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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30일 12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30일 12시 13분 KST

넓고도 깊어라 중국 두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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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안현민 셰프의 베이징 밥상

모두부. 사진 안현민 제공

중국에서는 술 마실 때 사양하면 예의가 아니라는 소리를 베이징에 첫발을 내렸을 때 들었다. 그래서 주는 대로 도수가 높은 백주를 받아 마셨다. 하지만 나는 술이 약하다. 남 속도 모르고 백주를 잘 마신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어디를 가도 백주를 줘서 곤욕이었다. 처음 만나 “술이 약하다”고 말하고 적당히 사양해도 실례가 안 된다는 사실을 몇 해가 지나서야 알았다. 음식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취두부(臭豆腐)가 그런 경우다. 직업상 처음 보는 음식은 안 가린다. 취두부를 처음 봤을 때 호기심이 발동해 냉큼 받아먹다 보니 중국 10대 셰프로 꼽히는 스승이 그 자리에서 취두부가 든 병을 세 개나 선물로 줬다. 그 후 중국 친구들의 취두부 선물이 이어져서 아직도 집에 가득하다. 밀봉을 잘 했지만 워낙 강한 향이라 찬장을 열면 쿰쿰한 냄새로 지독하다. 오랫동안 양식당에서 일하다 보니 어지간한 숙성 치즈들마저도 맛있게 즐기는데 처음 접한 취두부의 발효 향만은 적응이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순두부, 연부두, 유부, 일반 판 두부, 유바(두유를 80도로 유지하면 생기는 얇은 막) 이외의 두부 종류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은 매우 다양하다.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재료로 동두부(凍豆腐)라고 부르는 언 두부를 쓴다.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스펀지처럼 부드럽게 되는데 육수에 넣었다 건지면 육수로 인해 맛이 좋아진다. 언 두부의 단백질 함량은 일반 두부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북두부(北豆腐)와 남두부(南豆腐)는 두부 응고제를 다르게 사용해 질감의 차이가 있다. 남두부는 예전에는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석고로 응고시킨다고 한다. 질감이 매우 부드러운 반면 북두부는 간수를 사용해서 굳히기 때문에 단단한 편이다. 북방에서 많이 먹는 두유를 살짝 태워서 굳혀 탄내가 나는 두부도 있다. 베이징의 많은 중식당에서 사용한다. 계란을 넣어 응고시킨 계란찜과 비슷한 두부도 있고, 압축 과정 등을 거쳐 칼국수처럼 얇게 썰어 무침으로 먹는 두부도 있다. 얇게 만두피처럼 만든 것은 ‘징장러우쓰’(京醬肉絲: 돼지고기를 가늘게 썰어 첨면장에 볶은 요리)를 싸먹는다.

중국 두부 중의 백미는 발효 두부라고 생각한다. 상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발효 두부는 치즈와 비슷한 질감과 향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 치즈와 닮은 점이 많아 신기할 따름이다. 발효 두부도 여러 종류가 있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두부, 장두부(醬豆腐), 모두부(毛豆腐)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된장에 넣어 발효시킨 두부가 있긴 하나 발효 향이 중국 것보다 강하지는 않다.

취두부는 두부를 눌러서 수분을 제거한 뒤 소금을 뿌려 발효시킨다. 엄청 짜서 여러 가지 먹는 법이 있는데,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먹는다. 볶은 감자채와 콩나물, 채친 대파를 취두부 한 조각과 섞고 고추장을 조금 넣어 비벼 먹는다. 중국 친구들은 나의 적응력에 감탄한다. 모두부는 안후이성의 발효 두부다. 발효되면서 흰 곰팡이가 실처럼 자라나서 털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처럼 부쳐 먹는데 흰 곰팡이가 그대로 구워져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브리치즈를 먹는 느낌이다. 흰 곰팡이로 발효시킨 브리치즈와 향도 비슷하다. 굽지 않은 상태에서 먹으면 어떤 맛일까 궁금해 맛보려고 하자 친구들은 물론이고 식당 종업원까지 뛰어와서 말린다.

한국 관광객이 길거리에서 파는 취두부를 먹는 것을 가끔 본다. 발효시키면서 좋지 않은 첨가제를 넣는 곳도 있어 취두부를 맛보실 분들은 생산 내력도 모르는 길거리 취두부보다는 청결한 식당을 찾아서 맛보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