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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4일 06시 53분 KST

항우울제의 과학적 근거를 확신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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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은 항우울제다. 현재 10명 중 한 명 꼴로 졸로프트(Zoloft)나 렉사프로(Lexapro)를 우울증 치료제로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항우울제는 겨우 30%만 제대로 효과를 내며 부작용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번에 캐나다 온타리오 맥마스터 대학의 심리학자 폴 앤드루스가 '신경과학과 생물행동과학 학지(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에 상당히 논란이 될만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의사들이 우울증과 연관된 화학적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있다고 한다.

앤드루스는 우울증과 세로토닌 효과에 대한 지난 50년 동안의 자료를 분석했다. 세로토닌 이론은 '행복함'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모자란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앤드루스는 오히여 세로토닌 수치가 높을 때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오해로 인해 잘못된 처방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항우울제 중에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것이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인데 뇌의 세로토닌 수용체를 겨냥한 치료제로서 세로토닌 생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기술로는 안전하게 뇌를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과학자들도 세로토닌이 정확히 어떻게 방출되고 활용되는지 모른다. 그런데 동물실험을 보면 항우울제가 지금까지 우리가 가정했던 것과는 반대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앤드루스는 주장한다.

무슨 뜻이냐면, 사람이 우울증을 겪으면 뇌의 세로토닌 수치가 증가하는데 그로 인해 환자의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는 거다. 즉, 우울증의 대표 신호인 부정적인 집착이 야기된다. 그런데 거기다가 SSRI를 또 투입하면 특히 초기엔 집착이 강해지고 우울증 증세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앤드루스는 설명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SSRI로 인해 집착이 감소하고 우울증 증세가 적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항우울제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항우울제의 도움을 받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우울증이 어떤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함을 시사한다.

허핑턴포스트 과학섹션은 앤드루스와 우리가 항우울제를 어떻게 반대로 이해하게 됐는지, 또 미래의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허핑턴 포스트: 저(low)-세로토닌 이론은 어디에서 유래했나?

앤드루스: 이 이론은 우울증이나 우울증 증세 같은 현상을 동물 실험을 통해 세로토닌 수치를 측정하면서 제기된 게 아니다. 사실은 정황 증거에 의한 추측일 뿐이다. 1940~50년대 결핵과 정신 분열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일부 치료제에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왜 그 증세가 완화됐을까 하는 의문을 던진 거다. 그리고 결국 쥐 실험을 통해 세로토닌 수치가 상승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런 약물이 인간의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다면 -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이해되니까 - 우울증이라는 병은 세로토닌 수치가 저조하거나 저하된 상태에서 유발하는 것이라고 가정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이런 저-세로토닌 이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왔다. 웬만한 신경과학자라면 그 이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세로토닌 이론은 아직도 신경과학계에서 우울증 연구의 중추적인 이론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세로토닌 이론이 정확하지 않다는 데에는 어떤 증거가 있나?

확답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우선 우리는 세로토닌이 얼마나 빠르게 방출되고 어떤 양으로 전달되는지를 직접 계산할 수 없다. 쥐 실험을 통해서도 불가능하다. 뇌의 일부분에 모인 세로토닌 수치는 측정할 수 있지만 전달 양을 가늠할 수 없다. 뇌의 신경 결합부로 세로토닌이 얼마나 이송되는지 측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전달 양이 시냅스로 가는 세로토닌의 방출을 계산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인간을 상대로 실험하려면 머리에 구멍을 내고 관찰해야 하는데 당연히 불가능한 말이다. 물론 동물을 이용한 실험은 가능하다. 그리고 다양한 연구에서 전달 지표가 상승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래서 우리는 신경과학 분야에서 이 특정한 전달 지표를 우울증 차원에서 조사한 15개의 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15개 중에 13개는 고-세로토닌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였고 나머지 2개도 고-세로토닌 이론을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추론해 적용하면 우울증에 대해서는 고-세로토닌 이론이 더 옳을 것이라는 결론이 난다.

그렇다면 항우울제는 어떻게 작용하나?

저-세로토닌 이론의 또 다른 문제는 항우울제가 사람의 세로토닌 수치를 급증시킨다는 사실이다. 보통 몇 분에서 몇 시간 사이에 말이다. 그런데 저-세로토닌 이론이 맞는다면 항우울제가 그렇게 빨리 작용하니까 우울증 완화 현상도 빨리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다. 약 3~4주가 경과해야 우울증 증세가 저하되는 효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즉, 항우울제의 약물 작용 시기와 그 효과 차원의 시기에 차이가 늘 존재했다.

그럼 약물을 복용하는 그 순간에는 우울증 증세에 어떤 영향이 갈까? 우선 "이전보다 기분이 더 안 좋다"라는 반응이 전반적이다. 이론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약물이 빨리 작용하면서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후 3~4주 동안 뇌의 세로토닌 수치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초기 상승 이후 계속 저하된다. 그리고 세로토닌 수치가 평균 이하가 되는 순간부터 정작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수치가 안정되면서 뇌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장기 항우울제 복용 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우울증에 간혹 빠지는 경우가 있다. 초기에 기분이 잠깐 나빠진 후 다시 회복되는데 항우울제 장기복용자 중에 약의 효과를 더는 못 느낀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많다. 그럴 때 의사는 항우울제 강도를 높이거나 다른 약을 제시한다.

그런데 뇌는 이런 약물의 영향과 계속 싸우고 있으며 생체 항상성 평형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사례가 있나?

우울증 완화 능력 미달, 성적 활동 장애, 집중력 저하, 그리고 소화불량이 가장 흔한 부작용들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즉, 우울증의 재발, 골밀도 저하, 비정상 출혈, 뇌졸중, 자살 충동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사망과도 연관이 있는데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의 경우 항우울제 복용률이 높을수록 사망 확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미래의 우울증 치료법은 어떤 것일까?

의사와 일반인들이 항우울제에는 단기적인 효과밖에 없다는 것과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항우울제의 사용이 적어지는 대신 심리 치료의 비율이 상승할 것이다.

나는 약물치료로는 우울증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인 효과는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효과가 떨어지고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심리요법, 또는 심리 치료가 더 장기적인 효능을 보일 것이며 정작 우울증을 자극한 요소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거다. 즉, 원인을 치료하기 때문에 더 장기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Why The Science Behind Anti-Depressants May Be Completely 'Backward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