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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3일 10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03일 10시 12분 KST

당신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0.2초 동안 벌어지는 일

당신이 컴퓨터에서 웹브라우저를 열고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이 0.2초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스크린 앞에서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시간이지만 스크린 너머에서는 그사이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특히 프로그램화된 광고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온라인 광고에는 길거리 간판과 유사한 배너광고가 일반적이지만, 이는 최신 온라인 광고 트렌드에서 끝물이다. 당신이 광고가 달린 누리집에 들어가기 위해 클릭하는 순간 벌어지는 일을 온라인 미디어리서치 회사 ‘미디어크로싱’의 설명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본다.

0.01초, 당신이 클릭한 누리집 주인장은 당신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한다. 인터넷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을지도 모를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주인장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화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데이터매니지먼트플랫폼(DMP)이라고 불리는 미리 준비된 서버에 이를 요청한다. 이 서버에는 평소 당신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이곳저곳에서 동의하고 건넨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이름, 성별, 전자우편 주소 정도일 수도 있고 최근 당신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물건, 여름에 갔던 휴양지, 남몰래 검색했던 질문 등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

0.03초, 웹페이지 주인은 당신에 대한 이런 프로파일(개인정보의 집합)을 바탕으로 광고 서버에 ‘이러한 사람을 목표(타깃)로 한 광고’를 하겠다고 알린다.

0.04~0.075초, 광고 서버는 광고주 가운데 노출을 원하는 이를 찾는다. 만약 당신에게 광고하고자 하는 적합한 광고주가 없다면 공개 입찰에 들어간다고 알린다.

0.1초, 당신을 둔 광고 경매가 벌어진다. 모든 광고주들이 가격을 써내고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에게 낙찰이 이뤄진다. 물론 여기서 광고주 역시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이며, 알고리즘(정해진 컴퓨터 규칙)에 의해 이뤄지는 일이다.

0.1~0.2초, 광고를 따낸 곳의 서버에서 게시물의 인터넷주소(URL)를 웹페이지 주인장의 서버로 보낸다. 역시 지구 어느 편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준비가 끝났다. 당신의 웹페이지에 해당 광고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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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광고 세계에서 0.2초 만에 벌어지는 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를 눈치채긴 어렵다. 모든 것이 0.2초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웹페이지를 클릭하고 눈을 깜빡이기 전까지 지금 보고 있는 그대로의 웹페이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 과정을 실시간경매(RTB)라고 부른다. 실시간경매 광고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의 인터넷광고위원회(IAB) 자료를 보면 이런 자동화 광고는 2013년 세계 온라인 광고 가운데 28%였지만 지난해에는 47%로 증가했다. 올해는 60%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달 9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진보네트워크는 이 자리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한 홈플러스에 대해 집단분쟁조정 신청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2월31일 검찰은 홈플러스가 허위 판촉 행사 등을 벌여 모은 2406만여건의 개인정보를 보험회사 등에 팔아 232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 발표 뒤에도 홈플러스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누구의 무슨 정보가 넘어갔는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이날 시민단체가 주변 사람들을 통해 급하게 모은 81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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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기업들의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 자동화 광고는 그 첨단에 있다. 더 많은 개인정보는 대상에게 더 적절한 광고를 제공할 수 있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판매를 약속한다. 당신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음식점을 즐겨 찾는지, 어울리는 친구는 누구인지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이 기업의 마케팅을 돕는 것은 명확하지만, 그 반대인 사용자 보호의 경우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홈플러스 사례가 그렇다. 사용자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점에서 홈플러스의 정보 활용과 다른 인터넷 광고의 정보 활용을 단순 비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약관까지 검토하며 서비스를 활용하는 이가 드물고, 기업들이 이렇게 얻은 정보를 복잡하게 교환하는 상황에서 동의 여부의 현실적인 의미는 점차 작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기업들의 사용자 권리에 대한 의식이 낮은 점은 더 큰 위험을 안는다. 홈플러스 앞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홍명근씨는 지난 경험들을 말했다. “카드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통신사의 해킹 유출 등 숱한 사건의 피해를 겪었다. 이번에도 역시 피해자이더라. 하지만 회사는 아무런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전 과거 휴대전화 시절에는 어린 학생들이 부모 몰래 쓴 데이터 사용료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었다.

최근 핀테크,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정보통신 기술 활용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법 개편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실시간경매 방식 광고도 지난해 제일기획이 처음으로 관련 부서를 만들고, 첫 전문회사가 설립되었을 정도로 도입이 눈앞에 다가왔다. 강력한 자동화 마케팅 기법들은 도입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에 비해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 사용자 주권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994년 4월 첫 상업 전자우편이 사람들에게 발송되었을 때, 소수의 인터넷 선구자들은 이를 비상업 네트워크인 인터넷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불같은 분노를 보였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 하나의 거대한 광고시장에 가깝게 변모하고 있다. 열린기술연구소(OTI)의 사샤 마인래스 대표는 “(현재 인터넷 환경은) 사용자들이 기업의 편의를 좇으면서 자신의 정보가 기업들 사이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간과하게 된 데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