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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6일 19시 08분 KST

입맛대로 골라 먹는 피자 스타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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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본고장인 피자는 19세기 말 미국으로 건너가 꽃을 피워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이 됐다. 이민자들이 전한 피자를 미국인들은 뉴욕식, 시카고식, 세인트루이스식, 캘리포니아식 등으로 발전시켰다. 피자헛, 도미노 등 프랜차이즈로 세계를 공략했다. 하지만 피자 순수주의자들은 여전히 이탈리아 피자를 최고로 친다.

지금 서울의 홍대 맛골목이나 이태원 등에는 ‘시카고식 피자’를 내세운 집들이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시카고식 피자는 2011년 박지성 선수가 원정경기를 위해 미국 시카고를 찾았다가 초청행사의 일환으로 시카고식 피자 만들기에 도전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피자의 도(dough)는 빵 그릇인가 싶을 정도로 두툼했다. 몇년간 이어온 나폴리식 화덕피자의 인기를 누를 것인지 주목된다. 국내 1호 피자 레스토랑은 1988년 문을 연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피자힐’로 알려져 있다.

지금 서울은 다양한 피자의 각축장이다. 시카고식 피자는 이미 1997년에 서울에 상륙했다. ‘스파카 나폴리’의 이영우씨처럼 이탈리아 피차이올로(이탈리아 나폴리 정통방식으로 피자를 만드는 장인)도 울고 갈 만한 나폴리식 피자 장인도 많다. 밀가루, 효모, 물, 소금과 토핑 재료가 다인 피자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맛은 뚜렷하게 구별된다. 그 비밀은 ‘도’에 있다. 그 세계로 떠나보자. 피자, 어디까지 먹어봤니?

쫄깃하고 바삭한 도 나폴리식 피자

스파카 나폴리 ‘마르게리타’

완성도가 높은 나폴리식 피자는 도의 맛이 쫄깃하고 바깥 부분(크러스트)에 갈색 그러데이션(농담법)이 잘 형성돼 있다. 카스텔라처럼 푹신하지도, 비스킷처럼 바삭하지도 않다. 글루텐과 공기층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 상태다. 합정동의 피자집, ‘스파카 나폴리’의 주인 이영우씨는 “반죽과 발효 과정을 제대로 거치면 공기층이 적당히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밥알 사이로 형성된 공기 틈이 초밥의 맛을 완성하듯이 말이다. 도 역시 나이가 있다. 숙성된 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사람처럼 나이가 든다. 그는 “(도의 나이가) 20대면 열을 이겨내면서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고, 50대면 도의 겉이 연약해서 센 불을 만났을 때 이겨내지 못하고 타버린다”고 한다. 비유적인 해석이다. 유능한 피차이올로는 그 나이를 간파해 화덕에 넣는다. 장작화덕에 굽는 것도 나폴리식 피자의 특징. 유능한 피차이올로가 가져야 할 덕목 중의 하나는 불을 다루는 능력. 장작을 고르는 일부터 섬세한 눈썰미가 필요하다. 바짝 마른 장작은 단시간에 활활 타오르면서 온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이씨는 “교과서적으로는 1분30초인데 2~3분이 걸릴 때도 있다”고 한다. 과육이 꽉 찬 토마토로 만든 소스, 고급 올리브오일 등은 깊은 맛을 낸다. 이씨는 “본래 나폴리식 피자는 치즈가 적게 들어가야 맛있다”며 “질겅질겅 치즈 씹는 맛을 선호하는 국내 고객들의 취향 때문에 치즈를 많이 쓰는 곳이 다수”라고 한다. 치즈가 주인 행세를 하면 다른 재료들의 조합이 자칫 깨질 수도 있다. 훌륭한 피자를 구분하는 이씨의 기준은 소화다. “발효가 잘된 피자는 소화가 잘된다.”

스파카 나폴리(마포구 합정동 413-2), 더 키친 살바토레(강남구 신사동 646-2), 대장장이화덕피자(종로구 가회동 62-1), 부자피자(용산구 한남동 743-33)

묵직한 소시지맛 가득 시카고식 피자

우노피자 ‘시카고 클래식 피자’

영화 <대부>는 묵직하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마피아의 계보학을 다룬다. 미국 마피아의 본거지는 시카고였다. 시카고식 피자도 영화를 닮아 묵직하다. 흔히 ‘딥 디시 피자’(Deep Dish Pizza)라 부른다. 도를 발효시키고 난 다음 상당히 깊은 그릇에 굽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도의 깊이가 3㎝나 된다. 바닥의 두께는 5㎜, 테두리는 3㎜다. 마치 빵 그릇에 먹거리가 담긴 꼴이다. 모차렐라 치즈, 체다 등 도에 올라가는 치즈의 양은 나폴리식보다 많다. 크러스트의 바깥은 바삭한 편이고 안은 부드럽다. 첫맛부터가 선이 굵다. 토핑 재료가 도톰한 소시지이기 때문이다. 신선한 채소의 풍미 같은 것은 옆집 얘기다. 고기를 먹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맛이 혀를 점령한다. 1997년께 미국 시카고의 ‘우노피자’를 에렉스에프앤비가 들여와 현재 3곳에서 직영한다.

