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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3일 07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23일 07시 42분 KST

불황 속에서도 '슈퍼카' 판매는 사상 최고 호황

Associated Press
Between 5 and 7 pm, New York experiments its evenning rush hour, where all commuters and city workers go back home. (Kike Calvo via AP Images)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져도 최고급 자동차인 ‘슈퍼카’ 시장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희소식에도 슈퍼카 업체들은 고민이다. 수요에 부응해 공급을 늘려야 하나?

기업이라면 으레 몸집 불리기에 골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일의 스포츠카 생산업체 포르셰의 도전은 어떻게 하면 규모를 키우지 않느냐에 맞춰져 있다.

포르셰는 지난해 차량 판매와 매출, 영업이익에서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판매는 18만9849대를 기록해 전년보다 17% 늘었고, 매출도 20% 증가해 172억유로(약 20조5617억원)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5.4% 증가한 27억유로를 기록했다. 또 다른 슈퍼카인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마세라티도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를 기록했다.

사실 이런 수치는 포르셰의 모기업인 폴크스바겐이 지난해 460만대를 팔아치운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하지만 포르셰와 같은 고급 브랜드의 생명은 ‘희소성’이다. 아우디와 베엠베(BMW), 메르세데스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몸집 키우기에 열중하는데도 포르셰가 스스로 제동을 거는 이유다.

마티아스 뮐러 포르셰 회장은 “우리의 대응은 간단하다. 우리는 공급을 제한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 포르셰는 지난해보다 차 판매 대수를 줄이겠다는 뜻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소수의 특별한 고객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브랜드의 희소성 가치를 지키면서도 더 많은 이익을 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르셰의 재무담당 이사는 “모두가 포르셰를 몬다면 그건 특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서치그룹 아이에이치에스(IHS) 오토모티브의 애널리스트 팀 어커트는 “그들이 규모를 키워 연간 30만~50만대 생산 업체가 되고 싶었으면 충분히 가능했다”며 “그들은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브랜드를 확장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포르셰의 경쟁자인 페라리, 애스턴마틴도 비슷한 숙제를 안고 있다. 연간 7000대 한정 생산 판매 정책을 고수해온 페라리는 앞으로 조금씩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점차 연간 1만대까지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슈퍼카를 4000대가량 판매한 애스턴마틴은 생산 확대 목표를 훨씬 낮게 잡는다. 앤디 파머 애스턴마틴 회장은 “우리는 결코 많은 차를 파는 회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비감의 일부는 희소성”이라며 “우리 생산의 매직 넘버는 7000대가량”이라고 덧붙였다.

슈퍼카 업계의 또다른 고민은 마진율을 높이는 것이다. 포르셰의 경우 전체 판매와 수익은 늘었지만 지난해 순이익률은 15.8%로 전년도의 18%에 견줘 2.2%포인트 하락했다. 역설적이게도 매출을 늘린 일등 공신인 스포츠실용차(SUV)의 마진이 적기 때문이었다.

포르셰의 인기 스포츠실용차 모델인 카이엔은 출시 첫해인 2002년 포르셰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포르셰가 지난해 선보인 날렵한 스포츠실용차 마칸도 7개월간 4만4636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이 두 모델은 지난해 포르셰 전체 판매량의 58%를 차지했는데, 기록 경신에는 도움을 줬으나 ‘실속’은 없었던 것이다. 후속 모델부터는 가격대를 훌쩍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부상과 더불어 최고급 자동차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아이에이치에스는 2020년까지 슈퍼카 판매가 연간 35만3000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슈퍼카들의 ‘행복한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