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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17일 17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17일 17시 24분 KST

"결혼 안해?" 이 말만은...'귀성 스트레스' 1위

한겨레

“그런데 남자친구는 집에 언제 데려올 거야?”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아무개(29)씨는 몇 년 전부터 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부모님이나 일가 친척들을 만나게 되면 들어야 하는 뻔한 질문과 잔소리를 생각만 해도 우울해진다. ‘여자 나이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 예쁠 때 시집가야 한다’는 말에 속으로 화를 삭인 적도 여러 번이다. 김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딸의 생일선물로 ‘결혼정보회사 가입’이라는 선물을 주려고 했다.

1년에 두 차례, 설과 추석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결혼 스트레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님이나 친척들의 잔소리는 귀성 스트레스를 키운다. 명절에 미혼남녀가 듣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잔소리 역시 ‘결혼 안 하느냐’는 독촉이다.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설을 앞두고 직장인 96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2.6%가 ‘결혼·연애 관련 질문’을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로 꼽았다. ‘앞으로 뭐 하고 살래’, ‘애는 언제 낳을 거니’ 같은 잔소리는 순위에서 오히려 뒤로 밀릴 정도다.

이러다 보니 설·추석 연휴가 지난 뒤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증가한다. 계절상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5월, 12월과 함께 설을 쇠고 난 3월과 추석 즈음인 9월은 결혼정보업계에서 ‘성수기’로 꼽힌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가입한 이들의 비율도 설 직후인 3월이 9.8%로 가장 높았다. 2013년에도 3월이 8.7%, 10월이 9.9%로 여느 달보다 가입자가 많았다. 결혼정보업체의 설문조사에서도 미혼남여 10명 중 5명은 ‘내년엔 결혼을 해야지’라는 잔소리 때문에 ‘명절이 두렵고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연애·결혼·출산을 모두 포기한 ‘삼포세대’를 부모세대가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17일 “친척들은 별생각 없이 쉽게 하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너 못났다’라는 말로 들린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결혼을 해야 보람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취업만큼이나 매우 힘겨운 도전”이라고 했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결혼마저도 도전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