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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8일 17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8일 17시 31분 KST

가거도 헬기 요청했던 학교 선생님의 편지... "어린 아이 한 명을 살리기 위한 숭고한 열정. 본받겠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밤 아픈 어린 제자를 이송하려다 헬기가 추락하자 이 제자를 함정에 태워 목포까지 수백 ㎞를 가슴 조이며 데리고 나온 담임 교사의 편지가 눈물을 짓게 하고 있다.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초등학교 1-2학년 담임 박준현(40) 교사는 18일 청와대, 국민안전처 자유게시판에 헬기 추락 사고로 비통한 아픔을 겪는 유가족을 위로하는 글을 올렸다.

박 교사는 헬기 사고 당시 학교에서 야근하고 있었다고 한다.

많이 아픈 제자가 '헬기를 타고 잘 갔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청천벽력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그는 한걸음에 방파제로 뛰어나왔다.

슬픔을 뒤로한 채 박 교사는 아픈 제자와 함께 함정을 타고 목포로 나왔다. 제자 아버지는 다른 섬에 있었다.

박 교사는 이날 오전 실종자 수색에 애쓰는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교실에서 눈물로 편지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복통을 호소하는 어린 제자와 함께 군함으로 이동하면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현장을 수습하고 계시는 많은 해양경찰대원과 해군들을 보았다"면서 "고생하신 분들 덕분에 아이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돼 의료진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다"고 적고 있다.

이어 "마을 높은 곳에 있는 교실에서 바라보며 지금도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해양경찰, 119구급대, 해군 등 수많은 분의 노고가 짙은 해무 사이로 시야에 들어온다"고 썼다.

가거도초교 아이들은 지역적인 특성으로 유난히도 해양경찰과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해양경찰에서 응급헬기로 위급한 부모님을 이송하던 중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한 아이, 임신한 어머니가 악천후로 헬기 대신 경비정을 타고 가다가 출산해서 배가 고향인 아이, 멀고도 아득한 섬마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아픔과 사연이 곳곳에 묻어 있다고 적었다.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 30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가거도. 가거도를 지키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주신 분들,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과 함께 고개가 숙여진다고 박 교사는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교생 10명의 가거도 초등학교에는 해양경찰이 꿈인 아이도 있다고 했다. 현재 4학년인 남해우리군은 지난 2005년 11월 이송 중인 목포해경 207함('해우리')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은혜에 보답하고자 배 이름을 따 이름을 지었다.

박 교사는 마지막으로 "숭고한 희생을 곁에서 겪고 보니 지금도 제자 사랑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 붓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게 여겨진다"면서 "어린 아이 한 명을 살리기 위한 숭고한 열정. 본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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