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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4일 08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04일 08시 41분 KST

오바마 '광폭 외교', 북한은 언제?

란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포괄적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취임 전 ‘적과도 악수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던 북한·쿠바·이란 세나라 가운데 북한만 고립 상태로 남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만 관계 정상화의 단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협상 타결이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핵 협상에도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북핵 협상은 이란 핵 협상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까다롭다. 북핵을 둘러싼 이해당사국들의 국내 사정도 더 복잡해 현재로선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묵혀뒀던 대외적 난제들을 풀려는 적극적인 ‘광폭 외교’를 펼쳐왔다.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선 지난 2013년 말부터 국내 강경파와 이스라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재에서 협상으로 정책 기조를 확실하게 바꿨다.

지난해 12월엔 쿠바와의 관계정상화 협상 시작을 전격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보면, 사실상 내년 말 임기를 마치는 오바마 대통령이 ‘업적 쌓기’의 마지막 대상으로 북한을 지목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란 핵협상과 북한 핵협상이 처한 조건이나 환경은 상당히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협상 측면에서는 미국이 이란과 북한에 지불해야 할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 이란은 아직 핵실험도 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미국은 이란핵 프로그램 동결의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면 그만이다.

이란 핵시설과 핵협상 주요 합의 내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에 비해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세차례나 하는 등 핵 능력이 상당히 고도화돼 있다. 게다가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 보장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당연히 북한이 핵포기의 대가로 요구하는 ‘가격’도 이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얼마 남지않은 임기 안에 실질적인 북핵 협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두번째로, 북한과 미국 모두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내 정치적 수요가 절실하지 않다.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2012년 ‘2·29 합의’ 때 ‘북한에 당했다’는 트라우마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여기에다 이란 핵문제 합의안을 둘러싼 공화당의 비판, 러시아와의 갈등 등에 대처하다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새로운 협상에 나설 정치적 에너지도 부족하다.

또한 미국은 북핵문제를 당분간 사드의 한국 배치나 한·미·일 안보협력 등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미국 입장에선 이란핵에 비해 북핵은 해결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 북한은 “먼저 핵무기를 내려놓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핵 고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미 행정부가 탐색적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좀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의사를 보인다면 미국 정부가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