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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1일 17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1일 17시 13분 KST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 우리가 뿌렸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이 지난해 말부터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서 수백, 수천 장씩 뿌려지고 있다. 지난달 25~28일에는 나흘 연속 청와대 인근 버스정류장, 신촌, 명동, 강남 등지에서 전단이 뿌려졌다.

전단에는 주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와 국정원 대선 개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단 살포의 주체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인데,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의 고층빌딩에서 전단을 뿌린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들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에는 마스크와 두꺼운 옷으로 얼굴과 몸을 가린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만 찍혀 있다.

경찰은 이들을 건조물 침입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체포하려 하지만 아직까지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왜 전단을 뿌리고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전단을 뿌릴지 등을 놓고 SNS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사람들’ 회원 중 한 명을 인터뷰했다. 신변 노출 가능성 때문에 인터뷰는 몇 단계를 거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잇따라 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신들은 누구인가?

= 특정 단체에 다 같이 모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새롭게 단체를 만든 것도 아니다. 전단지 배포를 통해 지속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임시로 명의를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로 만들었다.

이 일을 서로 도운 몇몇은 소시민들이다. 간혹 집회에 참여하고, SNS를 통해서 알게된 몇몇이 함께 기획하게 된 일이다.

- 어떤 조직이나 체계를 갖추고 있는 단체인가?

= 조직이나 체계는 없다. 다만, 그때그때마다 누구는 복사하고 누구는 어디로 가서 배포하고 이런 분업은 한다. 이 일에 실질적으로 함께 한 사람들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다.

- 전단지를 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자행된 온갖 비정상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던지고 싶었다.

선거 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문제다. 이를 은폐하는 검은 권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비판세력에 대한 압도적인 탄압, 종북몰이는 권위주의 그 이상이라고 생각됐다.

불통과 독선,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민주주의도 고사되었다. 경제민주화 공약의 대대적 후퇴, 친재벌·반서민 정책도 문제가 된다고 본다.

세월호 사태에 대한 대응이나, 대통령의 대화 수준, 정책 이해를 보면 능력도 너무 없는 정부라고 생각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북으로 몰리는 세태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다.

- 요즘은 인터넷과 SNS 등 사람들에게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은데, 왜 옛날 방식인 전단지를 선택했는가?

= 수만명이 모여 집회를 해도 그들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여론을 형성하는 책임이 있는 언론이 길 막히니까 돌아가라는 수준이다.

짧지만, 선명한 메시지라도 정확히 전달하고 싶었다. 정권이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로 회귀하니 저항 방식도 80년대식으로 하는 것도 일종의 풍자라고 보았다.

그래서 삐라 살포 같은 방식을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 어디 옥상에서 전단지 뿌리고 구호 외치다가 잡혀가고, 그런 식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식이라면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전단지는 불과 몇천장이다. SNS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 숫자보다 훨씬 작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다뤄준다면 SNS보다 훨씬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도 포탈 메인뿐 아니라 공중파에서도 다뤄졌다. 성과가 있다고 본다.

- 전단지를 뿌릴 때마다 내용이 달라진다. 전단지 내용은 어떻게 정하나?

= 가장 시의적절하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 대한 가장 비판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나, 저속한 풍자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우리에겐 중요하다. 팩트를 기반으로 풍자하고자 한다.

- 적게는 수백장에서 많게는 수천장을 뿌리는데 인쇄는 어떻게 하는가?

= 한겨레신문사에서 좀 수만장 찍어주면 안되나?(웃음) 복사로도 가능하고 인터넷 주문으로도 가능하다. 수천장이라고 해봤자 크기가 작아서 별일 아니다.

- 전단지를 본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나? 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 현장의 시민들 반응을 살펴본 적은 없다. 다만, 인터넷 반응을 보면 매우 우호적인 것 같다.

그런 분들만 글을 남겨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없는 말 지어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난받을 일은 크게 없을 것 같다.

물론, 사실 자체를 은폐하고 싶은 일부에게는 욕을 먹을 수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의 과민한 반응을 보면 그런거 같다.

- 경찰이 건조물 침입죄, 경범죄, 대통령 모욕죄 등을 들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대구나 부산에서는 전단지 뿌린 사람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오토바이 불법 개조를 문제 삼았다. 경찰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전단지 몇천장 뿌린 것이 쓰레기 무단 투기라? 공적인 목적이 크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그것을 누구 몰래 버리려고 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를테면 종량제 봉투값을 아끼려고 버린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권의 눈치 보는 경찰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건조물 침입 역시 해당 없다.

모든 장소가 외부인에게 오픈된 곳이다.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거나 그런 것은 한 곳도 없다. 우리집에도 압수수색이 오면 사회과학서적 가지고 종북세력 운운할 것 같다.

평생의 행적을 탈탈 털어 나오는 것들을 엮어서 종북조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공권력이 정권의 시녀가 되었다’는 표현만큼 이 과민한 반응들을 잘 나타낼 수는 없다.

- 일부에선 ‘국가원수 모독죄’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국가원수 모독죄가 부활된다면 전단지 살포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는가?

= 국가원수 모독죄? ‘최고 존엄’은 쳐다보지도 말고, 언급하지도 말라는 것인가? 너무 촌스럽고 유치한 발상이다.

70년대의 주역들이 모여서 내온 방식답다. 인쇄, 출판물 모두 검열하고, 나라 전체가 거대한 감옥이 될 것이다.

전단지 살포를 막으려고 법까지 만든다면, 이민 가야겠다. 좀 격에 맞는 사람들과 품격 있는 논쟁과 대립을 하고 싶을 뿐이다. ㅜㅜ

- 국가인권위원회가 탈북자단체들이 북한에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반면, 경찰이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 살포를 수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국가인권위?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되지 않았나?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다.

전쟁을 도발하는 대북 삐라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호하고,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막는 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건 문제가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휴전선 일대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안 좋은 때에는 작은 도발도 국지전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야 말로, 표현의 자유 차원이 아니라 국민 안전을 위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북단체는 마치 본인들이 샤를리가 된 것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해 말하지만, 서방언론들이 특정종교 지도자에 대해 지나치게 모욕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동성애를 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삐라를 보면 얼굴이 뜨거워진다. 북한 사람들이 그런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긴장 고조 자체가 목적인 것만 같다.

우리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 이를 보장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과도한 추측과 비약을 확정적으로 말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전단지에 기사를 인용하는것도 알려진 사실 중심으로 말하려는 것이다. 공적인 비판까지 재갈물리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일이다.

- 신분을 공개하고 전단지를 뿌릴 생각은 없는가?

= (짧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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