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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1일 13시 47분 KST

경향신문 기자들 "손석희 해명에 절망한다"(입장 전문)

JTBC

경향신문 기자들이 JTBC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인터뷰 보도에 대해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21일 입장을 내어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을 향해 "성 전 회장의 인터뷰 파일을 훔쳐 방송하는 것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가"라 물으며 "손 사장의 해명내용에 같은 언론인으로서 절망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경향신문지회의 입장 전문.

경향신문 기자들의 입장

경향신문은 JTBC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인터뷰 보도에 대해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낀다.

JTBC는 2015년 4월 15일 경향신문이 성 전 회장과 한 인터뷰 녹음파일을 경향신문의 동의없이 디지털 포렌식전문가 김인성씨를 통해 받은 뒤 보도했다. 손석희 사장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JTBC의 녹음파일 무단방송은 언론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특히 16일 손 사장의 해명내용에 같은 언론인으로서 절망했다.

경향신문은 손석희 사장에게 묻고 싶다. 성 전 회장의 인터뷰 파일을 훔쳐 방송하는 것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가.

JTBC의 보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향신문이 녹음파일을 은폐하거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했다.

경향신문은 15일 녹취파일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고, 16일 인터뷰 전문을 지면에 공개하겠다고 미리 밝혔다.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하기 불과 몇시간 전에 서둘러 음성파일 일부를 잘라서 보도한 것이 공익과 진실찾기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묻고 싶다.

경향신문은 JTBC 구성원에게도 묻고 싶다. 성 전회장의 인터뷰 보도과정과 16일 손석희 사장의 해명내용에 동의하는가.

전달자 김인성씨의 시인을 통해 JTBC가 녹음파일을 입수한 경위가 명백한 절도행위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손석희 사장은 16일 방송에서 입수과정이나 보도경위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언론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하고도 알권리와 공익을 내세우며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이 JTBC 구성원들의 합의된 생각인지 묻고 싶다.

경향신문은 어느 언론사가 어떤 특종을 했는가보다는 한 사람이 목숨을 담보로 알리려 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한국 사회를 시커멓게 뒤덮은 의혹을 파헤치는 일에 앞서 언론사끼리의 추한 다툼으로 비칠 것도 우려된다.

우리는 JTBC가 겉으로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스스로는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리라 믿는다.

경향신문은 앞으로도 정도를 지켜 시민의 알권리와 진실보도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2015. 4. 21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

아래는 해당 보도와 관련한 손석희 사장의 16일 클로징 멘트 전문.(방송으로 직접 보려면 여기를 클릭)

뉴스를 마치기 전에 보도책임자로서 어제(15일) 성완종 씨 녹음파일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씀을 드리고 뉴스룸을 마치겠습니다.

당초 검찰로 이 녹음파일이 넘어간 이후, 이 녹음파일을 가능하면 편집 없이 진술의 흐름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파일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 이상 공적 대상물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은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글자로 전문이 공개된다 해도 육성이 전하는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봤고, 육성이 갖고 있는 현장성에 의해 시청자가 사실을 넘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경쟁하듯 보도했느냐 라는 점에 있어서는 그것이 때로는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만으로 양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당해 나가겠습니다.

저희들은 고심 끝에, 궁극적으로는 이 보도가 고인과 그 가족들의 입장, 그리고 시청자들의 진실 찾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입수경위라든가 저희들이 되돌아봐야 할 부분은 냉정하게 되돌아보겠습니다.

저나 저희 기자들이나 완벽할 순 없습니다마는 저희들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