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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12일 08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12일 11시 05분 KST

담배 속 '첨가물' 찾는 작업이 시작됐다

Shutterstock / manzrussali

"니코틴을 넣는 대신 다른 물질로 조작한 겁니다. 여기에 암모니아를 화학적으로 이용한 거죠. 그건 니코틴을 신속하게 폐에 흡수시키고 뇌와 중추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1999년 나온 미국 영화 '인사이더(The Insider)'에 나오는 대사 중 일부다. 담배 제조회사에 맞서 싸우는 전직 담배회사 임원과 언론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암모니아는 담배 회사의 '음모'로 등장한다.

이미 15년도 전에 영화에서 소재로 다뤄졌을 만큼 담배 속에 첨가물이 들어있다는 의혹이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당신이 피우고 있는 담배에 첨가물이 들어있는지는 여전히 '사실'이 아니라 '의혹' 혹은 '논란' 단계에 있다.

12일 담배 관련 학자들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미국 같은 외국의 경우 담배 속 첨가물의 존재 여부를 둘러싸고 담배업계와 국가 연구기관 사이의 쫓고 쫓기는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국가기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식품의약국(FDA)이 담배의 성분을 분석해 흡연을 자극할 첨가물을 넣었는지 증거를 찾으면 담배회사는 새로운 종류의 첨가물로 이를 피하는 식이다. 물론, 담배회사가 첨가물을 넣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은 그동안 담배의 위해성을 찾아낼 연구 기관이 없었다. 담뱃값을 올리거나 금연구역을 넓히는 식의 금연 정책이 나오고 흡연의 위해성을 경고하는 광고는 있었지만 미국처럼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산하의 질병관리본부에 흡연의 위해성을 연구할 '국가 흡연폐해연구소(가칭)'을 8월 출범시킬 계획이라서 '활약상'이 주목된다.

담배의 위해성이 전반적인 연구 영역이지만 그 중 담배속 첨가물을 찾아내는 것이 연구진들의 주요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담배 속 암모니아 있을까…"담배도 '오가닉'이 있다"

최근 방한한 신영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WPRO) 사무처장은 요즘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가 옛날 할아버지들이 피우는 잎담배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담배에는 첨가물이 들어있어서 처음 피울 때 입에서 '화'하게 퍼지는 기분좋은 느낌이 있지만, 담배 잎만 피우던 때의 담배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옛날의 담배는 첨가물이 없으니 습관성과 중독성은 덜하면서도 몸이 받아들일 때 독한 일종의 '오가닉'이었다는 설명이다.

담배연구 전문가인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담배를 그냥 담배가 아닌 '고도의 화학물질'이라고 표현한다.

담배회사들이 흡연자의 몸이 담배를 가장 잘 받아들이면서도 중독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산한 화학물질을 담배잎에 분사한다는 것이다.

담배의 첨가물은 암모니아 뿐만이 아니다. 암모니아는 니코틴의 순도와 알칼리성을 높여 니코틴의 인체흡수율과 중독성을 키우는데, 설탕의 경우 니코틴 중독을 심화시키고 코코아는 기관지 확장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 건보공단-담배회사 소송의 쟁점은 첨가물 여부

담배 속에 습관성과 중독성을 높일 첨가물이 들어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학계와 법정에서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법원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이성규 박사 등은 지난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제출한 논문을 통해 KT&G의 담배에 암모니아가 0.03~0.11%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국 담배회사 B&W(브라운앤윌리엄스)의 '한국 기술 리뷰' 보고서가 인용됐는데, 알카로이드(질소를 포함한 알칼리성 유기물), 질산염, 인산염, 염화물과 당이나 코코아 성분 등도 검출됐다.

이에 대해 당시 KT&G는 "암모니아 성분은 잎담배 자체에도 존재하는 물질로, 암모니아를 (인위적으로) 첨가하고 있지 않다"며 "당류와 코코아를 첨가한 이유는 가공공정에서 손실되는 당을 보충하거나 담배 맛을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담배회사가 인위적으로 첨가물을 넣었는지는 법정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흡연피해자와 가족들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쟁점이 됐으나 증거로 입증되지 못했고 결국 작년 4월 소송은 담배회사의 승리로 돌아갔다.

첨가물은 건보공단이 작년 4월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3개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작년 9월 열린 첫 공판에서 담배회사들은 답변서를 통해 "암모니아 등의 첨가물을 통한 유해성 및 중독성을 증가시킨 사실이 없다"고 법원에 밝힌 바 있다.

◇ 국가 흡연폐해연구소 어떤 일 하나

작년 4월 담배 소송이 담배회사의 승리로 돌아가자 원고측 배금자 변호사는 "담배회사가 소송과정에서 영업비밀을 이유로 첨가물 내역이나 내부문건 같은 자료를 제대로 내놓지 않아 사실상 증거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담배회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담배 속 첨가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위법성을 밝혀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 흡연폐해연구소를 만들어 담배의 위해성을 연구·분석하겠다고 나선 것에는 그동안 담배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담배의 위해성을 연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동안 정부의 담배 연구는 역학조사 수준에 머물렀다. 특정 인구 집단 중 흡연자의 건강 상태를 추적하거나 특정 질병 환자들의 과거를 좇아 흡연 이력을 찾는 식의 연구에 그쳤던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담배의 성분에 대한 연구는 담배회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며 "하지만 연구 결과가 기본적으로 비공개인데다 자체조사라서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국내에 유통되는 담배의 성분과 첨가물, 배출물(연기)에 대해 분석해 각 담배에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함유돼 있으며 중독성을 강화하는 첨가물질은 어느 정도 포함돼 있는지, 담배의 연기에 어떤 성분이 검출되는지 분석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흡연이 위해성에 대한 실증적인 정보를 찾는 일을 담당할 것"이라며 "실험 결과는 담배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증거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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