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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07일 02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07일 03시 28분 KST

홍준표 측근 "입 잘못 놀리면 정권 흔들릴 수도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회유에 홍준표 경남지사가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또 홍 지사 측근들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물들이 대책회의를 했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홍 지사의 측근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이날 소환해 조사하고, 홍 지사에겐 8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수사팀은 김씨와 엄아무개씨가 윤씨를 회유하는 발언 내용이 각각 녹음된 파일 2개를 확보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께 서울 신라호텔로 윤씨를 불러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복수의 인사가 포함된 대책회의를 열어서 다 입을 맞췄다. 당신 하나 수사에 협조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어 “당신이 입을 잘못 놀리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런 말이 사실이라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박근혜 정부 실세들이 말을 맞춰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수사팀은 이날 오후 김씨를 소환해 윤씨 회유에 나선 배경에 누가 있는지, 그가 언급한 대책회의가 실제로 열렸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홍 지사의 다른 측근 엄씨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홍 지사가 회유를 지시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엄씨는 지난달 중순께 윤씨와 통화하면서 “홍 지사의 부탁을 받고 전화했다. 1억원을 나아무개 보좌관한테 준 것으로 진술하면 안 되겠냐. 이미 그쪽(나 보좌관)과는 말을 다 맞춰놨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홍 지사의 지시로 돈 전달 과정에서 홍 지사를 배제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씨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전달한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았다고 윤씨가 진술한 인물이다. 수사팀은 5일 나씨를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수사팀은 나씨를 상대로 홍 지사 등과 입을 맞춘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1억원 수수 의혹을 규명하는 한편, 조직적 회유 의혹을 확인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나씨에 이어 김씨를 잇따라 소환한 것도 그 일환이다. 앞서 수사팀이 윤씨를 4차례나 소환조사한 것도 홍 지사 쪽의 진술 회유 등 조직적 수사 방해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의 회유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추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거론된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적극적 진술 회유이긴 하지만 유형의 증거를 숨기거나 없애는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인 검찰의 수사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땅콩 회항’ 사건 수사 때 서울서부지검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여아무개 상무와 공모해 부하 직원들한테 허위 진술을 강요한 데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회유 의혹이 ‘신병 처리’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홍 지사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대가성이 입증돼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2억원을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추가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불구속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조직적 진술 회유 정황이 사실로 밝혀지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한 특수통 검사는 “진술 회유를 증거인멸 혐의로 의율해 처벌할 수는 없지만 ‘구속을 위한 사유’로는 볼 수 있다”고 했다. 조직적 진술 회유가 구속영장 발부 근거 가운데 하나인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지난달 측근들의 윤씨 회유 의혹이 불거지자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윤씨를) 만났을 수 있다. 그것을 회유 운운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15일 (측근한테서) 윤씨와 통화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엄중한 시점이라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절대 전화하지 마라.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며, 회유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지사가 직접 연루됐는지 여부를 떠나 ‘대책회의’를 언급한 녹음파일 내용은 그 자체로 큰 파문이 일 수 있다. ‘리스트 8인’이 실제로 대책회의를 열어 입을 맞추고 사건 대응을 논의했다면 정권 실세들이 수사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사 방해행위 엄단”을 공언한 수사팀은 대책회의가 실제로 열렸는지를 규명하는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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