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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3일 06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03일 06시 50분 KST

중고차 매매단지는 거대한 차 무덤이 되었다(사진)

"자다가 연기가 난다는 말을 듣고 일어나 보니 중고차에 불이 붙은 것이 보였고 바람이 불 때마다 시뻘건 불길이 확 번졌어요."

3일 오전 1시 53분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큰불이 난 뒤 인근 건물 경비원 최모(54)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매매단지 2층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1층과 3층, 4층으로 차례로 번졌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불이 나자 시꺼먼 유독가스가 치솟았고 인근 병원에 있던 환자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중고차 매매단지 주변을 둘러싼 2∼3층짜리 단독주택 수십 곳에서 잠을 자던 주민 200여 명도 소방대원의 고함을 듣고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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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단지와 불과 2m가량 떨어진 집에 사는 박은희(55·여) 씨는 "잠을 자다가 소방대원이 대문을 막 두드려 잠에서 깼는데 주변이 뿌연 연기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불길이 번지면서 강한 화염에 철골 구조물이 휘어져 중고차매매단지의 가운데가 폭싹 내려앉았다.

고가의 외제차를 포함한 중고차 500여 대는 서로 뒤엉킨 채 앙상한 뼈대만 남기고 타버렸다.

타이어 등 불에 약한 자동차 부품이 타면서 매매단지 주변으로 매캐한 유독가스가 퍼져 인근 주민들은 코를 틀어막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차량에 남아있던 연료로 인해 연신 '펑'하는 폭발음이 들리는 등 화재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강한 바람으로 말미암아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은 중고차들에 연쇄적으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매매단지 전체가 강한 화염에 휩싸였고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폭싹 내려앉은 매매단지가 추가로 붕괴할 위험 때문에 내부 진입이 힘들어 소방당국은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해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바람이 대로변으로 불어 주택가로 불길이 번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화재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나온 중고차 매매상들은 망연자실했다.

한 매매상은 "어떻게 일군 사업인데 하루아침에 몽땅 다 날아갔다"고 흐느꼈다.

불이 난 중고차매매단지에는 13개 매매업체, 1개 보험사 대리점, 2개의 할부금융 대리점이 입주해있다.

한 업체가 통째로 매매단지를 전세낸 뒤 다시 개별업체에 빌려주는 주는 이른바 '전전세' 형태로 운영돼왔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했다.

매매업체별로 보통 30∼40대가량의 중고차를 보유했는데 이번 화재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전소된 차량은 물론 일부가 탄 차량도 폐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체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특히 이 중고차매매단지는 보험가입이 안 된 것으로 알려져 매매상들의 근심이 더욱 컸다.

한 중고차 매매상은 "몇 년 전 인근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불이 나 차량 10여대가 탄 적이 있었는데 보험적용이 안 돼 큰 피해를 봤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위험업종으로 분류돼 보험가입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산교차로와 남문구 교차로 등 불이 난 중고차 매매단지 주변 도로가 통제돼 이날 출근시간 극심한 차량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을 정밀 감식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