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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0일 12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20일 12시 28분 KST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

“교통사고와 세월호 사고는 전혀 다릅니다.” 한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와 세월호 희생자를 비유하는 발언이 있다고 전하자, 교통재난 전문가인 아베 세이지 일본 간사이대학 교수(사회안전학)가 담담히 설명을 시작했다. “세월호는 조직사고(Organizational Accident)다. 교통사고는 그 원인이 대부분 개인의 부주의 탓이다. 따라서 완전히 사라질 순 없다. 그러나 조직사고는 시스템만 개선하면 없앨 수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월호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것은 단순한 막말이나 국가 책임을 방기하겠다는 ‘수사’를 넘어선다. 사고 사례 연구를 통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고자 하는 입장에서, 이 비유는 완전히 “틀렸다”는 의미다.

교통사고? 완전히 “틀렸다”

교통사고의 8할은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지 않아서 일어난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물건을 찾느라 정신이 팔리거나, 수다를 떨다가 신호를 놓치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려면 개인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교통사고는 예방 캠페인이 중요하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라거나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라거나 하는 캠페인 말이다.

하지만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원인은 더 복잡하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무엇을 꼽아야 할까? 조타수의 조타 미숙? 조타수가 조타를 잘못했지만, 개조되어 복원성이 약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 정도의 대각도 변침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각도 변침을 했더라도 화물을 너무 많이 싣지 않았다면 배가 옆으로 기울지 않았을 것이다. 배가 기울었더라도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옆으로 쏠리지 않았다면 침몰까지 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월호 침몰의 이유를 꼽으라 한다면 △조타 미숙 △불량 개조 △화물 과적 △고박 불량 등 모두가 이유다. 사고가 참사로 확대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선장과 선원이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아서, 해경에게 구조할 능력이 없어서…. 역시 모두 이유다. 조직사고는 이처럼 사고의 원인을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고 해당 설비나 시설을 운용하는 조직의 여러 단계의 문제가 합쳐져 발생하는 사고를 일컫는 개념이다.

조직사고는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피해를 가져온다. 핵발전소, 항공기, 화학공장, 해양수송이나 열차수송 등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는 분야에서는 한두 가지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음 단계에서 사고를 막는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다. 대형 사고는 모든 단계별 방어막이 뚫렸을 때 발생한다.

사고의 원인이 복합적이고 각 단계별로 수많은 원인 제공자가 존재하는 경우, 어떤 개인을 책임자로 특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문제는 조직의 운영 방식, 즉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시스템이 관계 맺는 방식이다.

지난 1월 2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에서 세월호 선원에 대한 항소심 재판 준비기일이 열리기 앞서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이 피고인석이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사진공동취재단

조직사고 개념은 노동자의 실수로 원인을 한정하려는 사고 조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1980~90년대에 기업과 정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경우 시설과 설비를 운용했던 노동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조직의 운영 방식 같은 구조적 문제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학자들은 노동자의 ‘단순한 실수’와 ‘강제된 실수’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선장과 선원이 집중력을 잃게 되는 것이 온전히 노동자의 탓인가? 저임금으로 인해 외국인 선원이 많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적절한 대처를 못하거나, 한 달 뒤에는 다른 배로 바꿔 탈 계약직 선원이 설비 고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악천후나 교통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징계를 받는 선장이 무리한 항해를 감행하는 것은 이들이 처한 상황에 의해 ‘강제’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에게 원인을 돌려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배경을 알아내고 이러한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정부의 효율 추구가 ‘강제한 실수’

세월호 참사에서 선장과 선원들은 왜 승객을 제대로 대피시키지 않고 자신들만 살아나왔을까. 향후 발생할 유사 사고의 방지가 사고 조사의 주요한 목표라면, 세월호 선원들이 자주 바뀌었고 노동 조건은 좋지 않았다는 점,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의 말처럼 “사람들의 상태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일하는 상태는 바꿀 수 있다”.