우노 알앤디파트 마상욱 과장은 “우노피자의 창업자 아이크 슈얼이 1943년께 처음 문을 열었는데 그 이전에는 주로 얇은 피자만 있었다”고 한다. 201도의 벨트가스오븐에 두번 구워 낸다. 도를 초벌구이를 하고 토핑을 한 다음 다시 굽는다. 시카고 정통 피자는 토핑 재료가 간단하다. 치즈와 육향 가득한 소시지가 다다. 요즘 인기를 끄는 ‘오리지널 시카고 피자’집이나 ‘제임스 시카고 피자’ 등은 정통식을 변주해서 도가 더 폭신하다는 평이다.

우노피자(용산구 한강로3가 아이파크몰 서관 503, 504/ 일산호수공원점, 강남삼성타운점), 오리지널 시카고 피자(마포구 서교동 395-78/ 이태원점)

네모난 조각 돌돌 말아 먹는 로마식 피자

트레비아 ‘시칠리아나’ ‘후레쉬 마르게리따’ ‘필로네 머쉬룸’

피자는 원형이라는 일반화된 생각을 깨는 피자다. 파피루스처럼 얇고 가로로 길다. 마치 인도의 난처럼 보인다. 공기가 큰 덩어리로 도에 봉긋 솟아 있다. 손으로 말면 종이처럼 둘둘 말린다. 로마의 피자는 스낵 같은 간편한 먹거리다. 둥근 형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각형이 많다. 로마의 시장이나 상점에서는 긴 피자를 뚝뚝 잘라 무게를 재서 판다. 잘린 모양이 사각형이다. 서울 이태원동의 ‘트레비아’의 주인 황인숙씨는 “미리 만들어 놓고 데워 팔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런 현지의 판매 형태 때문에 로마식 피자는 나폴리식보다 반죽할 때 물이 더 들어간다. 황씨는 “진열해두고 파니깐 시간이 지나면서 마를 수 있는데 그것을 고려한 조리법”이라고 말한다. 삽 모양의 판에 올려 굽기에 ‘팔라(pala·삽)피자’라고도 한다. 로마에 가면 ‘할머니가 팔라를 늘이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종종 발견하는 관광객이 많다. 길이가 30㎝가 넘는 것도 있다. 트레비아에서는 화산석이 깔린 전기오븐에 굽는다.

트레비아(용산구 이태원동 557), 피자리움(용산구 이태원동 529)

크기만 봐도 배부른 뉴욕식 피자

브릭오븐 ‘갓 파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눠지겠지만 뉴욕식 피자의 도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탄탄하다. 접었을 때 단단한 방벽이 되어 안의 내용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형국이다. 마치 비스킷처럼 바삭하다. 나폴리식보다 글루텐 형성이 높다. 재미동포인 서울 역삼동 ‘브릭오븐’의 주인 제임스 유씨는 “190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 이민자들 중에 나폴리 출신들은 주로 뉴욕으로, 시칠리아 출신들은 시카고로 갔다”며 “뉴욕으로 간 가난한 이민자들이 빨리 손으로 들고 먹고, 배를 채운 뒤에 일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 탄생 배경”이라고 한다. 대도시 뉴욕에서 빠른 시간에 들고 먹어도 불편함이 없어야 했다. 1905년에 최초로 상업적 판매 허가를 받고 문 연 ‘젠나로 롬바르디’(Gennaro Lombardi)가 뉴욕 피자의 시작이다. 지금은 다양한 토핑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정통 뉴욕식은 치즈나 소시지 등 토핑의 가짓수가 적은 게 특징이다. 치즈가 듬뿍 올라간다. 탄성이 나올 정도로 나폴리식보다 크다. 지름이 대략 40㎝ 내외다. 3년 전에 문 연 브릭오븐은 뉴욕식 피자를 내세워 인기다.

브릭오븐(강남구 역삼동 617-4), 몬스터피자(마포구 서교동 3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