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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9일 11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21일 10시 28분 KST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독점 인터뷰] 얼렌드 오여 "낙관적이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음악 만들고 싶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The Whitest Boy Alive)'의 얼렌드 오여가 지난해 낸 두 번째 솔로 앨범, 'Legao' 투어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주말, '얼렌드 오여와 더 레인보우즈(Erlend Øye and The Rainbows)' 내한공연이 있었던 서울 악스홀에서 오여를 만났다.

- Legao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 아이슬란드에서 아이슬란드 뮤지션들과 함께 녹음한 앨범입니다. 그들의 음악도 잘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 작업에 잘 맞겠다고 생각해서 같이 녹음하게 됐죠. 오래 전에 썼지만 같이 녹음할 마땅한 사람이 없었던 곡들이었거든요. '더 레인보우즈'를 만나서 앨범이 만들어졌죠.

이 앨범은 슬픈 음악이 아니에요. 라이브로 연주하기에 더 적합한 음악을 만들려고 했는데요. 무슨 말이냐면, 단순히 듣기에도, 들으면서 춤추고 움직이기에도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루브 있는 레게 템포인데, 느리면서도 리듬을 타고 몸을 움직일 수 있죠.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같은 음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제가 생각한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행복할 때는 음악의 행복한 부분이 들릴 테고, 슬플 때는 음악의 슬픈 부분이 들릴 테죠. 곡이란 마치 아이 같아요. (자기가 낳았지만) 어떤 아이가 될지는 선택할 수 없잖아요. 그런 거죠.

- 함께 온 밴드 '더 레인보우즈'는 어떤 팀인가요?

= 다 전에 같이 일해본 사람들이에요. 플룻을 연주하는 빅토르는 1년 반 전에 발표한 이탈리아 어 싱글 'La Prima Estate' 녹음에 참여했고요. 루이지와 안드레아는 이탈리아에 살면서 만났어요. 나폴리에서 활동하는데, 지금 활동하는 이탈리아 밴드 중에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밴드예요. 다른 세 명은 아이슬란드 출신인데 이번 앨범을 같이 녹음했죠. 물론 이번 앨범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같이 공연하러 올 수 없었어요. 대부분 지금 다른 아티스트와 투어 중이어서요.

- 서울에서 찍은 Garota의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 우연에 우연이 겹쳐 완성된 뮤직비디오예요.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 기간에 서울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기로 했어요. 실제 리허설과 공연 모습을 담으면서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결합된 형식으로 찍으려는 계획이었죠. 다큐멘터리 작업 경력이 있는 영상감독 마이클 비치는 5년째 친구인 배우 이하나가 찾았습니다. 하나가 배우니까 같이 촬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서울에 도착한 첫날 감독을 만났고, 하나는 촬영 현장에서 만났어요. 미리 만나지 말고 촬영 때 얼굴을 보기로 했던 거죠.

- 뮤직비디오에 여기저기 익숙한 장소들이 많이 등장하던데, 그 장소들은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요?

- 몇 군데는 하나가 추천했고요, 대부분은 그냥 되는대로 했어요. 차 타고 이동하다가 '여기서 찍고 가자' 이런 식으로요. '저 다리에서도 뭔가 해볼 수 없을까?' 이렇게. 보이는대로 영상의 대부분은 다큐멘터리예요. 홍대도 촬영하러 간 게 아니라 그냥 놀러갔던 거였고.

Erlend Øye - Garota

-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 활동을 접는다고 지난해 발표했는데, 왜인가요?

= 지금까지 오랫동안, 같이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또 만들어왔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같이 계속 가기 어려워진 거죠. 밴드를 접는다고 해서 우리가 평생 연주를 같이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에요.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로 무대에 서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거죠. 우리가 그 밴드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 버블스 레코드(Bubbles Records)라는 레이블을 직접 운영하시죠?

=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를 하면서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시작했고요. 저희 외에 같이 일하는 뮤지션은 칵마다파카(kakkmaddafakka)뿐입니다. 레이블은 지금 별 활동이 없어요. 같이 하던 마르신 외즈('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의 베이시스트)가 지금은 음악 일을 하고 있지 않거든요. 시칠리아에서 와이너리 일을 해요.