조직사고의 중요한 특징은 사고의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교통사고’라는 말에는 사고의 원인이 ‘자신의 잘못’이거나 ‘운’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 있다. 도로 상태가 안 좋거나, 화물차 기사나 버스기사의 장시간 노동이라는 구조적 원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운전자 개인의 실수로 일어난다. 하지만 항공기나 철도, 여객선 승객은 그 시스템에 관여한 적이 없지만 사고가 일어날 경우 속수무책으로 피해자가 된다. 이들은 직접 운전을 할 수도 없고, 실릴 화물의 양을 결정하지도 못하며, 여객선 안전점검에 관여할 수도 없다. 대형 시스템은 이용자의 통제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이들은 누구인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점검을 소홀히 하고, 노동자에게 경제적 압력을 가해 실수를 유발한 이들은 국회와 안전점검 기관과 기업의 상층부에 있다. 그러나 안전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결정을 하는 이들은 좀처럼 사고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14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과 법안 논의 과정에 가족들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는 모습. ⓒ한겨레

이렇게 사고의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분리되는 경우 안전대책이라 해봤자 개인에 대한 안전교육이 고작이다. 생애주기별 안전교육과 같은 정부 정책이 쓸데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사고의 관점에서 보면 핵심에서 벗어나 있음은 분명하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은 사회적으로 통제돼야 한다. 조직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개입과 기업에 대한 통제, 시민들의 감시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대형 사고와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연구하던 일군의 학자들은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도 사고를 예방해 높은 안전 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조직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를 시스템 내부 각 부문 간 높은 신뢰관계가 형성된 ‘고신뢰조직’(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이라 명명했다.

비난보다 보고 중시 ‘고신뢰조직’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그보다 더 많은 ‘아차사고’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1931년 하인리히가 1:29:300 통계를 통해 이야기한 바 있다.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가 저서 <산업재해 예방>에서 처음 밝힌 개념이다. 그는 약 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 사고에는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 뒤에도 하인리히 법칙은 수많은 대형 사고에서 확인됐다. 뒤집어 말하면 아차사고와 경미한 사고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효과적으로 마련한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신뢰조직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이들은 경미한 사고나 구성원의 실수로부터 사고 예방책을 학습하며, 사소한 오류라도 단순한 개인 잘못이 아니라 시스템의 특정 부문이 취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런데 경미한 사고와 아차사고 등의 경험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조직 내부에 경미한 사고와 아차사고 등에 대한 보고체계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신뢰조직은 실수에 대한 비난과 징계보다는 보고를 우선시한다. 징계를 두려워해 구성원들이 작은 사고를 보고하는 것을 주저한다면 이를 통해 학습할 기회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16일 서울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제에 등장한 팻말. ⓒGettyimageskorea

위험성이 높은 항공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보다 안전하게 운영되는 이유로 1975년 도입된 ‘항공 안전 보고 제도’가 흔히 꼽힌다. 이 제도를 통해 관제사나 조종사들은 위험한 상황을 보고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를 먼저 알린다. 이것이 범죄행위가 아닌 이상 관제사나 조종사는 처벌받지 않으며, 보고 내용 역시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익명 처리된다. 이 제도 덕분에 위험 요소가 신속하게 수정됐다. 항공 안전 보고 제도가 다른 분야로 확장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고신뢰조직론은 현재 지배적인 안전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연방철도국, 영국 철도안전표준위원회 등은 보고를 통한 원인 규명과 그로부터의 학습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안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긴급 상황 때 적절한 대처가 자율적으로 가능한 ‘유연한 문화’가 있고, 여유인력이나 예비설비 등이 충분히 확보되면 고신뢰조직으로서 높은 사고예방률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선 조직사고와 고신뢰조직 안전 패러다임이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노동자의 ‘자질’을 탓한다. 기업은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징계를 강화할 뿐이다. 정부 대책에서도 ‘선원들의 제복 착용’ ‘음주 검사’ 등을 이야기한다.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겠다는 전근대적인 사고 대책이 오늘 또 반복된다. 여유인력과 예비설비는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비용 절감 구호 속에 곧바로 묵살된다. 인력을 늘리라는 요구에 대해 기업은 경영권 침해라 주장하고, 정부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뒷짐 지고 있다.

반복되는 전근대적 사고 대책

대형 사고와 안전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압박이 사고의 원인인 경우가 매우 많으며, 정부의 규제는 이미 부족한데도 규제 완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이다. 또한 안전을 위해서는 여유인력을 확보해야 하며 노동자의 실수를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하며 드러내 학습해야 한다고 말이다. 수많은 대형 사고 사례를 분석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다보면 도저히 우회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가 겪는 마지막 참사가 됐으면 한다”는 어느 유가족의 말을 떠올린다. 자신들과 같은 슬픔을 갖는 이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 커다란 고통 속에서도 가장 이타적인 모습을 보인 유가족들에 대한 화답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사고 조사, 제대로 된 대책이 바로 그 화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