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5년 03월 24일 06시 16분 KST

사실상 실업상태 '초단시간 노동자' 120만명 시대 눈앞

아이돌보미 일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56)씨는 오후 4~7시까지 하루 3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는 아이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퇴근 때까지 집에서 잠깐 돌봐주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 하루 종일 일하는 일자리는 취직이 어렵다”며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급 6000원으로 하루에 1만8000원을 벌고 있다.

김씨처럼 일주일 노동시간이 18시간을 밑도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1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임시·일용직인 초단시간 노동자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큰 폭으로 늘었다.

23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주당 1~17시간을 일한 노동자 수는 지난해 117만7000명으로 규모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128만명으로 치솟았다가 2월 113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1997년 33만9000명에 머물며, 전체 노동자의 2.4%에 불과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에 1년 사이 38.6%가 늘어나 47만명이 됐다. 이후 증가세가 주춤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다시 13.3%가 늘어나 96만3000명에 이르렀고, 2010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1997년부터 17년 사이에 83만8000명 늘어나, 지금은 전체 취업자 가운데 4.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단시간 노동자 가운데 여성은 74만2000명(63%)으로 남성(43만500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산업별로 보면,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에서 65만5000명(55.6%)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20.2%)도 높은 비중을 보였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주로 아이돌보미, 가사도우미, 학교 급식, 청소 업무를 하루에 2~3시간씩 하거나 편의점, 음식점, 예식장 등 주말에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 오전 8시부터 10시30분까지 하루에 2시간 30분씩 청소 일을 할 사람을 구하거나 오전 11시4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학교 급식 배식원을 구하는 등 ‘초단시간’ 일자리가 다수 올라와있다.

이처럼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시간제 일자리(주 36시간 미만 등)는 지난해 200만명을 넘어섰다. 시간제일자리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처우가 가장 나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시간제 일자리는 사회보험 가입률이 국민연금 14.6%, 건강보험 17.8%, 고용보험 19.6%로 비정규직 가운데 가입률이 가장 낮고, 평균임금은 월 66만2000원에 불과하다. 시간제 노동자들은 52.3%가 ‘비자발적’으로 일을 선택했으며, 63.4%가 ‘당장 수입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초단시간 일자리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일자리 구하기는 어렵고, 생계는 힘들어지면서 여성과 청년, 노인 중심으로 처우가 나쁜 초단시간 일자리라도 일단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