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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13일 17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13일 17시 59분 KST

귄터 그라스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한 일

연합뉴스

독일에서 13일(현지시간) 사망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는 한국과 인연이 특히 각별하다.

'양철북'의 작가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그라스는 적극적으로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고 문제 해결에 동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라스는 각국에서 탄압받던 작가들의 구제 운동을 활발히 벌인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는데 그 대상에는 황석영과 김지하 등 한국 문인들도 포함됐다.

그라스는 이들이 구속됐을 때 국제 연대를 통해 석방 운동을 주도했고, 김지하와 같은 시인이 감옥에 갇혀 있는 한 한국을 방문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두율 교수를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국이 비민주적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막고 표현의 자유가 존중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에는 문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한 그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라스는 지난 2002년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다. 방한과 방북을 동시에 추진했지만 방북이 성사되지 않아 한국만 찾았다.

당시 그라스는 분단국가의 단기간에 걸친 흡수 통일을 강력히 반대하며 한국에 아낌없는 조언을 내놨다.

그라스는 통일 독일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동독이 서독에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방식으로 이뤄진 통일에 "환희를 느낄 수 없다"며 부정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동독과 서독 국민들의 심리적 장벽과 경제적 차이 때문에 사회 통합이 느려졌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통일 과정에서 국가 연합체제라는 과도기를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을 최대 과제로 둔 한국에 많은 사람이 받을지 모르는 상처를 최소화하고, 상대적 약자를 최대한 고려하는 등 물리적 통일이 아닌 화학적 통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등한 동반자의 입장에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 뒤 합쳐야 제대로 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남한 사람들이 세금을 더 부담해 아무 전제 조건없이 북한을 도와주는 휴머니즘적 입장이 필요하다"며 "남한은 역사의 승리자로서 북한에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당시 포럼에서 그라스와 통일관을 공유하고 교류를 이어 온 황석영 작가는 그를 "전쟁의 상처와 상흔을 치유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문학적으로 가장 먼저 보여준 작가"라고 아쉬워했다.

황 작가는 "귄터 그라스의 문학적 업적과 세계 평화나 민주주의를 향한 노력, 그의 작가적 행동이 남은 작가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며 "특히 독일의 과거사 청산을 가장 적극적으로 촉구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인들에게 주는 교훈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떠나면서 20세기를 가장 치열하게 보낸 작가들이 세상을 하나 둘 떠나는 것이 실감난다"며 "하지만 그 시대의 잔재와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