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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7일 17시 33분 KST

DDP, 논란이 무색한 '흥행대박'

불시착한 ‘우주선’이 다시 날아오르는 걸까. 아니 연착륙이라고? 건축거장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초대형 곡면건물로, 한국건축사상 유례없는 논란을 낳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21일로 개관 1돌을 맞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도로 7년여 공사 끝에 완공된 디디피는 개장 당시 숱한 구설에 휩싸였다. 우주선, 공룡을 연상케하는 파격적인 겉모습, 5000억원 넘는 설계·공사비와 불투명한 건립 목적, 옛 동대문운동장과 조선시대 군사시설 등 터에 있던 역사유산과의 부조화 등이 논란의 배경이었다.

1년이 지난 현재 디디피는 논란이 머쓱해질 만큼 흥행 측면에서 도드라진 수치를 보여준다. 디디피를 운영해온 서울디자인재단 통계를 보면, 1년간 방문객은 824만명. 애초 목표였던 55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몰리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900만명에 못지않은 수치다. 내부 전시, 이벤트를 찾은 유료관객은 74만명에 불과하지만, 랜드마크로 눈길을 사로잡는데는 성공한 셈이다. 재정수지도 시의 준비금이 포함되긴 했지만 213억원 지출에, 223억원 수입을 올려 첫해 균형을 맞췄다. <뉴욕타임즈>는 1월 디디피를 올해 꼭 가봐야할 세계 명소 52곳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무엇보다 건축디자인의 독창성이 일등공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상 4층 높이에 연면적 8만 평방미터가 넘는 초거대 복합공간, 기둥이 없고 내부가 곡면의 끝없는 흐름으로 채워지며, 각기 다른 4만여개의 회색 패널로 표면을 덮은 건축미가 볼거리를 찾는 대중적 욕망을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주변에 자리잡은 의류산업 공간과 별개로 건축물 자체가 도시의 지형을 빚어내는 자하 하디드의 도시주의(어바니즘)가 ‘못보던 건물에 열광하는’ 현상을 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간송미술관 명품들을 소개한 ‘간송문화’ 전과 패션 거장 코코 샤넬 전 같은 대중전시들을 유치한 것도 효과를 냈다는 게 재단 쪽 자평이다.

그러나 디자인·미술계 전문가들의 시선은 아직 냉랭한 편이다. 도심 랜드마크 지역에 거장의 건축을 유치한데 따른 부수효과일 뿐이며, 자체 컨텐츠로 관객몰이를 하고 트렌드를 만든 징후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년간 디디피의 전시 콘텐츠는 절반 이상이 대관전시였다. 간송문화전, ‘건축공감의 도시’전, ‘별에서 온 그대’ 전 등 외부에서 들여온 꾸러미 콘텐츠를 일부 가공한 협력형 일색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창의·자립운영을 천명한 이래 300억원 가까운 운영재원을 자체 충당하는 자립경영이 지상목표처럼 부각된 것도 문제다. 곡면공간의 한계와 부실한 조명 때문에 만족할 만한 관람 서비스가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디자인 평론가 최범씨는 “공공문화시설인데도 여전히 운영목적과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고 재정 수지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박삼철 디디피 기획본부장은 이에 대해 “새로운 디자인 정신을 지향하는 곳으로 이해해달라. 걸음마 단계인만큼 공공성이 자립 운영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디자인재단과 별개의 전문 재단을 신설해 디디피 운영을 맡기는 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발신기지를 주창해온 디디피 운영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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