding airplane turbulence - 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