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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6일 11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26일 12시 06분 KST

탑기어는 끝났다 : BBC, 제레미 클락슨 해고

영국 BBC의 자동차쇼 프로그램 ‘탑기어’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이 최근 연루된 제작진 폭행 사건으로 결국 해고됐다. 그와 함께 MC로 프로그램을 이끌던 제임스 메이와 리처드 해먼드도 하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3억5천만명의 시청자를 보유한 탑기어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BBC는 25일(현지시간) 제레미 클락슨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의 계약기간은 이달 말로 종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조치다.

토니 홀 BBC 제작총괄 이사는 이날 발표된 BBC 공식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신중하게 검토됐다”며 “(조사 결과에 따른) 팩트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개인적으로 제레미, 오신(프로듀서)과의 만남을 가진 이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알고 있고, 이 결정으로 의견이 엇갈릴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사 결과에 따른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Jeremy Clarkson dropped from Top Gear - BBC News

Jeremy Clarkson: BBC boss on 'sacking biggest star' - BBC News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성명에 첨부된 자료에 따르면, 제레미는 오신에게 “상당 시간 동안 최악의 폭행과 폭언”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래는 BBC가 공개한 조사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 지난 3월4일 뉴요크셔 서레이 지역에서 촬영이 있었으며, 사건은 Simonstone Hall 호텔 테라스(patio) 근방에서 발생했다.
  • 물리적 폭행이 30여초 동안 이어졌고, 주변인들이 만류한 끝에 중단됐다. 오신은 이에 대응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 폭행 당시는 물론, 호텔 내에서도 오신에게 폭언이 가해졌으며, 강한 욕설과 해고 위협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 제레미는 오신과 탑기어 다른 관계자들에 대한 경멸적이고 폭력적인 언행을 그들의 면전에서 지속적인 시간 동안 퍼부었다.
  • 정신적 충격에 빠진 오신은 근처 응급실로 향했으며, 입술이 붓고 피가 나는 등의 상처를 입었다.
  • 사건 발생 이후 제레미는 문자와 이메일, 직접 찾아가는 등 사과의 뜻을 전하려 했으며, 9일 BBC 측에 사건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사건 조사를 총괄한 켄 맥쿼리 BBC스코틀랜드 지사장(Director)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을 결론지었다.

오신 타이먼은 물리적 폭행과 폭언을 유도한 바 없는 피해자이며, 이 사실은 제레미 클락슨이나 다른 목격자들에 의해 반박된 바 없다. 또한 오신 타이먼은 가치 있고 존경 받는 인재로 탑기어 팀에서 중요한 창의적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개인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았으나, 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탑기어 : End of an Era

제레미 클락슨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을 ‘한때 BBC2 자동차쇼 탑기어 진행자였다’로 바꿨다.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제임스 메이 역시 트위터 프로필을 ‘전직 TV 진행자’로 변경했다.

제임스 메이는 제레미의 해고에 대한 소감을 묻는 스카이뉴스 기자에게 “우리 세 명은 ‘패키지’”라며 하차할 수도 있다는 뜻을 암시했다. 자신의 페라리 자동차를 이베이에 팔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인디펜던트에 공개된 제임스 측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탑기어는 현재의 포맷 이전에도 존재했고 당연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제임스가 앞으로도 탑기어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탑기어는 세계적인 흥행을 통해 BBC에 명성과 수익을 동시에 가져다 준 프로그램이다. 3억5천만명의 시청자가 매주 이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방송은 전 세계 21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탑기어는 1억5000만 파운드(약 2456억원)를 벌어들여 BBC 프로그램 중 최고 수준의 수익을 올렸다. DVD는 물론 같은 이름의 잡지도 전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제레미 클락슨은 바로 그 탑기어의 메인 진행자이자 대표적인 아이콘이었다. 특유의 거친 유머와 독설 섞인 시승평 등으로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스레 그가 빠진 탑기어의 미래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탑기어는 죽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허핑턴포스트UK에 따르면, 제레미의 해고 소식을 접한 일부 시청자들은 피해자인 오신에게 분노를 퍼붓고 있다. 살해협박이 가해지기도 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명운동에 참여한 지지자는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일부 지지자들은 탱크를 동원해가며 BBC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허핑턴포스트UK는 또 프로듀서 오신이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 BBC 측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으며, "제레미와 나는 업무에 있어 긍정적이며 성공적인 관계를 맺어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신은 "제레미는 특별한 재능의 인물"이라며 "제레미의 탑기어 출연이 이런 식으로 끝을 맺게 되어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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