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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3일 07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13일 07시 54분 KST

이 초등학교 교복엔 '견장'이 있다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3월 학생회 임원 수련회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한 학생(오른쪽 맨 앞)의 교복 왼쪽 어깨에 서울대학교 교표를 수놓은 학생회 임원 견장이 붙어 있다. 서울사대부초 관계자 제공

아이들은 서로 무람없이 정답다. 12일 이른 아침,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아이들 역시 졸음에도 마냥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눴다. 그런 아이들의 처지를 가르는 것은 교문이다. ‘학생회 임원인 아이와 아닌 아이’.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서울사대부초)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이들의 교복 어깨에 매달린 견장이 아이들의 ‘지위’를 드러낸다.

국립인 서울사대부초는 2014년 입학전형에서 100명 남짓 뽑는데 2500명이 몰릴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 사립학교 수준의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지위는 국립학교여서 학비가 공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의 학교’라고 불릴 만하다. 그러나 <한겨레>가 만난 복수의 학교 안팎 관계자들은 ‘견제 없는 권위주의가 어떤 사립학교보다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 계급장 단 아이들, 고개 숙인 학부모

서울사대부초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학교 황아무개 교장은 매 학년 초 수련회에서 학생회 임원들에게 직접 견장을 달아준다. 녹색 견장엔 서울대 교표를 크게 수놓았고 ‘지위’에 따라 점이 덧붙는다.

학급 부회장은 1개, 학급 회장은 2개, 전교 부회장은 3개, 전교 회장은 4개다. ‘계급장’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사대부초 학부모인 ㄱ씨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복에 달린 계급으로 지위를 표시하는 이들은 군인, 경찰뿐이지 않은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완장’으로 아이들을 구별 짓는 것은 최근 학교 현장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조영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국장은 “완장 효과로 인해 학생들이 위화감을 느끼기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선도부도 없애는 추세”라며 “아이들 정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학교 운영위원회 등 교내 학부모단체 임원 자녀들도 ‘우대’를 받았다. 교장이 임원 자녀들을 직접 면담한 뒤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한 것이다. 지난해 한 간부급 교사가 담임교사들에게 보낸 업무연락 내용을 보면 “교장 선생님께서 학부모단체 자녀를 교장실로 불러 칭찬 및 격려를 하시고 담화를 나누는 데 필요한 자료”라며 학생의 특징들을 적어 보내달라고 했다. 해당 간부는 “용기를 북돋우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 관계자 ㄴ씨는 “교장이 격려 면담을 한 뒤 연필 등 기념품을 들려 보낸 것이 알려져 아이들 사이의 불화가 염려됐다”고 돌이켰다. 학부모 ㄱ씨는 “아이들도 ‘누구는 엄마가 학교에 많이 오니까 교장 선생님이 예뻐한다’는 등의 말을 할 정도로 뻔히 분위기를 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제2장 1절)는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반하는 처사다.

아이들에 대한 공공연한 구별 짓기가 이뤄지는 가운데 부모들의 희생도 뒤따랐다. 학교 관계자 ㄴ씨는 “어떤 어머니는 수백만원대 요가실 바닥 시공 비용을, 또다른 어머니는 학교 정문 앞 동판 제작 비용을 댔다”고 전했다.

학교 쪽은 특별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은 학부모가 5만원대 홍삼 제품을 전 교원에게 돌리자 한 간부급 교사는 이런 전자우편을 보냈다. “학운위원장님이 전 직원에게 선물을 주셨네요. (감사)문자 한 통씩 부탁드립니다.”

■ 교장 경조사에 동원되는 교사들

권위주의적인 학사 운영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교사들이다. 서울사대부초는 오랫동안 교사들을 ‘기수 체제’로 관리해왔다. 학교 운영의 기본 조직은 교장, 교감, 부장교사, 평교사 체계다.

하지만 서울사대부초에선 ‘학교에 전입한 기수’에 따라 업무 지시를 내리는 일이 잦았다. 이 학교 관계자 ㄷ씨는 “과거 군대의 하나회처럼 공조직인 학교를 사조직을 통해 운영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기수 문화를 바탕으로 교사들이 교장의 경조사 업무에 동원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교장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이 학교 간부급 교사는 일선 교사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교장 선생님 댁 행사에 기별 업무를 배당하려고 한다. 기장들이 1시간 정도 일찍 가서 기별 업무를 배당받으라”고 알려왔다. 복수의 이 학교 관계자들은 “결혼식 참석 여부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업무 분장을 알려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모든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해 떠난 지난해 3월 수련회에서 교장을 중심으로 술자리가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들에게 지나친 충성을 강요하는데도 침묵의 나선구조가 유지된 것은 이 시간을 견디면 주어지는 ‘보상’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서울사대부초는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여서 연구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교원은 승진 또는 전보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서울사대부초 황 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장, 교사 할 것 없이 서로 경조사에 참석하는 것과 학생회 임원들에게 견장을 달아준 것은 사대부초의 오랜 전통이고 미풍양속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시정하겠다. 임원 수련회에 전 직원이 간 것은 맞지만 인솔교사를 배제한 장소에서 술을 마셨다. 특정한 아이들을 편애했다는 것도 오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