요즘 같은 때에 레이블을 직접 운영하는 건 그렇게 현명한 일은 아니에요. 음악에 돈 내려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 자기 레이블이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 지금은 활동을 안 하니까, 어떤 의미'였'는지 말해보기로 하죠. 가장 명백하고 흥미로운 차이점은, 수입이에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는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냈죠. 마케팅에 더 많은 돈과 파워를 써요. 그래서 더 잘 알려지게 되지만, 실질적으로 아티스트가 앨범 판매에서 벌어가는 돈은 아주 적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요즘은 그 차이가 더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우리 곡 하나를 스포티파이(Spotify)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었다고 하면요. 그걸 우리 레이블에서 낸 경우엔 스트리밍 1회에 지불된 그 적은 돈에서 90%를 받아요. 그런데 킹스오브컨비니언스는 10%를 받아요. 그러니까 웬만한 규모로 상업적 성공을 했다고 하면 거기서 실제로 돈을 벌어간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거죠.

그 밖에는 앨범에 대한 세부사항들을 직접 정할 수 있는 것도 달라요. 앨범 패키지 디자인 같은 걸 정할 수 있죠.

- 지금도 베를린 씬과 교류가 있나요?

= 저는 전반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과 멀어졌어요. 그리고 그쪽 관객들한테 흥미를 잃기도 했고요. 그냥 지금은 재미가 없어요. 꽤 오래 전부터 내 밴드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하지만 베르겐에는 재밌는 게 많죠.

- 베르겐 씬은 어때요? 교류가 많은가요?

= 좋은 아티스트들이 많아요. 영 드림스(Young Dreams), 칵마다파카(Kakkmaddafakka ), 테아 옐머란(Thea Hjelmeland)이요. 베르겐에 살진 않지만 가끔 그쪽 아티스트들이 도와달라고 하고, 제가 도와달라고 할 때도 있고요. 가사를 써준 적도 있어요. 서로 비평하는 내부 커뮤니티 같은 거예요. 음악에 대해 말하는 일종의 포럼이요. 공식적인 모임은 아니고요. 우리끼리 평소에 나누는 대화가 베르겐의 음악 씬의 일부라고 할 수 있죠.

- 지금 이탈리아에 살고 계시죠?(얼렌드 오여는 몇 해전부터 이탈리아 시라쿠사에 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사는 건 어떤가요?

= 노르웨이와는 아주 다르죠. 이탈리아 음식이 좋아서 살게 됐어요. 겨울에는 좀 지루해요. 음악 씬도 없고. 겨울에는 집에서 곡을 만듭니다.

- 2013년에는 이탈리아 어로 된 'La Prima Estate'를 발표했는데요. 어떻게 만들게 된 곡이죠?

= 이탈리아로 이사갔더니 영감이 넘쳐났죠. 완전히 새로운 생활에 새로운 언어, 그리고 그곳의 60-70년대 음악을 들으면서요.

거슬리지(annoying) 않으면서 낙관적인(positive) 노래를 만들고 싶어서 쓰게 된 곡이에요. 낙관적인 음악 대부분이 듣기 거슬리잖아요.

Erlend Øye - La Prima Estate

-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 5월에 유럽에서 짧은 투어를 합니다. 전부 소규모 공연장에서 할 거예요. 우리 첫 앨범인 'Quiet Is the New Loud'의 곡들만 공연합니다. 이 공연을 계기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새 곡을 쓰기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본인의 다음 계획은 뭔가요?

= 운전 면허를 따는 것. 다음에 베르겐에 갈 때 하려고요. 관료주의적인 절차가 많아서 투어하는 중에는 어려워요. 몇 주 기다려서 뭐 받아야 하고 하니까 복잡해서요. 면허를 따고 나면 같이 다닐 사람 없이도 혼자 잘 다닐 수 있겠죠.

14일 악스홀에서 리허설 중인 얼렌드 오여와 더 레인보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