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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5일 12시 54분 KST

야구 몰라요 : 9회 역전승의 4가지 법칙

윤형중의 야구담화

① 선두타자의 출루

② 중심타선과 연결

③ ‘득점권 타율’ 3할 타자를 세우고

④ 적절한 대타, 대주자의 기용하라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9회 역전승부가 꽤 잦다는 점입니다. 지난 23일엔 두산과 기아가 각각 넥센과 롯데를 상대로 9회에 승부를 뒤집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날 치러진 5경기 중 2경기의 승부가 9회에 뒤집힌 셈입니다. 올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9회에 짜릿한 역전극을 펼친 경기는 총 7경기입니다. 23일까지 치러진 경기가 총 98경기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죠. 이 외에도 동점으로 맞은 9회에 역전 결승타를 치거나, 5점차를 9회에 따라잡아 동점을 기록한 경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올시즌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경기가 많았습니다.

지난 23일, KIA 타이거즈가 9회말 터진 브렛 필의 동점 만루포와 이홍구의 끝내기 사구로 롯데 자이언츠에 7-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흥미로운 점은 9회 역전 승부에 일종의 법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법칙은 선두타자의 출루입니다. 총 7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 선두타자가 출루했습니다. 첫 9회 역전 승부였던 지난 3월29일 9회에 등판한 봉중근은 대타로 나온 선두타자 김주찬을 상대로 제구에 애를 먹습니다. 김주찬은 5구째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후속 타자인 브렛 필은 초구를 노려쳐 끝내기 투런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이 홈런으로 기아는 LG를 7-6으로 뒤집습니다. 잠실 라이벌전인 지난 4월12일 경기에선 두산의 유희관에게 7회까지 안타 4개, 1점만을 뽑으며 고전하던 LG는 9회 선두타자로 베테랑 타자인 이병규 선수를 대타로 내세웠습니다. 상대는 두산의 새 마무리 투수인 윤명준이었죠. 이병규는 파울을 4개나 걷어내며 9구째 볼넷을 골라 출루합니다. 양상문 엘지 감독은 바로 발 빠른 손주인을 대주자로 기용하죠. 다음 타자 이진영은 3구째를 받아쳐 우중간 투런 홈런을 치며 경기는 3-2로 엘지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처럼 9회에 역전하려면 선두타자가 출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두타자가 출루하지 못한 두 경기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 있습니다. 투아웃 이전에 출루했고, 타점 기회가 상위타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4월5일 엘지와 삼성의 경기에서 9회말 선두타자인 최경철이 출루하지 못했지만, 대타로 9번 타순에 나온 유강남이 좌전안타를 치며 출루했고 기회가 1번타자인 오지환에게 이어졌습니다. 오지환은 투수 강습 타구로 안타를 뽑아냈고, 2루 도루에도 성공하며 투수를 흔들었죠. 4월23일 두산과 넥센 경기에서도 9회초 첫 타자인 최주환은 뜬 파울 공으로 아웃됐고,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9번 타자 김재호가 4차례 파울을 걷어내며 손승락을 괴롭혔습니다. 결국 최주환은 손승락의 9구를 받아쳐 좌전안타로 연결했고, 타순이 1번 타자인 민병헌으로 이어졌습니다.

9회에 돌아오는 타순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7경기 모두 중심타선이 9회에 첫타자로 나오거나, 9번타자가 출루하면서 상위타선으로 기회가 이어졌습니다. 4월18일 9회말에 6점을 쓸어담으며 경기를 7-5로 뒤집은 두산은 선두타자이자 9번타순인 정진호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중심타선인 김현수 양의지 오재원이 1타점씩 올린 뒤 6번타자인 최주환이 끝내기 쓰리런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2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두산 김현수가 1사 주자 1루 때 경기를 뒤집는 2점 홈런을 친 뒤 홈에 들어와 민병헌과 포옹하고 있다.

세 번째 역전의 법칙은 ‘득점권 타율’이 높은 타자에게 타점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 법칙은 9회에 돌아오는 타순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9회에 역전 결승타를 친 타자들은 기아의 브렛필, 엘지의 정성훈, 이진영, 삼성의 구자욱, 두산의 김현수, 최주환 등인데요. 이 중에서 이진영을 제외하면 득점권 타율이 모두 3할 이상입니다. 23일 만루홈런을 포함해 지난 3월29일 투런 홈런으로 역전 결스타를 친 브렛 필은 득점권 타율이 3할9푼3리에 달하고, 최주환(4할1푼7리), 정성훈(3할7푼5리), 구자욱(3할3푼3리), 김현수(3할) 등도 득점권 타율이 높습니다. 이진영이 시즌 초 부진해 득점권 타율이 1할3푼3리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3할3푼9리를 기록할 정도로 기회에 강한 타자입니다.

네 번째 법칙은 적절한 대타, 대주자의 기용입니다. 7경기 중에서 대타가 출루에 성공한 경우가 3경기입니다. 타자가 1루에 출루하면 발 빠른 대주자를 기용해 투수의 신경을 분산시킵니다. 지난 4월12일 엘지와 두산의 경기에서 이병규 선수가 볼넷을 골라 나가자, 손주인 선수가 대주자로 나섰죠. 지난 4월9일 삼성과 롯데의 경기에서도 4번타자 최형우가 볼넷을 얻자, 류중일 감독은 박찬도를 대주자로 기용했죠. 꼭 대주자가 아니더라도 9회에 출루한 선수들은 대개 발이 빨랐습니다. 기아의 김주찬, 엘지의 오지환, 한화의 강경학, 기아의 이홍구, 두산의 김재호 등이 9회에 출루한 선수들입니다.

올시즌 유독 9회에 동점이 되거나역전하는 경기가 잦은 이유는 타고투저와 전력 평준화의 영향도 있지만, 9회를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들의 부진 탓도 큽니다. 9회에 볼거리가 생긴다는 의미로 봉중극장, 손승극장이란 용어마저 생겼습니다.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윤길현이 블론세이브 없이 6세이브를 기록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일 뿐, 엘지의 봉중근, 두산의 윤명준, 롯데의 김승회 등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의 임창용과 넥센의 손승락 역시 이미 블론세이브를 한 차례씩 기록했고, 기아의 윤석민도 평균자책점이 5점에 달할 정도로 안정된 모습과는 거리가 멀죠. 마무리 투수들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한 앞으로도 9회 역전 승부는 자주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야구, 9회 역전 승부의 법칙을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삼아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