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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18일 12시 3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18일 12시 43분 KST

하이패스는 '성완종 행적'을 알고있다

한겨레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방대한 분량의 압수물 분석을 통해 불법자금 전달 의혹이 제기된 상황들의 ‘재구성’에 나섰다.

특별수사팀은 특히 불법자금 전달 방법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관련 인물들의 일정·동선·통신·금융거래 내역 추적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전·현직 경남기업 임직원한테서 휴대전화 21대, 하드디스크와 유에스비(USB) 등 디지털 증거 53개, 다이어리 및 수첩 34개, 회계전표 등 관련 파일철 257개, 기타 파일철 16개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수사팀은 지난 15일 성 전 회장의 측근 11명의 경남기업 본사 사무실과 그들의 집 등 모두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타던 차량의 하이패스 단말기 기록도 압수해 생전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이런 작업은 이 총리와 홍 지사에게 우선 집중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2013년 재선거 때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 자료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당시 부여 인근에서 사용된 성 전 회장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 하이패스 기록 등을 동원해 그의 동선을 최대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은 홍 지사한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입원한 병실의 폐회로텔레비전 자료도 확보했다. 성 전 회장은 최근 측근들과 함께 윤씨의 병실을 찾아 돈 전달 당시의 상황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 총리 재선거 캠프의 회계자료, 2011년 홍 지사의 한나라당 대표 출마 당시 회계자료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문제 되는 모든 상황을 일일이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복원 작업이 끝난 뒤 잠정적 확신이 있을 때 소환조사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의 다른 관계자는 “한칸 한칸 퍼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수사팀은 여기에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의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를 종합해 혐의 유무 판단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분석 대상인 컴퓨터 문서는 수십만쪽 분량이다. 홍 지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이아무개 비서실장, 박아무개 전 경남기업 상무 등이 우선 소환 대상자로 꼽힌다.

이런 수사 방식은 대대적인 압수수색 직후 핵심 관련자들을 줄소환하는 검찰의 일반적 특별수사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사건은 핵심적 증거(성 전 회장)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많은 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품 공여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혐의 입증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증거를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리스트 등장인물들이 현 정권 실력자들이고, 모두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기초’를 단단히 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임직원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별수사팀은 ‘수사팀이 야당 정치인 7~8명 등 여야 유력 정치인 14명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내용의 비자금 장부를 입수했다’는 이날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수사팀은 보지 못한 자료”라고 밝혔다. 문무일 팀장은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이 많은데 거기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수사가 초기부터 정치공방 대상이 되는 것에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