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5년 04월 30일 09시 3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01일 14시 21분 KST

[허핑턴인터뷰] 네팔 청년 수잔, '우리 가족도 천막에서 살고 있어요'

JTBC

JTBC의 '비정상회담'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 중인 네팔 남자 수잔은 모국에 발생한 지진때문에 지난 한 주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겪었다. 그의 집에서 불과 80km 떨어진 고르카 지역에서 지난 토요일 진도 7.9의 강진이 발생해 인근 지역과 수도인 카트만두를 지옥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매주 토요일 방영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선 지금 네팔 편이 방송 중이다. 지난주에 방송된 지역은 네팔의 '포카라'지역으로 이번 지진에서 큰 피해를 당하지는 않은 곳이지만 이번 주 5월 2일에는 '카트만두' 수잔네 집을 찍은 편이 방송된다. 네팔 구호 활동과 방송 촬영으로 바쁜 수잔과 어렵게 대화를 나눴다.

수잔 네 가족은 무사한가요?

=일단 연락이 닿는 사람 중에 다친 사람은 없어요. 한 친구네 집이 담이 무너지고 붕괴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 피해 상황을 다 확인할 방법이 없네요.

한국에서는 카트만두 인근이 진앙이라고 소개 되었는데요. 정확하게는 어딘가요?

=진앙은 고르카, 럼중 지역이라고 해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하 '내 친구')에서 다녀온 포카라는 거기서 약 200Km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해요. 하지만 제 본가가 있는 카트만두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큰 피해를 입었어요. 아마 그날 제 가족도 집에 있었더라면 큰 피해를 보았을 거예요.

그날 가족들이 집에 없었나요?

=4월 4일쯤에 내 친구 네팔 편 촬영을 끝내고 가족들이 뭔가 큰 일을 치렀다고 생각했나 봐요. 네팔에서는 큰 손님을 잘 맞이했거나, 큰 절기 행사가 지나고 나면 이걸 축하하는 뜻에서 사원에 다녀와요.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진이 있던 토요일에 제 가족은 버스를 전세해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사원으로 소풍을 떠났었대요. 저희가 대가족이라 총 30명이 넘기 때문에 50인승 대형 버스를 빌려서 동네 사람들까지 끌고 갔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죠. 집 안에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특히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도 그날은 같이 사원에 갔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 혼자 집에 계실 때 TV가 떨어지고 찬장이 엎어질 걸 생각하면 정말 무서워요.

그 사원까지는 지진 피해가 미치지 않았나 봐요?

=아침 일찍 출발해서 사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길이 마구 흔들렸다고 하더군요. 당시 카트만두는 난리가 났었죠.

천막을 치고 생활 중인 수잔의 가족들.

그럼 지금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천막 생활을 하고 있어요. 집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지만, 벽에 금이 가고 크랙이 너무 많다고 하더군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집안에 들어가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인 거죠. 여진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비가 문제에요. 비가 오는 날이면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나 봐요. 사진을 몇 개 보내왔어요.

하루빨리 집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내 친구’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네팔의 유적들이 많이 파괴됐다면서요?

=예, 정말 가슴 아파요. 시기상으로 마치 우리가 마지막 기록을 남기기 위해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어머니께서 항상 마실 다니시는 스와얌부나트(일명 '원숭이 사원')도 다 파괴됐어요. 내친구에선 형들이 어머니와 함께 놀러 다녀온 곳이죠.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놀던 광장, 사원이 다 파괴되었어요. 피해 상황을 정리하는 데만도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천막 근처에서 놀고 있는 수잔의 조카.

가족과의 연락은 어떻게 주고받나요?

=이틀 전에 두 시간 정도 전기를 공급해줬나 봐요. 그때 다들 휴대전화를 충전해서 다행히 전화 통화를 나눴어요. 아주 간간이 전화를 주고받으며 그쪽에서 어려운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번 주에 방송될 내 친구 네팔 편엔 지진의 피해를 직접 입은 카트만두 지역이 나오죠. 부모님과 만나는 장면도 있을 거고요. 방송되는데 거부감은 없나요?

=있었어요. 제작진도 출연진도 모두 이 방송을 내보내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어요. 모두 저한테 물어보기도 했고요. 이 사람 중에 피해 입은 사람도 있을 텐데 내보내도 되겠느냐고 말이죠. 그런데 미국에서 전혀 모르는 네팔 친구 한 명이 스카이프로 연락을 해왔더군요. ‘미국에서 사는 네팔 사람인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아마 너희가 이걸 방송해야 할까 고민 중일 텐데, 고민하지 말고 반드시 방송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 친구의 말로는 ‘아름다운 네팔, 행복한 네팔’에서 재밌게 보내고 온 우리의 모습을 시청자들이 보고 나면 지금 네팔의 상황에 더 깊게 공감할 거라는 거였어요.

그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미국에 있는 네팔 친구면 한국어를 모를 텐데 그걸 보고 있다니 대단하네요.

네팔이란 나라가 관심을 받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서 그래요. 다른 나라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보나 봐요.

오늘 자로 23만여 명이 카트만두를 빠져나갔다는 소식입니다.

=빠져나가고 싶은 심정이겠죠. 다른 지역은 괜찮거든요. 공항도 그렇고요. 특히 4,5,6월이 인도 관광객이 아주 많은 달인데 아마 그 수치에는 그 사람들이 빠져나간 것도 포함됐을 거예요.

집 밖에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수잔의 어머니(좌)와 아버지(우).

여기저기서 네팔을 돕자는 움직임이 있죠.

=이틀 전 네팔 학생 협의회가 명동에서 모금 운동을 한다기에 잠시 참여했어요. 한 30분 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알아보면서 다가와서 성금을 주고 가더군요. 힘내시라는 말과 함께요. 그 외에도 많은 연예인 분들이 도움을 주고 계시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직 구호물자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서요?

=카트만두에 있는 게 네팔에 단 하나 있는 국제공항인데 아주 작아요. 군용기며 커다란 비행기들이 지금처럼 바쁘게 왔다 갔다 할 일도 없으니 지금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나 봐요. 그렇다고 정부를 탓할 순 없어요. 정부 관리들도 심지어 연예인들도 직접 거리에 나와서 일을 하는 상황인데, 그래도 일손이 부족해요.

가장 필요한 물품이 뭔가요?

=물품보다 인력이 필요해요. 건물들이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건물이 안전한지 진단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가장 필요합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팔의 지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 지진을 복구하는 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지금 잠시 물과 식량이 없는 건 어떻게든 주변국의 도움으로 이겨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어제만 해도 한국과 인도에서 식수가 도착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좀 더 길게, 무너진 건물과 파괴된 문화유산을 살리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힘을 빌려주세요. 지금 관심이 뜨거울 때 보내주는 성원도 감사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도움의 손길을 다시 보내주세요.

굿피플, 네이버의 해피빈, 다음의 희망해, 유니세프 등의 창구를 통해 온라인으로 네팔을 후원할 수 있다.

네팔을 후원 할 수 있는 곳

-굿피플

-해피빈

-희망해

-유니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