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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8일 10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08일 10시 15분 KST

유승민 '새누리당판 제3의 길' 간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며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수를 혁신하는 '여당판 제3의 길'을 제안했다.

보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를 함축하고 있는 연설문의 몇몇 표현들은 유 원내대표가 추구하는 보수 혁신의 노선을 담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평소 자신이 견지해온 '경제는 중도, 안보는 보수' 기조를 바탕으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했던 기존 여당의 입장에서 볼때 중도나 중도 좌파적 정책까지도 과감하게 내세우며 새누리당도 시대 흐름에 맞춰 혁신하고 변화해 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이 같은 접근법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경제·안보정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정책 노선의 '우클릭'을 모색하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일각에선 '새누리당판 제3의 길', '좌클릭'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 치열한 중원 쟁탈전을 예고했다.

먼저 유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며 "성장과 복지가 함께가는 균형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며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양극화 해소'를 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또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평소 소신을 거듭 밝히며, 궁극적인 지향점은 '중부담 중복지'가 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같은 주장에 앞서 2012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관련한 134조5천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점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조2천억원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여야 간에 중부담-중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만큼 우리는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이 목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권이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법인세의 성역 없는 검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재벌'에 대한 개혁도 비중 있게 다뤘다. 재벌 개혁은 경제학자 출신인 유 원내대표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이슈이기도 하다.

유 원내대표는 "성장의 해법은 전 분야에 걸친 개혁으로 일방의 희생만 강요해선 안된다"면서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재벌개혁정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어 "재벌대기업은 지난달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며 "천민자본주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런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재벌대기업에 임금인상을 호소할 게 아니라 하청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재벌그룹 총수일가를 보통사람과 똑같이 처벌하고 사면, 복권, 가석방 등도 다르게 취급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밝힌 세금과 복지 문제, 재벌개혁 등에 대한 입장과 기조는 여태까지의 당의 기본 입장과 차이가 있어 향후 '투톱' 중 한명인 김무성 대표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또 안보 이슈에 대해서만큼은 "정통보수의 길을 확실하게 가겠다"고 단호히 밝히며 야당과 분명한 차별화에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을 겨냥, "안보 정당은 한마디 말로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라며 "북핵과 사드, 천안함 폭침,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시점임을 고려해 세월호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해 통합과 치유로 나아가자고 역설하는 등 세월호에 대한 언급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기도 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 30여명은 '잊지않고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 점퍼를 맞춰 입고 일부는 삭발한 모습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방청석에서 차분한 모습으로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