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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7일 08시 05분 KST

고위공직자 절반은 상위 5% 자산가였다

행정·입법·사법부를 통틀어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의 절반이 상위 5% 자산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 전반을 책임진 고위 공직자들이 소득 상위 계층에 집중될 경우, 계층을 망라한 국민 이해 조율 등 공적 임무 수행 과정에서 해당 계층의 이해가 과도하게 대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관보에 공개한 소속 고위 공직자 2302명의 정기재산변동 신고 내역을 보면, 순자산이 9억원을 넘는 고위 공직자는 1100명으로 47.8%에 이른다. 반면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조사한 ‘2014 가계금융·복지 조사’(2014년 3월 기준)를 보면, 가구당 순자산이 9억원 이상인 가구는 5.1%에 그친다. 일반 국민 100가구 중 5가구에 불과한 순자산 9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그룹에 고위 공직자는 절반가량이 포함되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 상당수는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해왔다는 점에서 고액 자산가 비중이 일반 국민보다 높을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과대한 비율로 보인다.

3부(행정·입법·사법)를 나눠서 보면, 특히 법조계 고위 공직자 중에서 상위 5% 자산가 비중이 가장 높았다. 법조계(재판관·판사·검사) 고위 공직자 중 순자산 9억원 이상은 71.3%(202명 중 144명)에 이르렀다. 국회의원은 62.3%(292명 중 182명), 행정부(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고위 공직자는 43.1%(1790명 중 771명)가 상위 5% 자산가에 들었다.

평균 재산은 법조계 고위 공직자 19억7000만원, 국회의원 19억2000만원, 행정부 12억9000만원 순서였다. 이 가운데 행정부 고위 공직자를 보면, 청와대 46명 중 30명, 장관급 27명 중 21명, 광역단체장 17명 중 13명이 상위 5% 자산가들이다. 반면, 시·도교육감은 3명을 제외한 14명이 모두 상위 5% 안에 들지 못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교사 또는 교수 출신이다.

일반 국민의 평균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자산을 가진 사람이 고위 공직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은 공정한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 가계금융·복지 조사’를 보면 일반 국민 중에선 3억원 미만 자산 보유자가 71.6%에 이른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위 공직자 중에 경제적 상위 계층이 많으면 이 계층의 이해가 과도하게 대표되고,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장·차관이나 국회의원 등 정무·선출직부터 계층 쏠림 현상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정무직을 임명할 때 계급, 성별 등을 고르게 안배해 국가의 여러 계층을 반영하는 ‘대표관료제’의 이념을 추구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경우 선관위가 제안했듯 비례대표 수를 늘린다면 (소득별로도) 더 높은 대표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