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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01일 11시 21분 KST

직장인 절반은 노동절에도 일한다

매년 5월 1일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제정된 근로자의 날(노동절)이다. 그러나 올해 노동절에도 여전히 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업무 특성상 일손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휴일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직장인 절반이 노동절에도 근무

노동절과 어린이날이 낀 이른바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맞느라 여행업계는 오히려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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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이 내외국인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국내 한 여행사에서 일하는 A씨는 "여행객의 항공편 연결 업무 때문에 당번제로 근무해 노동절도 평일과 다르지 않다"며 "그래도 이번에는 4일이 평일인 징검다리 연휴라 작년보다 고객 쏠림 현상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 직원 B씨도 "업무 특성상 노동절이나 설·추석 연휴라고 마음껏 쉬지 못하지만, 대체 휴일을 사용해 다른 사람이 일할 때 쉰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뿐 아니라 회사 사정에 따라 많은 근로자가 노동절에도 출근해 일하고 있다.

최근 한 여행사가 국내 20∼40대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동절에 쉰다'는 직장인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52%에 그쳤다.

쉬지 못하는 이유로는 '회사가 휴무하지 않아서'(56.7%)가 가장 많았고 '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18.5%), '대신 일 할 사람이 없어서'(10.6%), '상사·동료의 눈치가 보여서'(5.9%) 등의 순이었다.

관광객을 실어 나르느라 주로 휴일에 일하는 관광버스 운전기사에게도 노동절 휴무는 남의 얘기다.

이날 노동절 집회를 관리하는 의경을 태우고 왔다는 관광버스 기사 정연수(68) 씨는 "원래 휴일에 더 많이 일하다 보니 노동절이라고 쉬는 건 포기했다. 아침에 나오는데 아내가 '오늘 같은 날은 당신도 좀 쉬지'라고 투덜대긴 하더라"라며 "그래도 우리는 기본급보다 수당으로 먹고사니까 오늘 같은 날 나와야 몇만 원이라도 더 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고민인 개인 사업장들도 일감이 있는데 노동절이라고 일손을 놓지 않는다.

현수막 업체에서 일하는 김모(45)씨는 "5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라 대목인 걸 아는데 어떻게 불평하겠느냐"면서 "일이 많다고 초과수당 달라고 하면 일없을 땐 월급 적게 받느냐고 해 오늘 같은 날도 군말 없이 일찍부터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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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청년 정치공동체 '2030 청년하다'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시청 광장에서 현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며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 비정규직·알바, 유급휴일 권리찾기 미흡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4년부터 법정 유급휴일로 지정됐다.

5인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용자는 이날 근무하는 직원에게 휴일근로수당(통상급의 1.5배)을 추가로 지급하거나 보상휴가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하면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거리가 멀다.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을 뿐만 아니라, 일을 해도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 기준 전체 임금 근로자의 32.4%(607만7천명)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에서 일하는 허모(29)씨는 "오늘이 노동절인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 학원은 오늘 정상적으로 영업한다"며 "언론에서는 황금연휴라고 하는데 그냥 대기업 직원들 쉬는 날이지 서비스업 종사자 대부분은 오늘 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노동절에 일한다고 추가 수당을 주거나 사장이 미안해하지도 않는다"면서 "사장 처지에서는 당연히 쉬는 날이 아니다"라며 한숨지었다.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윤모(26·여)씨도 "노동절이 휴일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달력에 빨간 날도 아니어서 쉬는 날 같은 느낌도 들지 않는다"면서 "원래 명절에 근무하면 1.5배 추가수당을 더 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이마저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 호텔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이모(63·여)씨는 "우리가 노동절 그런 게 어딨나"면서 "그냥 다른 날처럼 묵묵히 시키는 대로 일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같이 꽃도 많이 피고 날씨 좋은 날 당연히 쉬며 바람도 쐬고 싶지만 안 잘리려면 일해야 하지 않겠나"며 "그래도 다른 업체보다 몇만 원 더 받는 업체에서 일한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더라도 오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등 모든 노동자에게 추가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이를 잘 모르는 사업주·노동자를 상대로 정부가 홍보·교육과 함께 지도·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